65명의 처녀 엄마 박서희 씨
65명의 처녀 엄마 박서희 씨
  • 미래한국
  • 승인 2002.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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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이기고 기쁨으로 산다
▲ 서른이 갓 넘은 나이로 65명의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해피홈을 운영하고 있는 박서희씨. 그는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랑을 배우며 실천하고있다. /박지영 기자 photoi@futurekorea.co.kr
마음의 상처 가진 버려진 아이들부모 용서·이해하며 삶을 회복65명의 아이들이 모여 사는 인천시 부평 2동의 해피 홈(대표 홍현송). 100일을 갓 넘은 아기부터 고3수험생에 이르기까지 부모를 잃은 상처받은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사랑의 공동체다. 해피 홈의 사무장 박서희(32)씨는 이 곳 아이들의 엄마이자 선생님으로 12년을 헌신해 왔다. 7명의 동료 선생님들과 숙식을 같이 하며 아이들을 돌봐 온 그녀는 서른을 갓 넘긴 처녀의 몸이다. 21살 젊은 나이에 이 곳을 찾아 희생을 배웠고 실천하고 있다. 사랑으로 키워진 아이들은 잘못된 길로 나가지 않는다. 해피 홈이 자리를 튼 지 십여 년. 코흘리개 적 들어온 아이들이 독립하여 결혼을 하기도 했지만 이 곳을 거쳐 간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며 사회의 짐이 된 경우는 찾기 어렵다. 해피 홈의 새벽은 예배로 시작한다. 깔끔하게 꾸며진 해피 홈 방 안에서는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숙제와 함께 성경을 공책에 적는데 열심이다. 아이들이 바로 서는데 장애가 되는 것이 마음속의 ‘상처’다. 아버지의 구타에 못 이겨 엄마가 집을 나간 뒤 들어온 아이, 우울증에 시달리던 엄마가 약을 먹고 자살한 뒤 버려진 아이, 교도소에 있는 아빠 때문에 갈 곳 없어진 아이. 하나같이 상처로 얼룩져있다. “요즈음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아이들보다 버려진 아이들이 해피 홈을 찾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이들은 그런 부모님을 용서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신들의 삶도 바로잡게 됩니다.”가정적 파탄은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다. 박씨는 부모와 환경에 대한 원망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그들의 인생은 물론 그들 자식의 인생도 올바로 서기 어렵다고 말한다. 부모님 얘기를 피하던 아이들이 부모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부모로 성장해간다.“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고 그들이 돌아갈 가정이 없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러나 진정한 가정회복은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만큼이나 이 아이들이 부모가 돼서 온전한 가정을 이루는 것도 포함될 것입니다.”10여 년 전 한 여성지에 소개된 해피홈(당시 즐거운 집) 기사를 보고 무작정 이곳을 찾아왔던 박서희씨. 5천원을 내는 후원회원으로 시작했던 박씨는 91년부터 본격적인 봉사를 시작했다. 그 당시 판잣집에 보일러조차 들어오지 않던 해피 홈에서 아이들을 돌보겠다는 21살 딸의 결심을 부모가 찬성할 리 없었다. 부모님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힘든 일을 하는 딸을 두고 보기 어려웠다. 일곱 살이 넘도록 호적을 갖지 못한 한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키겠다고 했을 때는 더욱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그러나 세상의 어떠한 편견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그녀의 기쁨을 꺾을 수 없었다. 그녀는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당시 열악한 상황의 해피홈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내가 일할 수 있었죠. 게다가 6남매의 중간이라 부모님 마음도 많이 아프지는 않았을 거예요. 부모님도 지금은 저의 삶을 이해하고 계십니다.”박서희 씨는 보통의 부모보다 많은 아이들을 돌보는 만큼 더 큰 행복을 맛보며 산다. “간혹 일을 하다 ‘아! 허리 아파’라는 말을 듣고 조물거리는 손으로 제 허리를 두드리고 있는 아이들도 있고, 설거지를 도와주겠다며 까치발을 하고 팔을 걷어붙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간 아이들은 선생님들에게‘진짜 저희 엄마 같은 거 아시죠?’하며 편지를 보내줍니다.”밤 새 열린 문사이로 라면이며 쌀을 두고 가는 이름 없는 착한 사람들도, 해피홈을 찾는 자원봉사자들도 박씨가 누리는 기쁨을 나누어 간다. 그들이 해피홈에 와서 베풀고 가는 것 이상으로 스스로의 인생을 점검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간다. “어렵다는 것은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채워놓고 살지는 못하지만 부족한 것은 항상 하나님이 채워주십니다. 오히려 이곳의 생활은 하루하루가 감동입니다. 천사 같은 아이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은 커다란 행운입니다.” 박서희씨의 미소는 투명한 이슬처럼 맑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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