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국민을 위한 대통령
절반의 국민을 위한 대통령
  • 미래한국
  • 승인 2005.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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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존, 유석춘 지난 8월 25일은 노무현 대통령의 집권 반환점이었다. 산술적인 기준에선 분명 2분의 1이지만, 정치적인 기준에선 4분의 3 이상의 임기를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5월 지방선거와 2007년 12월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선거에 구애받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은 지금부터 12월까지 대략 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집권 후반기엔 권력의 `누수`를 피하기 어렵다. 당선자 시절 노 대통령은 "나를 지지했느냐 아니냐를 떠나 모든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집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국민에게 생중계된 2003년 3월 검사와의 대화에서 `막가자는 거지요?`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킨 대통령의 말은 그 이후 많은 국민에게 `이건 아닌데`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신의 화법은 당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이 결코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심지어는 지지했던 국민들마저 불안케 했고 결국 돌아서도록 만들었다. 선거에서 얻은 51%의 지지율이 2년 반이 지난 지금 20%대로 반 토막이 난 사실이 이를 웅변으로 뒷받침한다.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자신을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어 준 민주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만든 일은 정치적 배신의 대표적 모습이다. 그 결과 대선 당시 지지율 95%의 호남 민심이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집권의 기반을 허물고 있다. 충청도 민심을 겨냥해 위헌도 불사하고 추진한 수도 이전 또한 배신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정치적 헛발질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2005년 4ㆍ30 재보선에서 충청마저 전멸한 까닭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충청에는 자민련을 대신할 `통합신당`이 똬리를 틀고 선거의 계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영남의 맹주 한나라당을 공격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부정부패 문제를 터뜨렸지만 역시 돌아온 건 `50보 100보` 수준의 차별화였을 뿐이다. 선거자금 조달에 관한 차떼기 논란은 그것이 `그랜저`였는지 `티코`였는지 하는 문제로 희화화됐고, 결국은 당신의 최측근 참모들만 애꿎은 속죄양이 되어 감방을 들락거리게 했다. 그렇다고 그들의 희생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30%의 영남 유권자라도 지켜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집권 초반 이런저런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경천동지(驚失動地)의 묘책이 동원됐다. 다름 아닌 탄핵이다. 탄핵을 당했다는 사실은 얼핏 보기엔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힘 없는`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소위 `개혁`을 하려는데 저항세력이 역풍을 일으켜 수모를 당하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그러나 탄핵과정을 복기해 보면 오히려 탄핵은 총선을 앞둔 절묘한 시점에서 유도되고 연출된 `사기극`일 뿐이다. 물론 이 연출은 대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집권 여당은 2004년 4ㆍ15 총선에서 단숨에 국회의 과반을 점하게 됐다. 국회의 과반을 차지한 대통령의 정치는 그러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야말로 갈등과 반목의 연속으로 점철돼 왔다. 언론법, 과거사법, 국가보안법, 사학법 모두 최소한 국민의 절반이 반대하는 법안이지만 결국은 밀어붙였거나 앞으로 밀어붙일 예정이다. 그 와중에 민생과 경제는 정치적 의제에 우선순위를 뺏기며 사회는 점점 더 양극화로 치닫게 됐다. 청년실업과 극빈층의 증가로 사회는 골병이 들고 있지만 억대 연봉의 귀족노조는 이에 아랑곳없이 집단이기주의에 골몰하고 있다. 안보와 외교도 냉온탕을 오가는 갈 지(之) 자 걸음으로 최소 절반의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 마침내 광복절에 대한민국 국민이 태극기를 흔드는 일을 대한민국 경찰이 제지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논개도 아닐 터인데 싫다는 야당 대표와 함께 물로 뛰어들겠다는 `대연정` 제안 또한 국민이 보기엔 불안하기만 한 일이다. 대연정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화법은 결국 연정을 받아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겠다는 발상일 뿐이다. 남은 임기도 민생보다는 정치공학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탄핵 당시 상황과 너무나 닮아 있다. 하나에 `올인`하기 좋아하는 대통령이 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리더십에는 관심이 없는지 정말 궁금하다. 부디 지금부터라도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대통령이 되어 절반의 국민이 아닌 온 국민의 대통령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이 칼럼은 헤럴드경제 8월 29일자에 실린 것을 전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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