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체성 혼란, 더 이상은 안 된다
국가정체성 혼란, 더 이상은 안 된다
  • 미래한국
  • 승인 2005.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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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교수<출처: 코나스>
지난 8월 15일 우리는 감격스런 광복 60주년을 맞이했다. 하지만 금일 우리의 자화상을 바라보면 매우 우울하기 짝이 없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혼란, 국가의 기본 틀인 헌법 경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기승과 법치주의의 외면, 감성적인 민족공조 구호의 난무 등 우리의 국가정체성이 심대하게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자유 대한민국의 건국과 이후 온갖 대내외적 도전(공산주의 위협 등)으로부터 국가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피나는 투쟁을 다루고 있지 않았다. 그 대신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한 과정에서 발생한 불행한 과거사 청산이 강조됐다. 평소 노 대통령의 지론인, “지난 시기 불의의 세력이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했다”는 역사관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도 민주와 반민주, 친일과 반일의 이분법적 잣대가 동원됐다. 중간지대를 인정치 않는 흑백론은 국론분열을 확대재생산 할지언정, 미래지향의 국민통합과는 거리가 멀다. 8·15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있었기에 금일의 노무현 정부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국가로서의 동일성(identity)이 있는 한 국가 계속성(continuity)이 인정된다는 것이 국제법상 확립된 원칙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오늘을 있게 한 뿌리를 생각지 않고, 어제의 우리를 부정 일변도로 보려는 자세는 일종의 오만으로 느껴진다. 지난 60년의 역사는 신생 한국의 비약적 발전과 계속적인 지양(止揚)의 과정이라고 봐야 옳다. 현 정부는 대한민국을 대내외적으로 대표하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 그러나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소급입법에 의한 공소시효 배제를 언급한 대목에 이르러선, 노무현 정부가 포퓰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한편, 헌법수호 의무를 저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리 정의라는 명분을 내세운 과거청산일지라도 죄형법정주의와 형벌불소급 원칙을 인권의 대 장전으로 천명한 대한민국의 기본(헌법 제13조 1항)을 뒤흔들면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권력남용의 범죄가 밉더라도 ‘무한 처벌’의 비 인도성과 국가형벌권의 남용은 안 된다. 대통령은 이튿날 자신의 발언을 사실상 뒤집었지만, 이 같이 중대한 사안에 잠시라도 정치적 혼선을 빚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정부와 여권은 공소시효 배제를 장래의 범죄에 대해서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 또한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 장래의 권력남용 범죄가 어느 시기에 밝혀지든 관계없이 계속적인 처벌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도 저해한다. 칼자루를 쥔 정권이 기 입수한 권력남용 범죄사실을 필요시에 국민 앞에 내놓을 경우, 정치공작이나 신 공안정국의 조성도 가능하게 된다. 또 헌법에 배치되는 내용과 방법으로써 권력남용 범죄를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고 그러한 행위를 단죄하는 것조차 나중에 위헌적인 권력남용으로 규정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여야간 및 신·구 정권 간에 극한적인 대결을 야기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는 ‘대~한민국’도 태극기도 없었다. 그러한 노래와 율동은 분열주의로 취급됐다. 한반도기와 국가보다 민족을 앞세우는 사상의 물결만이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국가보안법 등 실정법을 무력화시키는 행사였다. 관습헌법으로 인정되는 국가상징물에 대한 모독이자 국가정체성의 혼란 그 자체이기도 했다. 물론 앞으로 남북공조도 통일노력도 해야 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기(國基)를 선언한 헌법의 규정과 정신, 즉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에 충실해야 한다. 현충원에서의 북한 당국 대표단의 참배 대상은 대한민국 건국과 수성(守成)의 인물들이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한 극히 일부의 사람들뿐이었다. 이는 상호 실체 인정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북한이 일으킨 전쟁의 희생자라 할 수 있는 6·25 전몰장병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다. 우리는 이번에 전개된 8·15 민족통일축전 행사를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 이와 관련, 지난 6·15 행사기간 중 남과 북의 민간단체들이 ‘평화통일선언문’이란 것을 채택한 바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남북한은 하층부 혹은 민간단체 차원에서는 통일이 이루어졌음을 기정사실화 하겠다는 것, 그리고 민간 차원의 통일열기를 정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앞으로 상층부 통일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게 최근 북한이 보여주고 있는 대남 통일전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정부의 민족공조 우선정책을 그냥 방관해선 안될 것이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정부가 말로는 한미공조와 민족공조를 병행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민족공조에 경사되어 있다는 인상을 줄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민족공조로는 국제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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