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학시절-미국 예일 로스쿨
나의 유학시절-미국 예일 로스쿨
  • 미래한국
  • 승인 2002.08.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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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욱 법무부 검사
10여 년 전 하버드 법대생들의 학교생활과 연애담을 그린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이라는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그런데 하버드 법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어느 선배는 그 소설 내용은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하버드 법대에서 소설에서처럼 한가롭게 연애를 하고 있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은 1등부터 꼴찌까지 석차가 그대로 매겨지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위한 스터디그룹과 학회지 활동 등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지내다 보면 연애를 만끽할 여가는 상상하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예일 로스쿨의 학생들도 무섭게들 공부한다. 성적을 내는 것도 아니고 누가 강요하는 것이 아닌데도 모두 스스로 열심히 한다. 기본적으로 수업과 세미나, 각종 리포트 작성을 위해 읽어야 할 교재와 자료의 양이 엄청나다. 나의 경우 학기 초에는 과목당 20쪽 정도를 읽어 가야 하니까 세 과목을 듣는 날에는 60쪽을 매일 읽어야 했다. 분량은 수업이 진행될수록 계속 늘어갔다. 신청 과목이 몇 과목 안 되었는데도 정말 벅찼다. 미국 학생들의 경우에는 여기에다가 작문과제 제출, 리포트 작성, 각종 학회 활동 등과 관련해 읽어야 할 자료들이 산더미 같았다.기본 교재로는 과목당 2권 정도의 기본서가 정해지고 담당 교수는 그 외에도 그날 읽을거리들을 알려 준다. 신문 보도 내용들, 각종 책자에서 발췌한 내용들, 학술 잡지에 발표된 논문들이다. 학교건물 지하에는 이들 자료들을 복사해 놓고 학생들에게 판매하는 곳이 있다.엄청난 공부를 통하여 쌓은 전문지식, 실무 연습과 실전 경험, 폭넓은 봉사활동을 통하여 얻은 열정 등은 삼위일체가 되어 훗날 실무가로 활약할 때 큰 무기가 된다.교수와 학생들이 식당이나 도서관에서 토론을 벌일 때면 누가 교수이고 누가 학생인지 알 수 없다. 수업 시간에도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게 자신의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보다는 서로의 생각을 교환한다. 어떤 분야에서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수업시간에 교수를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너무나 당당하고 거리낌이 없어 조금은 거북스런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의견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교실 분위기는 서로에게 자극을 주어 학문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학생들이 교수와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교수들이 학생을 자유방임 상태로 놓아두지는 않는다. 1학년 필수과목인 헌법, 계약법, 소송법, 불법행위 중 한 과목은 지도교수와 함께 소규모 그룹으로 학습해야 한다. 한 그룹이 17명 정도 되는데 지도교수는 그룹학생들에게 기초적인 법학 공부 방법부터 법률문서 작성법까지 꼼꼼하게 지도한다. 지도교수의 평가와 지도 감독은 때로는 가혹하리만큼 엄정하다. 로스쿨에서 법률가로서 갖춰야 할 바른 자세를 배우기 위해 독서 세미나를 갖는다. 1학년 학생들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어떤 교수는 집으로 학생들을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하면서 법률가로서의 기본자세를 가르치기도 한다. 졸업을 위해서는 소정의 학점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한편 에세이 5편을 작성해야 한다. 직업선택과 법조윤리에 관한 세미나와 초청강연도 자주 열린다. 1년에 이러한 기회가 30회 가량 있다. 유명 로펌의 대표 변호사, 주의 검찰총장, 연방검사, 연방판사 등 실무가들도 여러 차례 초청된다.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는 직업선택에 대해서도 많은 배려를 한다. 직업 상담실(Career Development Office)이 있어 진로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고 상담도 한다. 학문 간에도 벽이 없다. 헌법 담당 교수는 헌법만 강의해야 되고 민법 담당 교수는 민법만 강의해야 되는 그런 제한이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자신이 관심 있는 과목을 찾아서 공부할 수 있고 강의주제로 삼는다. 예일 로스쿨에서는 교수를 임용할 때도 과목을 정해서 뽑지 않는다. 교수가 되면서 자신이 꼭 맡아야 할 과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교수가 되면 자기가 원하는 내용을 연구하고 가르치면 된다. 다만 그 결과에 대해서는 냉엄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 검증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바로 교수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교수와 교수, 교수와 학생, 학문과 학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모두 없어져야만 활력이 넘치는 대학 문화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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