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 “北인권 입닫고, 인민공화국 못돼 아쉬워해"
김수환추기경 “北인권 입닫고, 인민공화국 못돼 아쉬워해"
  • 미래한국
  • 승인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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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NK...양정아 기자
김수환 추기경이 북한 인권에 입을 다무는 정부가 강정구 교수의 인권 보호에만 앞장서고 있다며 깊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김 추기경은 20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주교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강정구 교사 사건으로 부터 불거진 국가정체성 논란과 이념갈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추기경은 강 교수 사건과 관련 “대학 교수라는 지성인이 어떻게 자유가 없는 김정일의 독재체제하에 있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건진 사람을 원수로 보고 현행법에 저촉되는 말을 한 사람을 검찰이 다스리려 해도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나서 검찰을 견제하고 그 사람을 보호하는 까닭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수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죽음을 당하는 북한의 인권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던 정권 담당자들이 강 교수의 인권만 앞장서 보호하는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지극히 혼란스럽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김 추기경은 또 최근 여야간 불거지고 있는 국가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요즘 나라가 진보와 보수, 개혁과 반개혁으로 갈라져 있어 너무 걱정스럽다”며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은 먼저 나라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제를 위해서라도 국력을 모으는 일”이라면서 “현재의 분열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나서야 할 사람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권 담당자들”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추기경 인터뷰 내용> -강정구 교수의 발언파문과 관련해 국내의 이념갈등과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 데요. 이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돼 있다고 봅니다. 강정구 교수가 말한 요지는 `6·25전쟁은 김일성이 일으킨 남침`이었고, `6·25전쟁 당시 미국이 참전하지 않았다면 한 달 내에 통일이 됐을 것`,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 아쉽고, 이 때문에 미국이나 맥아더가 원수다`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강 교수가 말한 내용 중 6·25전쟁이 `남침`이었다는 말은 그쪽 진영의 사람들 입에서는 오랜만에 듣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들은 6·25전쟁에 대해 늘 북침이었다고 말해 왔지요. 소련도 북한을 따라서 북침이라고 했고요. 그런데 `6·25가 남침`이라는 말이 강정구라는 사람을 통해서 처음으로 실토됐어요. 그 말은 옳은 말입니다. 또한 강 교수 발언 중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그들의 의도가 좌절됐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아쉽다고 말하는 것은 조선인민공화국이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이 그 때 무너졌어야 하는데, 무너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 때 미국이 참전하지 않고,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을 하지 않았으면 실제로 그랬을 겁니다. 당시 저는 부산까지 피란 갔었는데 사람들은 실제 그런 위기를 느끼고 있었어요. 부산과 대구라는 아주 조그만 여백에만 대한민국이 남아 있었지요. 며칠 내에 낙동강전선이 무너지고 오도 가도 못하게 될 것 같은 위기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함께 피난 갔던 신부님들은 모두 만세를 불렀습니다. 마치 `제2의 광복`을 맞이한 것처럼 그렇게 기뻐했지요. 그것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그때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았던 것을 그렇게 아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이 조선인민공화국이 안 된 것을 아쉽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아닌가요. 만일 그 때 대한민국이 무너졌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 같은 사람은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신부님들도 다 죽었을 겁니다. 실제로 6.25 전에 평양에서 나와 함께 신학교에서 공부했던 대학 동창 신부 3명이 죽음을 당했고, 잘 아는 선배 신부님들도 다 죽음을 당했습니다. 6.25 전쟁 발발 후 남측으로 피란 온 이후에도 북한군의 진격에 따라 숨어 있던 동창, 후배, 선배 신부님들이 발각돼 모조리 끌려가서 다 죽었습니다. 부산까지 왔다고 하면 같은 일이 일어났을 겁니다. 만일 현재 우리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인민공화국이라고 가정해 보세요. 우리가 보고 있는 천주교회는 이렇게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수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신부님들도 없었을 것입니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습도 없었을 겁니다. 강 교수가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여과 없이 말한 것은 대한민국이 없어지기를 바랐고,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해 인민공화국을 세우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기 때문일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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