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접견자` 왜 강조하나?
北, `김정일 접견자` 왜 강조하나?
  • 미래한국
  • 승인 2005.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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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가 본 `현대`사태] `김정일 충성` 길들이기
현대와 금강산관광 독점계약을 맺은 북한 아태평화위원회가 20일 김윤규 전 부회장 퇴출사태와 관련 “현대와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장문의 담화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1조원 가까이 대북사업에 투자했던 현대는 난감한 분위기에 빠졌다. 회사 간부의 인사문제까지 간섭하는 북한의 태도가 남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될 것이다. 남한을 북한화하려는 ‘접견자 예우’북한은 “김윤규 부회장 퇴출이 현대와 북한간의 신의를 저버린 행위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라고 걸고 들었다. 지난 7월 16일 현정은 회장과 동행해 김정일을 만난 김윤규 전 부회장이 대북사업의 파트너이자, 더욱이 ‘김정일 접견자’라는 데 못을 박았다. 지금 북한은 ‘김정일 접견자’를 마음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관행을 그대로 남한에 들이대고 있다. 이번에는 대상이 기업이지만 앞으로 현대가 승복할 경우, 북한은 향후 전개될 남북교류에서 인사권을 포함하여 사사건건 자기식대로 간섭할 것이다. 남한을 ‘북한화’ 하려는 것이다. 북한에서 김정일을 만나는 사람은 평생영광이다. 그러기에 김정일을 만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김정일의 승낙을 얻어 기념사진을 남기려고 한다. 사진도 김정일을 대동하여 ‘몇 사람이 같이 찍었나’에 따라 그 가치가 틀려진다. 여러 사람이 같이 찍는 것보다 서넛, 혹은 김정일과 단 둘이 찍은 사진이 훨씬 가치가 높다. 김정일은 김일성 때부터 ‘접견자’들을 키워주는 정책을 실시했다. 김정일이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었을 때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하면 비행사로 만들어줬다. 시골의 촌로가 어느 날 횡재한 듯 김정일을 만났다면, 그날 이후 그는 갑자기 ‘영웅’으로 바뀌어 신문과 방송에 소개된다. 접견자들은 최고의 우대를 받으며 살았다. 그렇게 해야 수령을 우상하고, 충성심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수차례 만난 `접견자` 김윤규 아직도 북한에서는 그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김일성 때에도 그랬지만 김정일 때에는 더욱 극심해졌다. 김일성은 주민들을 만나면 사진작가들이 마음대로 사진을 찍게 방치해 두었다. 그러나 김정일은 사진 찍기에 아주 인색하다. 1997년 평성과학원 컴퓨터개발연구센터를 방문한 김정일이 “장군님, 과학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으면 합니다”라는 제의에 “뭘 한 게 있다고 나와 사진 찍자고 하는가?”라고 하면서 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돌아가 학자들의 원망을 산 적도 있다. 김정일은 자기와 사진 찍거나 목소리를 한번 들려주는 것도 아주 큰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김정일의 목소리는 북한 주민들보다 남한 주민들이 더욱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북한 주민들은 1992년 4월 25일 조선인민군창건 60돌 경축 열병식 때 “영웅적 조선인민군 장병들에게 영광 있으라”고 말한 김정일의 육성 이외에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북한 주민들조차 평생 한번 만나볼까 말까 하고 목소리조차 들어보지 못한 김정일을 수 차례 만난 ‘접견자’인 김윤구씨는 얼마나 큰 믿음을 받은 셈인가. 그런 사람을 퇴출시켰으니 김정일 밑에서 일하는 아첨꾼들은 자신의 충성심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김정일에게 ‘강경대응’을 상소(上疏)했을 것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전체주의처럼 수령의 권위나 우상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회사원칙으로 봐서 불이익을 끼치고, 비자금을 조성한 사람을 다시 등용한다는 기대 자체가 생억지다. 북한은 이번에 ‘김정일의 권위와 신의, 배은망덕’을 들먹여 현대를 확실히 예속시키고, 앞으로 대북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게도 자신들의 관행을 따르도록 미리 암시를 주는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출처:데일리엔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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