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9·19 합의…좋지 못한 결과 예상돼
모호한 9·19 합의…좋지 못한 결과 예상돼
  • 미래한국
  • 승인 2005.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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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해결 없는 對北지원은 무책임
▲ 이정훈 교수

지난 7월 26일 베이징에서 재개되었던 제4차 6자회담이 우여곡절 끝에 9월 19일 공동성명을 채택하는 형식으로 타결되었다. 이번 회담은 북핵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기에 ‘위기국면’의 탈피 그 자체로 만족해 하는 분위기다.

회담 개최국인 중국은 외교적 승리를 자축하며 자신들이 일궈낸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국측도 북핵문제가 비로소 풀리고, 동북아 지역의 평화구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마련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6자회담의 공동선언문 내용은 크게 4가지의 원칙을 담고 있다. 1항에서는 북한의 핵 포기를, 2항에서는 상호 주권 존중을, 3, 4항에서는 경제협력을 통한 평화구축 의지 확인을, 그리고 5항에서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라는 이행원칙이 담겨 있다.

추가로 제5차 6자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도 있다. 이번 합의는 미·북 양국이 부분적인 양보를 했다는 점에서, 또한 다자 틀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북한도 앞으로는 함부로 행동할 수 없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대원칙’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떻게 핵폐기가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즉, 앞으로 진행될 6자회담에서는 핵폐기를 위한 로드맵 작성에 몰두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동성명의 성공 여부는 ‘공약 대 공약’이라는 원칙이 실행단계로 옮겨졌을 때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4차회담이 과연 실질적인 타결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급한 불만 일단 끄는 조치였는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공동선언문 발표 직후 북한의 행태를 봐서는 후자쪽이 맞는 듯 싶다.

북한은 공동성명이 나온 지 하루도 채 안 돼 선 경수로 제공, 후 NPT 복귀 및 IAEA사찰을 주장해 애써 만든 축제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피해가면서 원론적인 합의를 선택한 당국자들의 무책임한 모호성이 바로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는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예견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이유는 핵폐기의 시기, 범위 그리고 방법 모두 모호하게 처리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의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권리에 대한 인정과 경수로 제공 시점을 ‘적절한 시기’에 논의하겠다고 한점 역시 북한에 시간을 끌 수 있는 좋은 구실을 제공하였다고 볼수 있다.

북한이 경수로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핵능력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유하겠다는 의지가 아직 강하게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공동성명의 합의에 의하면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계획을 포기’할 것을 약속하지만 ‘모든 핵 프로그램’이 고농축 우라늄(Highly Enriched Uranium)도 포함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지난 2002년 10월 북한측이 제임스 켈리 미 특사에게 HEU 핵무기 개발계획을 시인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운운하면서도 거듭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축협상을 해야 한다는 모순된 입장을 피력해 왔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일찍이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해 ‘무기화’했다고 주장했고, 최근의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밝히는 동시에 핵 무기고를 계속 늘릴 것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의 핵에 대한 입장과 약속은 그리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이런 도발적인 행태를 무시한 채 대북지원에만 급급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대북 송전, 중유 제공, 경수로 건설 등은 어림잡아 10 수 조 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소위 ‘중대제안’의 핵심인 200만 kW의 비용에 대해 신포 경수로 예산으로 대체한다는 논의가 있었으나 이제는 ‘송전 + 경수로 공식’이 자연스레 언급되고 있다.

수도권의 전력수급 문제나 전체적인 비용문제를 ‘통일비용’으로 감안한다 해도 북측의 핵폐기가 확인도 되기 전에 이루어지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핵폐기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지원의 확대를 계획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으로 간주된다.

핵무기는 북한의 생존 수단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조건이다. 또한 핵 보유국이 돼야지만 미국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싶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를 요구하는 6자회담은 그만큼 북한이 받아들이기 힘든 국제사회의 요구이기도 하다.

선 경수로, 후 NPT 복귀 등을 운운하는 것은 결국 급할 것이 없는 북한입장에서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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