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논단>반미감정-감정적 문화는 해롭다
<청년논단>반미감정-감정적 문화는 해롭다
  • 미래한국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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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협한 사고 객관적 판단 저해
우리나라는 예부터 정이 많은 민족이다. 정이 많아서인지 ‘한’도 많다. 정도 많고 한 많은 우리민족에게 ‘감정’은 이성보다 앞서는 뜨거운 무언가가 되어 온 국민을 흥분하게 혹은 기쁘게 때론 화나게 하곤 한다. 이러한 한국인들은 2002한일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된 응원문화와 축제를 통해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주며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런 성숙한 시민 의식과 열정과는 달리 최근 미군 장갑차 사고로 인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두고 시민단체와 여론의 대응은 매우 감정적이었다. 사건의 정확한 원인과 결과 법적 절차보다는 반미라는 감정을 앞세운 것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 뿐 아니라 캠퍼스 곳곳에 걸린 플래카드는 이번 사건을 반미라는 골깊은 화두로 몰고가며 전 미국을 대상으로 한 비판과 매도가 이어졌고 한 동안 TV앞의 시민들을 화나게 했다. 어디 반미감정뿐이겠는가? 수세기간 침략을 당하고 식민 경험이 있는 우리의 반일감정도 사실 마찬가지다. 아군 아니면 적군이 되는 편협한 민족주의적 감정을 가지고는 자칫 객관적 현실을 놓쳐버릴 수 있다. 이성보다 앞서는 감정은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에 따라 팔은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감정이란 사람을 지치고 소모적으로 만든다. 좋든 나쁘든 감정이 인생을 지배하고 국가를 지배하는 나라는 스스로 고립되기가 쉽다. 감정이 인간사이나 국제관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장점은 있지만 약속이나 합리성, 객관적 사실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것은‘내 탓’이 아닌 ‘남 탓’으로 돌리는 습성을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뮤얼 헌팅턴’의 ‘문화가 중요하다’라는 저서에 실린 글들은 현 우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에선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결정적 요소가 문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여기서 문화란 한 개인, 더 나아가 국가 전체가 행동하고 결집하는 패턴화된 관습, 의식을 포괄하는 범위다. 수록된 논문 중 ‘저개발은 마음의 상태’란 글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남미의 소가죽 핸드백 제품이 ‘가격은 턱없이 비싸고 질은 형편없이 낮아 생산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핸드백 공장주는 가죽 납품업체 탓이라 하고 가죽업자는 농부 탓으로 돌렸고 결국 농부는 ‘암소가 나빠서…’라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결국 그 논문은 내 탓이 아닌 계속되는 외부로의 책임전가가 저개발상태를 낳은 문화적 원인으로 본다. 또한 대체로 저개발 국가들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과 피해의식적 감정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사사로운 감정이나 내연관계를 떠나 사태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파악, 합리적으로 대처하는 민족이나 그런 문화적 배경의 나라들은 대부분 생산성, 경쟁력이 높고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거나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고 말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로 어느 때 보다도 미국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직시해야할 것은 감정이란 것이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점이다. 특별히 부정적 감정은 파멸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시비를 가리고 법과 약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피해가 오고 억울한 감정이 생긴다고 해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좀더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국제 관계에서의 진정한 승자가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나라는 도덕적 힘을 가진 나라라고 한다. 반미감정에 대해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때다. 흥분하고 열 받는 그 시간에 차라리 우리 경쟁력, 도덕성, 힘을 갖추는 것이 낫지 않을까? ‘당신 때문에 우린 이렇게 형편없는 핸드백밖에 못 만든다’라는 변명의 피해자는 네가 아닌 바로 우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최영은 이대 사회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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