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선언 경제파탄 아르헨티나>인기영합이 나라 망쳤다
<국가부도선언 경제파탄 아르헨티나>인기영합이 나라 망쳤다
  • 미래한국
  • 승인 2002.08.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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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책 국민반발 IMF도 외면
사상최대의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달 26일 에바 페론(에비타) 전대통령 부인의 사망 50주년을 맞아 추모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국가경제가 파탄나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있는 상황에서 서민출신으로 빈자(貧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에비타에 대한 향수가 고취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비타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그녀에 대한 추모열기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아르헨티나는 4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5대부국(富國)으로 손꼽혔다. 광활하고 비옥한 영토를 바탕으로 낙농업을 육성해 유럽 여러국가에 수출해 국부를 축적했다. 40년대 초반에는 4대전략사업을 추진하며 공업국으로 탈바꿈을 시도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 중 처음으로 자동차 산업을 육성했고 독일과 제휴해 원자력 사업을 추진해 한때 미국이 경계하는 원자력 산업기술 보유국이기도 했다. ‘남미의 진주’로 불리며 높은 교육과 문화수준을 자랑하던 라틴의 부국 아르헨티나. 그러나 60여년이 지난 지금 아르헨티나는 1,300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를 선언한 경제파탄국이 돼버렸다.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아르헨티나의 많은 경제전문가와 학자들은 그 원인으로 페론주의를 꼽는다고 전했다.1943년 군부소장파 장교들에 의해 정치일선에 등장한 페론 대령은 1946년 대통령에 당선되자 빈약한 정치적 정당성을 노동자 우대정책으로 보충했다. 2차세계대전을 전후해 곡물수출로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였지만 그것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노동자에게 나눠주며 자신의 인기를 얻고 체제를 강화하는데 써버렸다. 1947년 노동자 임금이 25%나 올랐고 다음해에는 24%를 올렸다. 또한 노동조건 개선, 노동시간 단축 등 경제규모나 환경을 고려치 않은 권익신장정책을 남발해 연금과 건강보험 재원을 마련치 못하고 국가재정이 파타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에 입각한 페론주의는 노동자와 기업의 역할을 망각케 했다. 기업가들에게는 기업가 정신보다 졍경유착에 의해 돈을 버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경쟁력 없는 상품을 만들게 했고 노동자에게는 하여금 땀 흘려 일하는 대신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관행을 만들어 생산성을 떨어뜨렸다. 페론주의는 세계 5대부국을 후퇴시킨 것은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유산으로 물려져 아르헨티나 경제개혁의 발목을 잡았다. 1983년 집권한 알폰신대통령은 군부독재시절의 방만하게 운영되던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했지만 이미 정치세력화된 노조는 23차례의 총파업으로 대응했다. 결국 알폰신대통령의 개혁은 실패로 돌아가고 아르헨티나는 80년대 깊은 경제위기로 빠져들었다. 개혁을 거부한 노조는 2000년 들라루아 대통령의 개혁시도마저 주저앉게 했다. 페론당 집권기에 무리하게 추진된 민영화 정책의 후유증을 회복시키기 위해 긴축재정을 추진했지만 노동자는 파업했고, 공무원은 시위를 펼쳤다. 정치인, 노동자, 기업 어느 누구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원인을 서로에게 떠맡겼다.현재 아르헨티나는 1,320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경제파탄국이다. 지난해 말 이래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지만 최근 아르헨티나는 전 사업장의 노동자 임금을 100페소씩 인상하는 정책을 입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퓰리즘의 전형적인 정책이 또 한 번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경제회생을 위해 IMF (국제통화기금)에 지원자금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IMF가 머뭇거리고 있다. IMF지원국이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란 것이 정부는 지출을 삭감하고, 국민은 경제회생을 위해 고통분담을 각오해야 함에도 아르헨티나의 노조는 연일 IMF가 요구한 긴축재정을 저지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이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오히려 ‘노동자 달래기식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IMF마저 외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경제사태와 남미의 경제위기는 경제적 상황을 고려치 않은 포퓰리즘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국가를 어떻게 좌절시키는지 그리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얼마나 후퇴시키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경제제도연구센터 조동근 소장(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은 “최근 정부가 주5일 근무제 시행을 비롯한 인기영합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계속 남발하고 있는 듯 하다”며 “선진국 문턱에서 포퓰리즘으로 경제파탄국이 된 아르헨티나의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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