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심각한 내부 위기 직면
김정은, 심각한 내부 위기 직면
  • 강철환 미래한국 편집위원·북한전략센터 대표
  • 승인 2018.01.0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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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11월 29일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비사일(ICBM) 화성­15형을 정점으로 북한의 대외 도발은 극에 달했고 이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심각해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대응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고 참모들은 전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력의 완성이라 자축하면서도 가혹한 유엔 제재는 반인륜적 범죄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로 한 핵과 미사일의 완성은 외부의 압력으로 내부 체제가 붕괴되는 이중적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현재의 상황은 득보다 실이 더 많아 전략적으로 북한이 위험한 단계로 가고 있음을 내부의 많은 사람은 감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 내부의 위험은 국제사회의 압력을 자초한 김정은의 리더십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책임은 김정은 본인에게 있는데 부하들에게 실책을 떠넘기고 그들을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 과거 김정일은 부하들에게 책임을 넘겨도 그들의 제안서와 전략적 판단에 근거해 처벌을 했다면 지금의 김정은은 자신이 결정하고 집행한 것조차 부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정책적 결정 과정이 붕괴된 심각한 상황

지금 북한의 엘리트들은 과거 김정일을 그리워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김일성을 경험한 북한 관리들은 김정일 시대를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외부 위기를 관리하지 못해 수백만을 아사시켰고 북한 경제를 붕괴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가 수년이 흐르면서 그래도 김정은 보다는 김정일이 몇 배 더 나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첫 체제 붕괴 위기를 겪으면서 더 내성이 강한 체제를 만든 것은 그의 전략적 판단과 인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정일은 1994년 첫 핵실험 준비를 끝냈지만 10년이 지난 2006년에서야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이용해 막대한 현금과 식량을 비축하고 체제가 안정기로 들어서자 그것을 바탕으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은 그에게는 위험한 정책일 수도 있었지만 ‘햇볕정책 역이용전략’으로 남한의 현금과 식량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차단시키면서 체제 이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는 생전에 “김일성은 늘 아랫간부들에게 물어보고 이해할 때까지 경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은 듣고 있으면서도 물어보지 않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김정일은 ‘측근정치’ ‘운둔정치’를 추구했기 때문에 비밀스럽게 모든 정보와 전략적 제안들을 받고 그것을 전문가들에게 의존해 결정했다. 그래서 그는 대외적으로 실수를 줄이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김정일은 사망하기 전 뇌출혈 후유증으로 몸이 극도로 쇠약함에도 아들을 걱정해 중국이 개발한 ‘J-10’ 전투기를 도입하기 위해 중국을 세 번이나 방문했다.

그런 김정일의 노력에도 중국은 이 전투기를 주지 않았는데 그래도 김정일은 중국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외부로 표출하지 않았다.

북·중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불만은 팽배했지만 외부에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중국을 자극하지 않았다.

간부들에 대한 처벌도 정치적 판단이나 자신의 권력을 위해 전략적으로 진행했다. 물론 잔혹하고 무자비한 것은 비슷하지만 명분을 내세운 것이 다른 점이다.

1999년 김일성의 측근인 서관히 농업담당 비서를 평양시 낙랑거리에서 공개처형한 것은 식량난의 책임을 김정일 자신이 아닌 서관히에게 뒤집어 씌워 자신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육지책의 차원에서 진행됐다.

2만 명을 숙청한 심화조(深化組) 사건도 비공개적으로 진행됐고 그것은 김일성 측근들을 제거하고 완전한 자신의 권력을 만들기 위한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숙청이었다.

김정은의 개인 화풀이식 감정 정책의 돌출

김정일이 죽고 김정은이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사실상 북한의 실권자가 됐다. 그는 평소에 김정일의 폐해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 상황을 잘 활용해 북한경제를 재건하려고 했다.

그리고 북한과 중국 관계를 되살려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끌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에게 국가자금을 항만, 철도, 도로, 발전소 등에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사치성 건설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가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장, 마식령 스키장, 여명거리 건설 등 사치성 건물을 세우는 데 남은 돈을 탕진했다.

2013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은 당시 3차 핵실험을 단행하려는 김정은에게 지금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집권하는 해이기 때문에 굳이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김정은은 장성택의 의견을 묵살하고 그와 충돌을 자처하면서 핵실험을 강행했다. 시 주석은 당시 김정은에게 받은 분노로 6년째 그를 중국에 부르지 않으면서 무시하고 압박하고 있다.

2014년 8월 중국의 압박에 화가 난 김정은이 “모든 북중 관계를 단절시키라”는 지시를 내리게 된다. 거기에는 중국인민해방군과의 군사 협력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 고위 탈북자는 당시 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변인선이 김정은에게 중국군과의 협력은 단절하면 안 된다는 제안서를 냈다가 처형당했다고 증언했다.

북·중 관계는 최소한 아버지의 선례를 따라야 했지만 김정은은 대놓고 중국을 욕하고 무시하고 있다.
측근들을 처벌할 때에도 상벌체계에 의한 법적인 테두리가 아닌 개인감정으로 처리하고 있다.

장성택과 그 일파를 처벌할 때에 북한 처형 방식에 없는 고사기관총에 의한 처형이 처음 소개됐다. 장성택에게 빌붙어 측근을 자처한 인민보안부 국장급 한 간부는 화염방사기로 불태워 죽였다고 한다.

은하수관현악단 사건이나 노동당 조직지도부 간부부부장 처형사건,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 등 많은 간부를 처형할 때 그들의 죄목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었다. 그나마 국가 지도자 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최룡해마저도 이런 김정은의 횡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는 정도였다.

장성택이 사라진 후 김정은의 책사를 자임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은 그마나 김정은에게 감정을 잘 살리며 할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김양건은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2015년 10월 당창건 70주년 행사 때 발사하기로 한 미사일 발사를 중단시키는 대가로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 류원산을 평양으로 불러 관계 회복을 추진했다. 김정은의 개인적 감정을 다스리며 김양건이 얻어낸 외교적 성과였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해 겨울 김양건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다시 김정은을 제어할 사람이 사라지게 된다.

이미 김양건은 2016년 1월 모란봉악단을 베이징에 파견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본격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현직 고위층 간부들이 모란봉 악단 관람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하자 중국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한 김정은은 불같이 화를 내며 공연도 하지 않은 악단을 당장 불러들인다. 중국은 만류했지만 김정은은 말을 듣지 않았고 그때부터 김정은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질주는 시작된다.

지금 북한에서 노동당 통일전선부, 노동당 조직지도부, 서기실, 국가보위성 등 국가 정책을 담당하는 핵심부서의 전문가들은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하고 있지 않다.

김정은의 의도와 상반된 제안을 올리게 되면 그 사람의 목숨은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치를 보며 김정은의 의중이 어디에 있는지만 살피다가 그것이 확인되면 모두 그것을 부추기는 제안서만 올려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아부 아첨과 굳어진 지도자와 부하들과의 경직된 시스템은 김정은 혼자의 감정과 결정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 결과 유엔 제재는 더 심해지고 중국이 동참하는 김정은 자금줄 옥죄기는 사실상 김정은 정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2월 22일 방영한 노동당 제5차‘세포위원장 대회’장면에서 김정은이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2월 22일 방영한 노동당 제5차‘세포위원장 대회’장면에서 김정은이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 연합

내우외환으로 스스로 집을 허물다

김정은이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외부의 압력이 가중됐다면 내치(內治)라도 제대로 해 체제를 안정시켜야 하지만 잇따른 권력기관 사정으로 초가삼간마저 불태우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최근에 발생한 국가보위성 숙청사건과 인민군 총정치국 검열 사태다. 두 권력기관은 북한 체제를 떠받드는 양대 축으로 과거 김정일도 이 두 기관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신중하게 처리했다.

김정일 말기 국가보위성 류경 부부장이 김정일의 신임을 등에 엎고 보위성 권력을 장악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지만 김정일은 류경과 일부 측근만 비밀리에 제거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동안 자신을 위해 무소불위의 칼자루를 휘둘러온 김원홍 부상과 국가보위성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벌여 조직 상층부가 와해 조짐이 보일 정도로 참혹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최근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보위성 정치부장, 조직국장 등 보위성 핵심 간부들이 숙청됐고 중앙기관을 담당하는 보위성 핵심 부부장과 과장 등 요원들이 무더기로 처형되거나 추방됐다고 한다. 보위성 정문 안쪽에 안치된 김정일 동상까지 파 헤쳐질 정도로 김정은의 분노는 대단했다고 한다.

김원홍에 대한 사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 조연준이 총괄 지휘했고 보위성 조직에 대한 검열을 대대적으로 벌인 이후 수 십 명의 핵심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한다. 원래 국가보위성은 김씨 일가의 사냥개로서 사냥이 끝나면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다.

과거 김정일이 후계 구도를 세울 때 김병하 부장을 내세워 세습을 반대하는 자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했는데 그 영향이 커지자 결국 김병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다. 김정일이 김병하에게 간부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한 책임을 물으려 했기 때문이었다.

역대 보위성 핵심 간부들은 모두 김씨 일가에 의해 제 명에 죽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제물이 되어 왔다.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 김원홍은 김정은에게 당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의 세력을 키웠고 결국 보위성 상층부가 모두 도륙되는 참사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유엔 제재로 나라가 위급한 때에 국가보위성은 가장 건재해야 할 조직이지만 김정은의 보위성 살육으로 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결국 보위성의 약화는 북한 체제 장악력 저하로 이어져 체제 유지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은 인민군 총정치국에 검열이 시작됐고, 황병서를 포함한 총정치국 핵심간부들이 숙청 대상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김씨 개인 군대로 전락한 인민군대를 김정은 한 사람이 장악하기 위한 노동당 조직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직접적인 지시 하에 인민군 총정치국은 인민군대를 사상적으로 정치적으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지난 25년간 총정치국은 그 흔한 검열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김정일이 인민군 총정치국 간부들이 부패하여 막대한 뇌물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이권을 인정해준 것은 ‘운명공동체’라는 기득권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민군 총정치국은 뇌물구조의 최상위계층으로 웬만한 간부들은 수백만 달러 씩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황병서는 노동당 조직지도부의 인민군 담당을 하면서 인사 관리에 정통한 자이지만 실제로 인민군 전체를 이끌 만한 재목은 되지 못했다.

지난 6년간 인민군 작전 계통의 군인들은 무더기로 죽어나갔지만 총정치국 간부들은 단 한명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황병서는 인민군대의 부모 같은 역할을 해야 했지만 김정은이 벌이는 무지막지한 ‘칼춤’에 놀아나면서 오히려 그것을 더 부추겨 왔다. 절대 충성과 복종이라는 그의 처세술이 그렇게 만들었지만 결국 그것이 그가 몰락하는 빌미가 된 것이다.

인민군대의 사기가 최악에 이르고 황병서에 대한 ‘특등아첨꾼’이란 별명이 회자되자 군대의 사기를 위해서도 황병서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 그동안 김정은이 벌인 인민군대 길들이기 과정에서 무자비하게 죽어나간 군 장성들과 고급장교들에 대한 억울함이 모두 황병서에게 돌아가야 김정은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겉으로 보기에는 양대 권력기관을 숙청하고 김정은의 개인권력이 더 강화된 것 같지만 사실 내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모든 잘못된 결정으로 나라를 파국으로 몰아넣고도 김정은은 단 한 번의 반성은 고사하고 오히려 모든 것이 잘된 것으로 사람들을 우롱하고 있다.

모든 것이 어려워도 사람 사는 것이 편하면 그나마 참을 수 있겠지만 매일과 같이 벌어지는 칼춤 앞에 이제 사람들은 김정은을 정리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김정은 하나만 죽으면 2300만 북한 동포가 살고 우리 민족이 살 수 있다는 공감대가 북한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 

강철환 미래한국 편집위원·북한전략센터 대표
강철환 미래한국 편집위원·북한전략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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