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가상화폐, 규제도 미쳤다?
미친 가상화폐, 규제도 미쳤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01.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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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를 통해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광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놀란 문재인 정부는 법무부를 통해 ‘돌덩이를 놓고 거래하는 도박’이라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를 특별법으로 입법하겠다고 했다가 7만건에 달하는 청와대 게시판 항의에 밀려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핀셋 규제를 하랬더니 제초제를 뿌린 셈’이라는 전문가들의 비난마저 사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가상화폐는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결제 수단, 교환 수단의 화폐로서의 기능은 크게 제약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비트코인과 같은 재화는 화폐라기보다는 개인 디지털 자산(Private Digital Asset)으로 분류하는 경향이 대세다.

비트코인은 정상적인 화폐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투기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은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이들은 이 열풍에 대해 17세기 무렵 네덜란드에서 일었던 튤립 투기 열풍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가상화폐에 대한 투기 붐의 우려로 인해 이스라엘은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대신 국가가 보증하고 관리하는 가상화폐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가상화폐에 대해 양도소득세 등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

가상화폐는 국내에서 통신업법으로 분류돼 금융상품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이중과세 논란 등 우려로 부가세를 적용하는 방안에 신중한 대신, 양도소득세나 거래세 등을 부과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는 유사수신규제법 개정안을 통해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소에는 고객자산 별도 예치, 암호키 분산보관, 매도매수 호가 주문량 공개 등이 의무화된다.

미성년자 혹은 비거주자 거래금지로 투기 확산을 막고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한 사기 등 불법 행위도 집중 단속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중앙거래소’ 방식에 우려를 제기한다.

최근 사단법인 한국핀테크연합회 소속 블록체인 검증위원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가상화폐의 중앙집중 거래 방식이 해킹과 내부조작, 불공정 거래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성토들이 빗발쳤다.

“가상화폐 중앙거래소식 규제는 몰이해의 산물”

간담회를 주재한 홍준영 연합회 의장은 “거래소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 가상화폐 초광풍의 본질적인 문제는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소에 있다”며 “블록체인의 분산·공개·투명이라는 본질과는 너무나도 다른 보안기술과 고객보호대책은 매우 부실하고 거래 또한 상당 부분 불공정·불신뢰 내부거래가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도 중앙화된 거래소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며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다. 중앙시스템으로 운영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거래에 대한 인증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이를 인증하기 위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해킹 등의 위험을 제거하려면 거래소 시스템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며 “문제는 이것은 사업자들이 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개인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이란 공공 거래 장부라고도 부르며 가상화폐로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막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회사의 경우 중앙 집중형 서버에 거래 기록을 보관하는 반면, 블록체인은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에게 거래 내역을 보내 주며 거래 때마다 이를 대조해 데이터 위조를 막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록체인은 대표적인 온라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에 적용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며,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여러 컴퓨터가 10분에 한 번씩 이 기록을 검증해 해킹을 막는다.

결국 가상화폐 전문가들의 주장은 가상화폐 거래를 중앙집중식으로 정부가 규제하고 관리할 경우 가상화폐 거래가 축소되면서 이와 관련된 기술들의 발전도 정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술연동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식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가상화폐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컴퓨팅 알고리즘의 비약적인 진화와 병렬처리, 데이터분산, 암호화 기술과 같은 IT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는 핀테크라는 또 하나의 금융혁명을 통해 은행없는 거래를 가능케 하고 있다.

가상화폐 규제로 파생기술 침체 우려도

아프리카의 경우 핀테크 서비스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이다. 은행을 사용할 수 없는 낙후된 지역에서 사람들은 휴대폰을 통해 송금을 할 수 있다. 이동전화 기업 사파리콤이 제공하는 M-PESA 서비스가 바로 그것. 휴대폰을 이용해 송금 이외에 난방비와 수업료 등 일상적인 지불도 가능하다.

송금 상대방에게 휴대폰으로 SMS와 비밀번호를 보내고 메시지를 받은 상대방은 사파리콤 창구에서 해당 화면과 비밀번호를 제시해서 현금을 받는 이 핀테크 시스템은 은행을 끼지 않기에 은행계좌를 가지지 못한 빈곤층 사이에 순식간에 확산됐다.

이러한 기술로 청년 2명이 설립한 이머지모바일은 휴대폰을 신용카드 단말기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가상화폐와 관련된 기술은 인류에게 새로운 기술 혁명을 통해 후생을 증가시키고 있다. 무작정 가상화폐를 투기거래로 보고 규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가상화폐 이렇게 규제하자

구체적 제도정비가 필요하다

이군희  서강대 교수
이군희 서강대 교수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건전한 금융시장 발전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강력한 규제 공표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들은 취하지 않고 있는 ICO 금지,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비트코인 선물 투자 금지와 같은 강력한 금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이 왜 이러한 금지와 같은 쉽고 간단한 정책을 취하고 않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대한 측면과 미래 화폐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토대로 금융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술 및 도구로 취급되고 있다. 가상화폐의 부정적 견해로는 예를 들어, 가상화폐는 범죄 수단으로 많이 악용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가상화폐를 제도권에서 잘 활용하면 현금보다 훨씬 투명하게 운용되어 효율적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위해 금융당국의 강한 규제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단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고 없는 금융’만을 추구하는 단순한 정책으로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미래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부작용 측면을 고려해야 하며 다른 선진국들이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금융정책에 걸맞은 장기적 비전을 갖는 금융정책이 제시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금융업을 자금 분배하는 국가의 단순한 인프라 시설로 취급하지 말고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나갈 미래의  핵심산업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정부의 일방적 금지 정책보다는 규율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국제 규율로는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CDD), 고객알기(KYC), 테러자금방지(CTF) 등이 필요하고 국내 규율로서는 투자자 보호, 고객정보 유출사고 방지에 대한 체계, 업권의 자율규제가 요청된다. 과세형평의 기본원칙에 따른 세금 부과면에서는 과도한 투기 방지를 위한 자본 이득세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중앙은행과 민간발행 가상화폐 공존이 필요하다

오정근 건국대 IT학과 특임교수
오정근 건국대 IT학과 특임교수

가상화폐는 디지털시대 새로운 글로벌화폐다. 뒤지면 새로운 국제통화금융질서에서 낙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은행도 하루 빨리 가상화폐 개발을 준비해 발행하고 민간발행코인과 중앙은행코인이 공존하는 시대의 통화정책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쌍방거래(P2P거래) 블록체인 가상화폐는 삼위일체다. 블록체인을 육성하면서 블록체인 거래를 금융면에서 종결짓는 가상화폐를 부정하면 결국 블록체인산업이 글로벌경쟁력을 갖출 수 없어 한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낙후된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고객자산 별도예치, 설명의무, 이용자 실명확인, 암호키 분산보관, 가상화폐 매도매수 호가·주문량 공개, 자금세탁방지 의무부과 등 거래소 안정성 신뢰성 제고 방안은 바람직하다.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는 벤처스타트업 기업들이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회사들에게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투자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위다.

다만 블록체인기반으로 가상화폐로 투자받는다는 점만 다르다. 원금보장이나 수익을 내 주겠다고 약속하고 자금을 모으는 유사수신행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행위다.

이를 규제하면 벤처기업 청업생태계만 악화되어 4차 산업혁명 추진만 저해된다. 금지보다는 일반 투자자들도 가상화폐공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가상화폐평가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공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성년자의 가상화폐 거래금지는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투자로 부작용을 막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디지털문화에 익숙해진 디지털원주민인 10대를 디지털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디지털이주민인 5~60대의 잣대로 재단하면 한국에서는 제2, 제3의 부터린이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성원하고 지원해야 한다. 다만 무분별한 투자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부모의 동의하에 계좌를 개설하는 정도로 규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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