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이키가이....일본인들의 이기는 삶의 철학
[신간] 이키가이....일본인들의 이기는 삶의 철학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08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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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켄 모기는 1962년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도쿄대학교 이학부와 법학부를 졸업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이과학연구소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일본 소니 컴퓨터사이언스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고, 도쿄 공업대학교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뇌과학과 인지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일본에서는 뇌와 마음에 대해 탐구하는 뇌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고, NHK를 통해 매주 뇌과학의 세계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그는 ‘퀄리아’를 키워드로 뇌와 마음의 관계를 탐구하며 최근에는 과학 서적에 국한하지 않고 문학평론, 미술평론 등의 분야까지 저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까지 약 1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이 책은 요즘 세계적으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인들의 삶의 철학 ‘이키가이’는 과연 무엇인지 탐구하는 한편 삶을 긍정하고 작은 일상으로부터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아나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모기 겐이치로(茂木健一郞)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저서로는 《뇌와 퀄리아》, 《뇌와 창조성》, 《뇌와 가상》, 《뇌 안의 작은 신들》, 《뇌내 현상》, 《창조성의 비밀》, 《욕망의 연금술사, 뇌》, 《뇌는 0.1초 만에 사랑에 빠진다》 등이 있다.

이키가이는 일본인들의 삶에 깊이 녹아들어 있는 삶의 철학이다. 

켄 모기 박사는 아무리 사소하고 무의미해보일지라도 각자에게 소중한 이키가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원하는 만큼 이키가이를 가져도 좋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아침 10킬로미터 달리기, 새와 나비 관찰하기, 과학논문 쓰기, 학회 참석하기, 책 쓰기, 와인 마시기, 영국 TV 코미디 프로그램 보기 등 수백 개가 넘는 이키가이를 가지고 있다. 켄 모기의 이키가이는 평범해 보이지만 바로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굳이 따질 필요도 없다. 그에게 아침 햇살 즐기기와 책 쓰기는 경중을 따질 필요 없이 중요한 일들이다. 그 일들이 하나같이 인생의 목적을 이루고, 즐겁고 가치 있는 생을 열어가는 데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작은 일들이 모두 이키가이가 될 수 있다. 작은 일들에서 얻는 기쁨은 이키가이에서 가장 강조하는 개념이다. 

이키가이가 있으면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빛나는 가치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일본인들의 기록적으로 높은 평균 수명, 그들이 생에서 즐기는 감각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마음 챙김의 중심에는 이키가이라는 삶의 철학이 존재한다. 이 책은 당신의 직업이나 취미와 상관없이 하루하루를 가장 행복한 날로 만들어줄 이키가이를 선물한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 자아를 내려놓기, 화합과 지속 가능성, 작은 일들에서 발견하는 기쁨, 현재에 충실하기는 이키가이를 이루는 다섯 가지 요소이다. 

오노 지로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초밥 만들기에 애정을 쏟은 결과 마침내 빛나는 성공을 이루었다.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3스타를 받은 스키바야시 지로는 현역 셰프 중 세계 최고령으로 알려진 오노 지로가 오랜 시간 자부심과 긍지를 바탕으로 열어온 초밥집이다. 오노 지로는 초밥집을 개선해나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깔끔하고 맛깔스러운 초밥을 선보이기 위해 언제나 청결한 상태를 유지했고,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손님들이 사용할 비품을 손수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초밥집을 만들 때 사용하는 몇 가지 주방도구를 좀 더 쓰기 편하도록 손보기도 했다. 다른 음식점에서도 오노 지로가 고안해 만든 도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독창적인 발명품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에이헤이사의 수행자들은 ‘자아를 내려놓기’를 성공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 후쿠이 현에 위치한 에이헤이사는 수천 명의 예비승려들이 수행과 참선을 행하며 승려가 되기 위한 수도에 정진하는 사찰이다. 에이헤이사의 수행승이 되기 위해서는 절 문 앞에서 며칠 동안 서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억수처럼 비가 퍼부어도 자리를 벗어나선 안 된다. 선 세계에 입문하기 위해 고행의 절차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 승려가 되려면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게 우선이다. 에이헤이사는 낮 시간에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므로 누구나 절을 돌아볼 수 있다. 복도를 걸어가는 수행자와 관광객의 표정은 정반대다. 무표정으로 다른 이는 물론이려니와 자기 자신의 존재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 무심히 지나쳐가는 수행자들은 몰아의 경지에 다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라디오 체조는 ‘화합과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고안한 라디오 체조는 일본인의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새벽 일찍 공원에 나온 노인들은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면 체조를 따라 하기 시작한다. 질서정연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동작을 따라한다. 박자를 따라잡지 못하기도 하고 팔다리를 움직이며 옆 사람과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라디오 체조가 시작되고 나서 뒤늦게 합류하는 사람도, 음악이 끝나기 전 자리를 빠져나오는 사람도 있다. 체조에 참가하고 말고는 각자의 자유이듯 어떤 동작이든 허용된다. 라디오 체조는 공동체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동시에 일본인들의 화합과 지속을 가능하게 만든다. 

일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회사원들은 ‘작은 일들에서 발견하는 기쁨’에 몰두한다. 평일에는 양복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하지만 주말에는 일본 최대의 만화 동인지 행사인 코미케로 향한다. 코미케는 일본을 포함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 만화 팬 모임이다. 직접 만화를 그리고 굿즈를 판매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코스프레 하기도 한다. 코스프레 행사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캐릭터로 변신하기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다. 내성적인 성격에 공부만 하던 소녀도 애니메이션 주인공으로 변신하는 순간 열성적인 팬들의 관심과 환호를 온몸으로 받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코미케에 참가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보상이나 사회적인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참가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느끼기 때문이다. 

센비키야의 과일들은 ‘현실에 충실하기’를 절실히 느끼게 만든다. 일본의 고급 과일전문점 센비키야에서 판매하는 과일들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을 만큼 비싸지만 마치 예술작품을 연상케 할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센비키야에서 파는 과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치가 있는 과일로 간주될 정도다. 센비키야의 머스크멜론은 영양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한 뿌리에 한 과일 방식으로 재배된다. 지금껏 먹어본 멜론과는 차원이 다른 당도, 풍부한 과즙, 깊고 그윽한 향기, 혀에 착착 감기는 질감은 입안에 넣는 순간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난다. 지극히 짧은 느낌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켄 모기는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일본문화에 스며든 이키가이를 소개한다.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이키가이의 개념들은 매번 새로워지고 심화된 의미로 당신에게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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