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예측, 일단 의심하라... 가짜 예측에 속지 않는 법
[신간] 예측, 일단 의심하라... 가짜 예측에 속지 않는 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13 0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폴 굿윈은 영국 바스 경영대학원 명예교수. 국제예측가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랫동안 정확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방법, 의사결정 지원, 경영진들의 판단이 예측과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왔다. 그는 이런 관심사들을 바탕으로 컴퓨터 기반 예측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는 중이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구현하고자 한다. 컴퓨터 시스템을 활용할 때조차 가장 핵심이 되는 예측변수는 역시 인간이다. 인간의 직관, 기억, 경험, 미숙함, 무지함 등의 장단점을 예측과 관련지어 꿰뚫는 통찰력을 보여준다. 지은 책으로는 《경영진들의 판단에 따른 의사 결정 분석》(2014)이 있다.

전문가들이 잔뜩 모여 온갖 정보와 전문지식으로 무장했음에도 그들은 브렉시트도,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알아맞히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왜 대체 그렇게 사람들은 미래를 예측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그리고 많은 돈과 전문가 여럿을 두고도 왜 예측은 틀리는 것일까? 

자신의 미래와 크게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일에도 사람들은 알 수만 있다면 미래를 알고 싶어한다. 이는 인간의 뇌가 불확실성을 꺼려하는 습성 때문이다. 심리학자 데이비드 로크(David Rock)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불확실성을 고통으로 여기고, 이는 자신이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불안함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정보를 모아왔음에도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한 예측은 왜 틀리는 것일까. 첫 번째는 정보 자체가 잘못된 경우다. 정보는 어떤 식으로든 모아져야 한다. 미국 제45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빅데이터까지 동원했음에도 예측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 때문에 《뉴스위크》지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표지를 찍었다가 황급히 회수하는 사태까지 겪어야 했다. 컴퓨터 알고리즘은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했고, 선거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세밀히 분석했지만, 그들은 사람에 대해 파악하지 못했다. 겉으로는 트럼프같이 문제가 많은 후보에겐 투표하지 않을 것처럼 굴었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은 유권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오히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진심을 드러냈다. 

두 번째로는 정보를 모으는 사람에게도 성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편향성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전문가들은 주어진 정보의 일부를 무시해버렸다. 예측 전문가들은 초접전 지역인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제쳤다는 정보를 데이터 상의 ‘노이즈’로 인식하고 무시했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에 들게끔 데이터를 적절히 조절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이럴 경우 미세하게 예측치가 달라지곤 했다. 

세 번째로는 데이터에만 너무 집착하기 때문에 예측이 틀리기도 한다. 컴퓨터는 데이터 상에 나타나는 자잘한 노이즈가 ‘노이즈’인지, 아직은 미약하지만 나중에는 ‘중요해질 수 있는 정보’인지 구분해내지 못한다. 소비자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소비자의 답변을 본 컴퓨터는 이 고객이 앞으로도 자사의 브랜드를 구매할 것이라고 인지하지만, 노련한 영업 사원은 그 고객의 표정을 보고 ‘앞으로 이 고객은 우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너무 컴퓨터의 데이터에만 의존해도 정확한 예측치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 

마지막으로 미래 자체에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저자는 2004년에 스리랑카의 최고경영자들에게 5년 내로 스리랑카의 관광 산업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예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말한 예상 답변으로는 내란 또는 쿠데타, 저가항공사의 약진, 아시아의 새 관광객 유치, 반군세력의 몰락 등이 있었다. 그런데 석 달 뒤, 그 누구도 말한 적 없던 요소인 쓰나미가 이 지역을 덮쳤다. 이처럼 어떤 예측을 하든지 그 바탕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태도와 심리가 있어 더 정확한 예측을 방해한다. 적어도 정확한 예측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한은 예측 자체를 과신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측을 돕는 시나리오 설계 

그렇다면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 가지 방법은 ‘시나리오 설계’다. 시나리오 설계는 극단적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좋아질 수 있는 방향과 극단적으로 나빠질 수 있는 방향을 모두 고려해보는 것이다. 시나리오 설계는 그 사이 어디에선가 예상했던 미래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는 방식이다. 시나리오 설계는 미래를 아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예상해보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굳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들까지 예측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각 시나리오에 따라 세웠던 전략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케 해주는 ‘풍동’ 역할을 한다. 위험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가다듬어 미래에 겪을 수도 있는 손실이 어느 이상은 넘어서지 않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면 혹시라도 벌어질 극단적인 일들에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예측을 한 가지 결과만으로 바라는 경향이 있다. 차기 대통령, 가장 수익이 좋을 것 같은 회사의 주식, 다음 분기의 회사 매출액 등 한 가지의 똑 떨어지는 값이 가장 기억하기도 좋고 대처도 쉬울 것이라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일 예측값은 신뢰도가 떨어진다. 그보다는 예측 구간값이라 불리는 일정량의 범위를 주는 쪽이 좀 더 신빙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예측 구간값은 범위가 넓을수록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어렵다. 이를 좀 더 잘 이해시키는 방법으로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예측값을 풀어 설명하면 된다. 

집단지성은 예측에 도움이 될까 

사람들은 개인보다 집단의 예측이 더 정확하리라 믿는다. 집단의 다양한 견해와 보다 더 광범위한 정보를 바탕으로 생각을 주고받는 가운데 근거가 있는 주장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집단이 합심해 특정 작전을 수립하고 그 작전을 밀어붙일 때 그 결과에 대한 예측은 기반이 탄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론상으로 그럴싸하지만 실제 현실은 이와 딴판인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집단의 구성원 각자가 분위기에 중압감을 느껴 구성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판단한 사항에 아무 거리낌 없이 동조한다는 데 있다. 이를 집단사고라 부르는데 리더의 제안이 위험해 보여도 다른 사람들이 동조하면 소수 의견은 묵살된다. 보통 이런 집단사고는 낙관론으로 흐르기 마련인데 이는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보지 못하게 한다. 냉정하게 외부 관찰자로서의 시각을 취할 수 없게 되면서 편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반대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이 사례가 가장 유용한 겨우는 재무 설계 포트폴리오를 짤 때이다. 즉, 우비를 만드는 업체와 자외선 차단제를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다 가지고 있으면 한쪽에서 손실이 나더라도 다른 쪽에서 손해를 만회해줄 것이다. 집단사고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별의 예측은 독립적이되,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는 상호교류가 필수적이다. 또한 반대 의견을 공격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좋은 예측과 나쁜 예측을 구분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예측과 나쁜 예측을 구분할 수 있을까? 우선 객관적이어야 한다. 예측값이 목적에 맞게 조정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목표치가 있게 되면 예측값을 자신의 구미에 맞게 수정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높은 목표를 제시한 리더에게 잘 보이고 싶어 예측 담당자나 전문가가 판매 예상치를 데이터와 다르게 조정하게 되면 예측치가 틀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예측 자체가 불완전한 과정임을 인지해야 한다. 단 하나의 예측이나 숫자는 그 외의 다양한 가능성들을 모두 배제하기에 틀릴 수밖에 없다. 과거에 좋았던 단 하나의 사건이 미래에도 똑같이 일어나리라는 믿음도 버려야 한다. 과거는 과거고 미래에는 또 다른 변수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극단적인 결과를 내는 전문가들도 경계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는 예측을 통해 좋은 일을 맞이할 준비도 해야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경우에도 그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예측 데이터가 이에 도움이 된다면 그 예측은 소임을 다한 것이다. 또한 예측값 자체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예측값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일일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전문가의 예측이든 우리가 직접 예상해본 것이든 예측 내용을 신뢰해도 좋을 때가 언제인지, 그리고 언제 의심하는 것이 좋을지 알게 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