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청구서
남북대화의 청구서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2.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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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김정은 그놈 정치력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는 말도 합네다. 중국놈들이 조여오니 재빨리 남조선에 돈줄을 대는 걸 보면서 말입네다.”

북한에서 지난달 나온 한 탈북민이 전한 북한 내부 분위기다. ‘김정은이 핵미사일을 완성하고 남조선에 시혜를 베풀며 회담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북한 지도층의 시각인 것이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보다 뒤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죽고 사는 것이 국가체제와 사상에 대한 학습과 일상의 ‘정무적’ 판단에 달려 있는 만큼 특히 정치적 두뇌라면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스스로 허물며 사상전(戰)에서 패하고 있다.

근래 북한에 다녀온 국내외 인사들에 의하면 평양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휴대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고 (이집트 오라콤과 북한의 합작사인 고려링크 가입자 수가 작년말 기준 400만 명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다) 거리에 차들이 부쩍 많아지고 있으며 텅 비었던 상점 진열대에 물건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평양에 주택거래소가 생겨났고 중심부 아파트가 10만 달러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는 거기까지일 것이다. 변화의 동력은 2000년대 초반 이후 활발해진 지하자원 채굴 등 대중국 무역증가도 있지만 무엇보다 배급제의 붕괴 이후 자발적으로 생겨난 400여 개에 달하는 장마당과 이로 인한 시장경제 도입과 생산 분업의 효과로 여겨진다. 텃밭 재배는 기본이고 아파트에서 누구나 가축을 길러 내다 팔 정도고 국가기업소를 맡은 당 간부들은 제각기 ‘사장’이 돼 자신을 위한 돈 벌기에 혈안이 돼 있다.

이러한 각자도생이 생산력의 단기적인 폭발적 증가와 변화를 이룬 것이다. 하지만 개방 없는 시장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제재가 이미 북한 내부에서 혹독하게 체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미국의 제재는 유엔 제재와는 달리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 처벌로서 과거 북한의 금융계좌와 자산을 동결한 델타방코아시아(DBA) 방식의 제재를 뛰어넘는다. 이번에 김정은을 평창에 불러들인 수훈으로도 꼽힌다.

@미래한국 고재영

김정은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대화를 재개하면서 우리에게 ‘청구서’를 내밀고 있다. 연기 요구는 이미 관철됐으며 연합훈련의 폐지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의 빈도와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부인하긴 했지만 금전적으로 80조 원을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이 6·15 정상회담을 3일 앞두고 북한의 일방적 연기 통보로 꼬박 하루를 대기하는 수모를 당했던 것은 대북송금 지연 때문이었다. 당시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송금한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후일 검찰조사 도중 죽었고 박지원 비서실장은 구속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제공한 돈은 공식적으로만 각각 24억7065만 달러와 43억5632만 달러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은 지금 청와대에서 대북송금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대북 거래를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거대한 ‘장애물’이자 ‘적’으로 여겨질 것이다.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레바논과 이란 등 제3국 금융기관을 통한 우회방법, 육로와 선적 비행기 등 육해공을 통한 직접 운송방법은 물론이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한 송금 가능성도 고려됐을 수 있다.

국민적 대각성과 역사적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지난 반세기 동안 알고 있고 희망하던  대한민국과 한미동맹, 그리고 자유민주주의 통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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