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 아워'를 밝힐 빛
'다키스트 아워'를 밝힐 빛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8.03.0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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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영화 <다키스트 아워(Darkest Hour)>는 평화로 위장한 히틀러와 의회내 협상론자들의 타협안을 거부하고 영국을 결사항전으로 이끈 영국 총리 처칠의 이야기를 다뤘다. 작품상 등 2018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수상후보로 지명된 수작이지만 우리나라 박스오피스에선 흥행을 못한 걸 보면 우리 취향은 아니었나보다.

역사상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고 주도적 전쟁을 해본 적이 없는 '평화의 민족' 한민족. (6·25 전쟁을 일으킨 북한 '김일성민족' 제외) 그래서인지(?) 북한의 공공연한 핵전쟁 위협에 분연히 맞서야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은 고사하고 그것이 위협인지 아닌지를 갑론을박하고 있고 그나마 대다수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그래서 지금 대한민국은 '다키스트 아워'보다 더 어둡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1940년 여름 영국의 상황이 암흑의 시간이었던 건 히틀러가 전유럽을 전광석화처럼 손에 넣고 있었고 영국은 히틀러의 위장평화전술에 속아 노예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미래를 살아본 후세대들의 기술일 뿐 당시는 그것이 가장 어두운 시간인 줄 몰랐다. 히틀러와 나치는 아직 미지의 정체였고 홀로코스트 등 전체주의와 인종주의의 광기는 노골화 되지 않았다.

전임 총리 체임벌린이나 외상 핼리팩스 등 유화론자들의 주장은 현실적인 것처럼 보였다. 히틀러의 의도와 나치즘의 사악함을 간파했던 건 당시 처칠 뿐이었다. 그는 "히틀러에 대한 양보는 결국 더 큰 정쟁으로 이어질 뿐"이라고 경고했고 "전쟁에서 진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있지만 무릎을 꿇고 굴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설 수 없다"고 포효했다.

 

한편 지금 우리는 어떤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왕조의 전체주의 주체사상과 폭압독재와 대량아사, 기독교 박해와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처형, 대량살상 무기와 폭침 테러, 공중납치와 피랍 살해 등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그런 북한정권에 분노하거나 최소한 김정은을 '독재자'로 부르는 이들조차 많지 않다. 과거 어떤 군사정권이나 부정기업, 무슨 비선실세에 대해서는 화를 내고 촛불을 들어도 그들보다 몇십 몇백 배는 더 악랄한 북한정권에 대해서는 한없이 너그러운 평화주의자가 된다. ‘평화는 사회 각계 모든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586 주사파 운동권에 물들지 않고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독재자 김정은에 분노할 줄 아는 2030 젊은이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외면해온 북한인권 문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인권과 자유는 북한을 여는 진짜 열쇠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김정은 폭압정권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이 깨어나고 국민들이 광화문에서 북한인권을 위한 촛불을 밝히게 되는 날 암흑은 물러갈 것이다. 작은 불을 붙이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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