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의 독일통일 이야기 - '부대찌개', '하우스보이' 그리고 'hamstern', 'fringsen'
권영세의 독일통일 이야기 - '부대찌개', '하우스보이' 그리고 'hamstern', 'fringsen'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3.1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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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독일인들의 삶은 전승국 중 어느 나라가 점령한 지역에 살고 있는지에 상관없이 모두가 처참한 모습이었습니다. 전쟁으로 대부분의 주택들, 공공시설 및 생산시설들이 모두 폐허가 되어 현지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조차 절대적으로 위협받고 있던 상태에서 전선으로부터 군인들이 복귀하고, 구 독일 영토로부터 쫓겨난 피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민들간 갈등이 생기는 등 독일 사회는 물질적, 정신적 양면 모두에서 생존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우리도 6.25 전쟁직후 극심한 결핍을 겪는 과정에서 '부대찌개', '하우스보이'같은 슬픈 단어들이 새롭게 생겨났듯이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시기 당시의 참상을 대변해주는 'hamstern', 'fringsen'과 같은 신조어들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먼저 'hamstern'은 전쟁말기, 그리고 패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지역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덜 받은 교외 또는 시골로 가서 가지고 간 가방이 불룩해지도록 음식물들을 구해오는 행위'를 말하는 단어로 그 불룩한 모습이 마치 햄스터가 볼이 튀어나오도록 음식물을 머금은 것과 같아서 hamster에 독일어 동사어미 '-(e)n을 붙여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무렵 화폐는 의미가 없었고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일부 매춘의 사례까지 있었다고 하며 심지어 인육이 거래되었다는 소문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fringsen'은 독일 쾰른 대주교로 반나치활동을 했던 요제프 프링스(Josef R. Frings ;1887-1978)추기경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프링스 추기경은 1946년 12월 31일 쾰른지역 교회의 미사 강론에서 추운 겨울 열차에서 석탄을 훔치는 행위를 예로 들며 개인이 달리 방법이 없을 경우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위하여 절실하게 필요한 물건을 가져가는 행위는 허용되어야한다고 한 것으로부터 그의 이름에 역시 동사어미인 '-en'을 붙인 'fringsen'이 쾰른지역주민 사이에서 '겨울에 연료나 음식물을 훔치는 행위'를 의미하는 단어로 통용되었다고 합니다.(물론 프링스 추기경은 같은 미사에서 가능한한 빨리 반환해야 신의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합니다.)

전 국회의원, 전 주중대사 권영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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