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운규의 요절, 대통령의 수난
나운규의 요절, 대통령의 수난
  • 조희문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8.04.03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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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되었다. 전직 대통령이 수감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난감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수감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에 출석하지도, 변론도 하지 않는 상태라 사실상 재판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재판 일정은 그것과는 상관 않는 듯 진행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전전직 대통령이 수인복을 입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통령을 여러 차례 거쳤지만 퇴임 이후가 평탄했던 경우는 드물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처럼 국민 여론이 갈라지고, 정권의 정치적 지향이 다른 상태라면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계속 갈등과 혼란으로 이어질 것 같아 난감할 뿐이다.

공영방송이라고 자처하는 MBC의 최근 행태는 무어라고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비상식적인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의 지원을 받는 새로운 사장이 취임한 이후 이전 파업 시절에 입장을 달리했던 직원들에 대한 무차별적 전보 조치와 업무 배제, 과거 행적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정상화위원회’라는 임의 기구를 만들어서는 법적 제한을 뛰어넘는 조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다. MBC는 민간 언론기관이어서 ‘위원회’를 만들고 사내 직원들에 대한 초법적 조사행위를 할 수 없는데도 마치 정당하게 법률적 권한을 위임받은 것처럼 운영하는 것은 그 자체로 불법이고 월권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강행을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이나 MBC의 초법적 행태가 겨냥하는 것은 ‘적폐청산’으로 포장된 정적 제거 작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 역사에는 수많은 영화인이 있지만 남북한 모두에서 칭송받는 경우는 배우, 시나리오작가, 감독, 제작자로 활동했던 나운규(1902-1937) 한 사람 뿐이다.

그는 일제 시대에 주로 활동했고 <아리랑>, <풍운아>(1926) <임자 없는 나룻배>(1932) 등을 감독하거나 출연하면서 명성을 날렸다.

초창기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 스타로 활동했으나 1937년, 서른여섯의 나이로 요절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지만 그 덕분(?)에 그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낙인을 당하지도, 적폐로 몰리지도 않았다.

그가 좀 더 오랫동안 영화계 생활을 했다면 더 많은 성과를 만들었을 수 있었겠지만, 일제군국주의 시절의 친일 논란, 해방 이후의 남북 분단 과정에서 드러난 이념 논쟁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웠을 터이다.

한국 영화의 역사를 개척한 영화인 중에서, 친일로 몰린 경우도 있고, 대한민국 정부나 북한 정권에서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금기로 몰린 사례도 많다.

그 시대를 공유한 사람들이라면 어느 쪽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일은 숙명 같은 것이었다. 나운규는 그런 시절이 오기 전에 논란으로부터 멀어진 것이고, 그를 남북한 모두가 인정하는 유일한 영화인으로 남겨놓았다.

요즘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멍에가 되는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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