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로또 美 군번줄, 한국군은?
북한판 로또 美 군번줄, 한국군은?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4.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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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하들을 돌려 달라” 敵 수장에게 말할 수 있어야 軍 통수권자

오는 4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청와대가 비무장지대(DMZ)네 중무기 철거 및 병력감축 등 군사적 문제를 남북회담 의제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7(현지시간)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들(남북)은 종전(終戰)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내·외신이 전했다.

이렇게 북·, ·, ·북간 화해 무드가 동시적으로 조성되면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 우려가 해소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평화무드 속에 조용히 잊혀져가야만 하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다.

@ 민평통자문위 토론토협의회
@ 민평통자문위 토론토협의회

바로 6.25 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켜 싸우다가 북한지역으로 납북 또는 북한지역에서 전사하거나 북한군의 포로가 되어 사망한 유해 및 생존한 국군포로들과 전사자들의 유해(遺骸)이다.

아직도 북한지역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 그들, 아오지 탄광의 깊은 굴속에서 영양실조로, 폐병으로 죽어가고 있을 국군포로·납북자들과 아버지 할아버지의 반동적 신분으로 인해 사회로부터 철저히 버림받은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북한의 이름 모를 산속에서 이미 한줌의 흙이 되어버렸을 국군 전사자들에게 이번 남북정상회담 소식은 과연 희망일까 절망일까,

지난 2002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의 정상회담 대가로 일본인 납북자들의 유골을 북한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조국 일본으로 귀환시켰을 뿐 만 아니라 김정일로부터 일본인 납북사실에 대한 시인과 유감의 뜻을 받아내는데도 성공했다.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연합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 연합

북한의 적대국으로써 일본은 그 수위가 한국보다 더 깊다고 볼 수 있다. 한국국민의 정서 속에도 깊이 배어 있는 반일감정을 북한은 국가적으로 세뇌시키고 있다. 그러한 적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총리는 적대국의 수장을 만나 자국민의 유해를 기어이 받아내고야 만 것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지난 20009월 초 한국정부는 첫 남북정상회담(김대중-김정일)에서 합의된 6.15 공동선언에 따라 남한에 살고 있던 비전향장기수’ 63명을 북으로 전원 돌려보냈다. 반면 제1차 남북정상화담 이후 북한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환한 국군포로 및 납북자들은 단 1명도 없었다.

여기서 비전향장기수(非轉向長期囚)’란 한마디로 남한에서 (공산주의)사상전향을 거부한 채 장기 복역한 6.25 당시 인민군 포로나 그 이후에 발생한 북한의 남파간첩(국내 체포)으로써 국가보안법·반공법·사회안전법으로 인해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도 (북한)사상을 버리지 않은 장기수를 말한다.

통일뉴스 캡처
@ 통일뉴스 캡처

이들은 해방 이후와 6·25전쟁 당시의 빨치산 및 인민군 포로들 그리고 6·25전쟁 이후 북에서 남파된 대남공작원들이나 통혁당 사건 등 남한에서의 자생적으로 북한과 연계해 활동한 반체제 활동가들, 1970년대 이후 해외활동으로 체포된 재일동포 스파이들, 1970년대 중반 이후 인혁당 등과 같은 공안사건에 연루된 반국가사범 등으로 북한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이다.

북한정권은 20009월 군사분계선을 넘어 고국(북한)으로 돌아간 비전향장기수 전원에게 '조국통일상'을 수여하고 이들의 굳은 신념과 절개를 높이 평가해 조선노동당 전원 입당과 평양시내 대형 고급 아파트를 일괄 지급하는 등 극진한 대우를 했다. 자국민에 대한 의리차원에서 한국정부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북한이다

1951년 1월 포로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1951년 1월 국군에 의해 포로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6.25전쟁이 끝난 이후 한국정부의 공식적 노력으로 송환시킨 국군포로(전쟁 직 후 포로교환 제외) 및 납북자들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제 발로 목숨 걸고 탈북한 국군포로들과 가족들의 제3국 내 신변안전과 남한 입국 지원에도 소극적이었던 재외한국공관들이다.

북한은 지난 2006년 남한을 상대로 북송 비전향장기수들에 대한 인권침해 명목으로 10억 달러의 피해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도 의거월북또는 자발적인 공화국잔류등의 이유를 들어 북한 내 국군포로 및 납북자들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국정부 역시 오랫동안 북한의 이러한 억지주장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미·북정상회담도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김정은과의 만남 때 북한에 억류된 미국시민권자 3명에 대한 귀환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미국은 북한에 의한 미국 시민권자 억류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직 대통령들이 직접 북한을 방문해 북한정권과 협상하여 자국민들을 데려오곤 했다

북한의 선전에 동원된 미군포로들이 평양시가지를 행진하고 있다. / KBS 파노라마
북한의 선전에 동원된 미군포로들이 평양시가지를 행진하고 있다. / KBS 파노라마

역시 자국민에 대한 책임에 있어 한국과는 확연히 대조적인 미국이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력한 군대를 가지고 있는 이유 중에 결정적인 한 가지 이유가 바로 북한판 로또에 있다.

오래전부터 북한 주민들 속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널리 알려진 북한판 로또가 비로 6.25때 북한지역에서 전사한 미군의 유해에서 발견된 미군 군번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중공군에 생포된 미군 포로들 / KBS
중공군에 생포된 미군 포로들 / KBS

625전쟁 동안 중공군 및 북한군 측에 생포된 미군의 숫자는 약 7,000 여 명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 중 40%가 포로수용소 내 잔혹한 포로학대와 질병으로 수용소 안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1950년 겨울 북한 함경도 북북 산악지대에서 치러진 그 유명한 장진호 전투에서 5,900여명(사망 1.029, 실종 4,894)에 달하는 미군 병사들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장진호반에서 미군은 숫적으로 우새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리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북한 함경도 장진호반에서 미군은 수적으로 우새한 중공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해발 1,000~2,000메터의 고산지대 인데다가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잔혹한 추위, 거기에 미군병력의 두 배가 넘은 중공군의 포위망 속에서 대부분의 미군 전사자 시신들은 전장에 그대로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1990년대 초 중반, 북한경제가 급격히 몰락하면서 주민들의 삶도 하루가 다르게 빈곤해져갔다.

그때 일반 북한주민들 속에서는 일본으로 밀수출된다는 골동품 도굴과 함께 미군 군번줄또는 미군 시신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미군 의복 및 장비들이 고가의 매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북한주민들의 희망이 되기도 했다

/ ride2remembermn.com
/ ride2remembermn.com

고려시대 도자기나 당시 고대 유품들이 일본으로 고가에 밀반출 되는 이유는 알 수 있었으나 수십 년 동안 부식되고 녹 쓸어 형체도 알아보기 어려운 미군 전사자의 군번줄이 어떤 이유와 경로로 인해 북한판 로또로 불리며 고가에 밀거래되는지는 당시 일반 주민으로써는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속에서 유행되고 있던 미군 군번줄 고가 밀거래에 대해 북한군 고위 장성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풍문이 돌고 있었는데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설은 다음과 같았다.

6.25전쟁 직후 미국정부는 북한군에게 생포된 미군 포로 송환과 함께 북한지역에 남겨진 미군 전사자들에 대한 유해발굴 및 반환을 북한 측에 요구했으나 당연히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미국정부는 막대한 자금을 비공식 누트를 통해 북·중 국경지역에 풀어 북한주민들이 직접 미군 유해를 발굴해 밀반출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이 이른바 검은돈을 북한정권 몰래 북한 내부에 뿌려 반세기전에 죽은 자국 병사들의 군번줄이라도 찾아간다는 것이다.

한국군 군번줄은 서러워

이러한 풍문의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정권은 골동품 도굴과 함께 미군군표(군번줄의 북한식 표현)에 대한 밀거래 적발 시 공개처형 등의 최고수단으로 엄격히 통제했다.

북한정권이 공개처형까지 불사할 정도로 엄격했던 걸 보면 미국의 검은돈 유포설이 전혀 근거 없는 풍문만은 아닌 것 같다.

미국에 의해 비공식적으로 현재도 진행 중인 북한 내 미군 군번줄 발굴 프로젝트는 현 북한정권이 붕괴되고, 폐쇄됐던 북한사회가 전면 개방된 후라야 비로소 그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사회만큼이나 반미정서가 만연한 북한사회에서 그 주체가 베일에 가려진 북한판 로또 미군 군번줄 밀거래를 통해 미군이 강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북한 주민들도 인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반미선전 포스터
북한의 반미선전 포스터

오는 4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포로·납북자 존재확인 및 송환에 대한 의제를 김정은에게 정식으로 제기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측에 의하면 정부로부터 공식 확인된 납북자 수는 현재 4,777명이지만 신원 확인이 어려운 납북자들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군포로의 경우 국방부 측의 자료에 의하면 1953년 정전 직후 총 82,000여명의 국군 포로 중 현재 북한지역에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국군포로는 약 500여명(10년 전 탈북한 국군포로들의 증언에 의함)이며 스스로 탈북 해 한국으로 귀환한 80여명의 국군포로들 중 현재는 29명만이 생존 중이라고 한다

6·25 전쟁 때 국군포로로 끌려가 지난 1984년 북한에서 숨진 손동식씨로 추정되는 유골이 담긴 관이 지난 2013년 10월 5일 서울국립현충원 소재 영현봉안관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
6·25 전쟁 때 국군포로로 끌려가 지난 1984년 북한에서 숨진 손동식씨로 추정되는 유골이 담긴 관이 지난 2013년 10월 5일 서울국립현충원 소재 영현봉안관으로 옮겨지고 있다. / 연합

미국과 일본은 수십 년 전에 이미 죽은 자국민, 자국군의 유해와 군번줄 하나하나까지도 찾아내 조국으로 귀환시키고 있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살아있는 수백, 수천 명의 국군포로와 납북된 우리국민을 귀환시키기 위해 과연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6·25전쟁 중이었던 1950108일부터 10일까지 기간에 북한군이 한국공무원 2,000명을 대동강 인근에서 집단 학살하고 매장한 사건이 최근 공개된 미국기밀문서 KWC(한국전쟁범죄)141에 의해 밝혀졌다.

남북정상회담을 앞세워 남북 평화와 한반도 종전(終戰)을 섣불리 단언하기 전에 정부는 6.25때 북한으로 끌려간 국군포로들과 북한정권에 의해 자행된 납북 및 학살에 대한 사실 확인과 북한정권의 사과, 그리고 생존자 및 유해 송환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고 이를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야 할 것이다.

북한판 로또로 인기를 누리며 북한주민들에 의해 발굴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 고국으로 귀환해 미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미군 군번줄 옆에 나란히 묻혀있었을 국군 장병들의 군번줄이 더 이상 서럽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자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과 결단과 의지를 대한민국 국민들과 전 세계가 지켜볼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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