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작고 멋진 발견...빅데이터가 찾지 못한 소비자 욕망의 디테일
[신간] 작고 멋진 발견...빅데이터가 찾지 못한 소비자 욕망의 디테일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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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철수는 쉽게 지나치는 일상 속 기회를 발견해 혁신을 만들어 가는 인사이트 헌터(Insight Hunter).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현장 마케팅, B2B 솔루션, 신규사업 개발 등의 업무를 거쳤다. 현재는 인간 중심의 혁신인 HCI(Human Centered Innovation) 방법론을 기반으로 사람들이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는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하고 있다. 

일리노이공과대학교 디자인 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이노베이션 디자인 방법론 석사학위를 받았고, 이동통신 컨버전스 스토어 디자인, 만성질환자를 위한 U 헬스케어, 스마트 러닝, IoT, 모바일 커머스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혁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고객통찰과 새로운 비즈니스 컨셉을 제안해왔다. 또한 터키, 중국에서의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도 오프라인 리테일 사업 모델, 미국 SNS 컨셉 개발 등 다수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현지인의 문화적 맥락에 기반한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왔다. 이 과정에서 진정한 혁신은 고객의 숨겨진 욕망, 즉 언메트니즈를 발견하고 그것으로부터 탁월한 관점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10년 간 HCI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축적한 고객 행동과 욕망에 대한 통찰, 국내외 다양한 이노베이션 사례를 이 책에 담았다. 

현재 SK그룹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을 전파하는 사내 강사, ‘101 스타트업 코리아’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디자인 씽킹에 대한 철학과 노하우를 HCI 학회, 티 아카데미(T-Academy), 고려대학교 등에서 함께 나누기도 했다. 저서로는 《당신의 한줄은 무엇입니까》,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으며, <이코노미스트>,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공감디자인 툴킷’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인도, 중국, 터키 등지를 돌며 가정집 그릇 뚜껑을 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당뇨 환자처럼 바늘 침을 찌르고, 폐쇄된 구멍가게 안으로 스미듯 들어서는 남자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인사이트 헌터인 그는 기획자와 마케터, 경영 전략가들에게 ‘책상 고객’ 대신 ‘진짜 고객’을 직접 만나라고 말한다. 효과적인 비즈니스 솔루션은 데이터의 덩어리가 아닌, 각 데이터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해석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 이 책은 사람들이 겉으로 드러내는 ‘기능적 니즈(Functional Needs)’를 넘어 속에 감춰둔 ‘심리적 욕망(Mental Wants)’까지 들춰낼 수 있는 방법으로 ‘관점 · 공감 · 관찰’의 3가지 전략을 제시한다. 여기에 생생한 국내외 사례를 곁들여 읽는 맛을 더한다. 기획자든, 마케터든, 경영 전략을 고민하는 리더든, 일상 속 이노베이션에 목마른 모든 사람들에게 뜻밖의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할 한 권이다. 

“괜찮네요.” 이 말은 상품 기획자들이 소비자와 만났을 때 가장 자주 듣는 피드백이다. 해당 상품은 정말 소비자에게 ‘괜찮은’ 물건이었을까? 또 다른 피드백이 있다. “이 제품 지금 살 수 있나요?” 이 피드백을 들으면 “괜찮네요”는 그저 상황을 모면하려 던진 영혼 없는 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소비자는 의뭉스럽다.자신의 마음을 바로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대체 왜 이다지도 마음을 꽁꽁 숨긴단 말인가. 

고객은 말한다. 엘리베이터 속도가 빨라졌으면 좋겠다고. 기업은 엘리베이터의 윤활유와 모터를 바꿔 속도를 개선해본다. 하지만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고객의 불만이 갑자기 잦아든다. 엘리베이터에 달아 놓은 거울 덕분이다. 고객이 100층 높이도 단숨에 오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보다 층을 옮겨가는 동안 느끼는 지루함을 덜어주는 거울에 더 큰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세로 화면으로 시청하는 스마트폰 유저는 “메신저를 편하게 확인하기 위해” 작은 화면의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가 원하는 것은 불편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세로 화면 콘텐츠에 대한 요구다. 

소비자는 언뜻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말하는 듯하지만, 정작 진짜 욕구는 꽁꽁 감춰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이유로 표현하길 꺼리기도 하고, 또 실제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잠재되어 있는 욕구를 ‘언메트 니즈(Unmet Needs)’라고 한다. 이노베이터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제대로 된 솔루션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언메트 니즈와 만나야 한다. 

그렇다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성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 전에, 일단 먼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속한 SK플래닛의 ‘11번가’가 터키에 진출했을 때 일이다. 당시 일반 소비자부터 온오프라인 셀러들까지 한결 같이 지적하는 불만은 바로 늦은 상품 배송이었다. 다들 “택배가 너무 늦게 도착해 짜증난다”는 불만을 표했는데, 사실 이스탄불 같은 대도시에서는 2~3일 내에 주문한 제품이 도착했다. 

이때 현명한 이노베이터라면 곧바로 문제 해결책을 찾기보다 불만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터키는 한국과 달리 경비실 등 물건을 맡아줄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어, 택배가 올 것 같으면 사람들은 하루 종일 집안을 지키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서 진정한 솔루션은 배송 시간을 더 단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주문한 제품이 언제 도착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실제로 11번가는 경쟁사보다 앞선 물류 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해 배송 만족도를 높이고, 터키 오픈마켓 시장에서 압도적인 차로 1위 업체가 되었다. 

온전히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본질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고민하는 것. 바로 세계적인 혁신 기업들이 강조하는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쉽게 결론을 단정 짓지 말고, 현실성의 테두리에 갇히지 말고, 호기심을 갖고 한 번 더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왜 집에 이 물건을 두었는지, 왜 이 상품을 소비하는지, 왜 그 공간에 가는지……. 물론 소비자는 쉽게 답하지 않는다. 이혼한 인도 여성이 물이 가득 든 그릇 안에 옛날 결혼사진을 넣어둔 이유에 대해 “사진을 쉽게 찢으려 그랬다”고 답한다면 한 번 더 “왜?”라고 물어야 한다. 

“왜 물일까?” 그 순간 물을 통해 결혼 기간을 정화하려는 소비자의 무의식을 읽어내, 그가 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더 완벽하게 내놓을 수 있게 된다. 너무 사소해서 이 방법이 하잘 것 없게 느껴지는가? 이 사소한 방법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탄생시키고, 영화 <토이스토리>의 토대가 되었으며, 크록스 샌들을 장식하는 지비츠를 탄생시켰다. 왜 사진은 바로 인화할 수 없을까, 왜 장난감은 살아 움직이지 못할까, 왜 크록스 샌들의 구멍을 활용하지 않을까에서 시작된 의문이 세상에 없는 제품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왜”라는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 이노베이터들의 두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먼 곳으로 향한다. 계속해서 사고가 확장하면서 생각의 퀀텀점프(Quantum Jump)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더 소비자의 욕망을 섬세하게 살피고, 더 깊게 파헤치면서 데이터가 놓친 단서들을 천천히 톺아볼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그 사고법을 돕는 방법을 다각도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 사이 이노베이터들은 이런 말을 듣는다. “현실성은 따져봤어요?”, “그런 걸 누가 쓰죠?” 이 말은 이노베이터뿐 아니라 기업이 가질 수 있는 미래의 기회를 순식간에 위축시킨다. 그렇게 비웃음을 당하지 않으려 ‘현실적으로’ 만든 상품이 복잡다단한 고객의 욕망에 부합할 리 만무하다. 유지와 혁신 사이에서 기획,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을 꾸리며 지쳤다면 아마 ‘현실’이라는 벽에 자주 부딪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현실을 모르는 현실에서 해방될 시간이다. 

이 책은 현실이라는 중력에 주눅 들지 않길 요구한다. 오히려 사고의 수준을 비범하게 끌어올릴 수 있도록, 데이터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끈다. ‘관점의 전환’, ‘공감을 끌어내는 대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관찰’ 등의 구체적인 전략과 국내외 다양한 이노베이션 사례들을 책 속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덕분에 책을 펼치는 순간 세상의 모든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욕망의 바다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한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찾을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다. 모쪼록 작은 발견을 멋진 발견으로, 진정 작고 멋진 발견의 흥분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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