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네이버야
바보야, 문제는 네이버야
  •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8.05.0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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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게이트 특검 아닌 네이버 특검이 돼야 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친여 지지자로 보이는 30대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하면서 네이버 책임론이 다시 떠올랐다. 네이버 뉴스와 댓글 여론장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김 의원을 조롱하고 비난하고 성토하는 비정상적인 난장판으로 변질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이 남 괴롭히기 좋아하는 변태가학성 환자도 아닌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테러를 당하고도 오히려 여론에 조리돌림을 당하는 공론장이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김성태 테러 사건을 두고 피해자 비난 여론이 조성된 네이버의 모습은 비정상이어도 한참 비정상이란 얘기다. 이번엔 도저히 참기 어려웠던 모양인지 한국당은 당 홈페이지에 가짜뉴스 허위보도 사례를 모아 소개하고, 김 의원을 일방의 입장에서 비난 조롱하는, 왜곡된 기사들을 포털 화면에 배치하여 공격성 댓글을 유도한 네이버를 형사고발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이미 수차례 지적했듯 드루킹 게이트 본질은 네이버 문제다. 영양분을 제공하는 최적의 환경은 그대로인데 곰팡이를 일시적으로 제거한다고 영원히 사라지나. 시야를 드루킹 게이트에만 한정해선 제2, 제3의 드루킹이란 곰팡이는 언제든 다시 올라온다. 사실 네이버의 문제는 드루킹 게이트와도 무관치가 않다. 드루킹 포함 민주당원 댓글·여론조작단이 더불어민주당과 김경수 의원 그리고 그 윗선인 최고 권력자에게까지 줄이 닿아 있는지 의혹을 밝히는 문제에서도 네이버는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하고 청와대 입성 당시도 네이버에서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공작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이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기사 댓글 2개 추천수 조작에 그친 것이 아니라 매크로를 활용해 2만여 개의 댓글을 조작하여 추천수를 210만회 클릭, 댓글 순위를 조작한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경공모 회원 21명이 추가로 입건됐다고 한다.

네이버 ‘꼬리 자르기’는 금물

정권의 충견 소리까지 듣는 경찰이 다수 증거가 인멸됐을 것이 분명한 현재까지 밝혀낸 것만 해도 이 정도니, 특검을 하면 범죄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넓고 깊을지 가늠하기 어렵다. 드루킹 일당이 본격적으로 댓글 추천수를 조작하기 시작했다는 2016년 10월, 이후 약 5개월 뒤 윤영찬 수석은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드루킹 특검에서 네이버를 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다. 아니, 본질적으로 드루킹 특검이 아닌 네이버 특검이 돼야 맞다. 김성태 의원 테러사건 가짜뉴스로 궁지에 몰린 네이버는 9일 또 뉴스 및 뉴스댓글 서비스와 관련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추가 댓글 정책 개선안을 공개할 것이라고 하는데, 또 본질을 회피한 임시방편에 그칠 것 같다. 네이버가 댓글전쟁과 여론조작을 부추기는 댓글정책을 폐지하지 않고 수익 독점을 고집해 아웃링크 도입을 외면하는 이상 모든 정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고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특검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애당초 올해 초 “묵인도 방조도 공범”이라며 추미애 대표가 네이버 책임을 거론하자 자신들이 업무방해를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한 당사자가 네이버다. 네이버는 그간 “시스템 구조상 매크로 조작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해오지 않았나. 그런데 네이버 매크로 조작은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는 게 드러났다. IT업계 최대 기업인 네이버가 매크로 조작 가능성을 몰랐다고 한다면 믿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드루킹 게이트 특검이 본질적으로 네이버 특검이 돼야하는 이유다. 드루킹 댓글조작단 사건을 포함한 네이버 특검의 결과는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으로 귀결돼야 한다. 기사를 배치하고 댓글을 달도록 유도해 여론을 좌지우지 하는 유사언론 행위를 못하도록 하거나, 언론으로서 지위를 명확히 해주어 그에 걸 맞는 책임을 지우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꼬리자르기는 안 된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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