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지적 대화를 위한 경제 경영 잡학 사전
[신간] 어원으로 배우는 경제 이야기...지적 대화를 위한 경제 경영 잡학 사전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2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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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경원은 현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및 경영대학원 원장.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주립대(매디슨)에서 MBA를, 컬럼비아대에서 재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약 18년간 삼성그룹에 재직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IMF T/F 팀장 등 총 14년간 금융실장으로 일하며 그중 9년은 글로벌연구실장을 겸직했다. 삼성증권에서도 2년 반 동안 리서치센터장으로 있었다. 그 후 CJ그룹으로 옮겨 그룹의 전략기획총괄(Chief Strategy Officer)과 경영연구소장(총괄부사장)을 겸직했다. 이후 호텔, 백화점, 공연장 등의 복합시설인 디큐브시티의 대표와 대성합동지주의 사장도 역임했다. 

지은 책으로는 『디지털 금융 대혁명』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 『전쟁에서 경영전략을 배우다』 등이 있다.

이 책은 경제 공부를 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는 사람, 경제 뉴스를 들췄다가 낯설고 어려운 용어 때문에 머리가 아파져 오는 사람, 아무리 경제상식사전을 외워도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아 고민인 사람, 해외 주식 투자에 익숙하지만 월스트리트가 왜 벽의 거리(wall street)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 경제 ? 경영에 관한 보다 지적인 대화를 원하는 사람 모두를 위한 책이다. 

사람들은 복잡한 숫자와 난해한 이론 때문에 경제를 어려워하지만 정작 경제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문 지식이 아니라 작고 단단한 기초지식이다. 저자는 이런 상식을 쌓기 위한 가장 쉬운 방식으로 ‘어원’을 통해 경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경제 용어의 어원을 파헤치며 그 단어가 어떤 시대와 사회상에서 생겨났는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어떻게 지금의 의미로 정착하게 되었는지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가득 담았다.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는 ‘집안일을 관리하는 집사’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나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범위가 확장돼 ‘집안일 관리’에서 ‘국가의 부와 자원을 관리’하는 의미로 정착되었다. 프랜차이즈(Franchise)는 나라 이름 프랑스의 어원과 같다. 

프랑크족이라는 이름이 게르만어로 ‘사나운’, ‘대담한’이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로마는 갈리아 지방을 점령한 후에도 프랑크족을 복속시키는 데 애를 먹자 프랑크족 전사에게 ‘프랑시즈’라는 면세 특권을 부여했다. 

오늘날에도 ‘자치권’, ‘면세권’을 의미하는 이 단어는 14세기 영어에 같은 뜻으로 편입되었고, 1950년대 이후 ‘어느 회사가 개인이나 단체에게 특정 지역에서 자사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뜻이 확장되었다. 

역사, 경제, 예술을 통섭하는 경제 이야기 

저자는 경제 지식을 전달하고 있지만 역사, 문화, 예술, 종교, 문학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글을 풀어내고 있다. 역사와 국제 경제, 화폐 경제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 발권이익을 뜻하는 ‘시뇨리지(seigniorage)’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서양의 중세시대에 영주(세뇨르)는 자기 영지 내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했다. 세금을 징수하거나 주화를 발행하는 등 막강한 권리를 행사했고, 이러한 힘을 ‘시뇨리지(seigniorage)’라고 불렀다. 

그런데 세월이 지날수록 그 뜻은 ‘주화 주조권’으로 의미가 좁혀지고, 나중에는 ‘주화를 발행하면서 얻는 이익’으로 더욱 좁혀졌다. 즉 동전을 주조하는 원가와 동전 액면가의 차이는 영주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데, 이를 가리키는 말이 된 것이다. 

이 단어는 후세에 ‘국가가 화폐를 발행할 수 있는 권리에서 얻는 이익’, 즉 ‘발권이익(發券利益)’이라는 뜻으로 발전했다. 발권이익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는 단연코 미국이다. 미국의 달러화가 세계의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미국은 대외 채무가 얼마인지 간에 달러를 찍어내어 갚으면 되는 이점을 향유해왔다. 달러를 남발하면 달러가 흔해져서 기축통화 위치가 위협받을 수 있으나, 각국이 보유 달러를 다시 미국에 투자하기 때문에 상당량이 미국으로 되돌아와 달러 가치가 유지된다. 단순히 경제경영에 얽힌 이야기뿐 아니라 경영 전략, 기업 문화,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아우르는 저자의 통찰과 현대 경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사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코노미(economy)의 어원을 밝히면서 저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경제’의 개념이 일반 백성이나 가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경제 정책’의 요체는 국민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5~20년 사이에 각국에서 이와 거리가 먼 경제 정책을 펼친 결과 지금 세계는 아직도 장기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깊은 통찰을 담아낸다. 벤치마킹(benchmarking)의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도 한때 적극적으로 벤치마킹을 실시했지만 일부 파격적 성과급이나 구조조정 등 일부 외형만 ‘카피잉(copying, 베끼기)’하고, 선진 기업의 기업 문화나 창의성은 벤치마킹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중국 기업들에 밀리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이처럼 독자들은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을 통해서 정보를 지식으로 체화할 수 있게 된다. 

1부에서는 벤치마킹(Benchmarking), 좀비 기업(zombie company), 더치 페이(Dutch pay)와 같은 경제? 경영, 2부에서는 달러(dollar), 파운드(pound)와 같은 화폐, 3부에서는 월스트리트(Wall Street), 모라토리엄(Moratorium)과 같은 금융, 4부에서는 헤지펀드(hedge fund), 포트폴리오(portfolio)와 같은 증권과 투자에 관한 총 40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언어의 뿌리에 얽힌 이야기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경제, 금융 현상에 대한 통찰력도 커질 것이다. 현재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경제정책을 고민하는 공무원이나 정치인, 나아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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