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로 배우는 군사 경제 정치
[신간]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스타크래프트로 배우는 군사 경제 정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29 2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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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퍼드대학 졸업, 미국 시민권 포기 후 해병대 입대, 
서른 살의 젊은 사무관이 풀어 쓴 안보와 국제정세 이야기 

저자는 자신을 “본적은 경북 성주, 출생지는 캘리포니아, 주 서식지는 서울인 끔찍한 혼종”이라고 소개한다(‘끔찍한 혼종’이라는 표현은 [스타]의 캐릭터인 ‘제라툴’의 대사에서 유래했다). 또 “혼종에서 벗어나고자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코리안 머린이 되었다”라고 밝힌다.

이 책의 저자인 이성원은 20년간 [스타]를 열심히 플레이한 열혈 게이머면서,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후 대한민국 해병대 중위로 전역한 건장한 청년이고, 현재에는 통일부에서 국제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젊은 사무관이다.

저자의 이력은 책의 내용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데, 특히 군사안보와 국제정세 부분에서 식견이 돋보인다. 군사 전략과 현대의 무기 체계를 개괄하는 부분에는 미국의 안보 싱크탱크에서 연수한 경험이 잘 녹아 있다. 또 저자는 북한대학교대학원에서 군사안보 석사 학위를 받았는데, 전공을 살려 북한의 핵전략,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속내 등을 최대한 객관적이면서 합리적으로 정리해준다. 


특히 이 책은 아직 만으로 서른 살인 저자가 딱딱하고 어려운 소재를 젊은 감각으로 경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남북이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국제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이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은 우리나라에 사드를 배치하는데 왜 중국과 미국이 신경을 곤두세웠는지, 핵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어느 정도이기에 북한이 그렇게 핵개발에 목숨을 걸었는지 잘 모른다. 신문과 TV에서 매일 비슷한 주제로 떠들지만, 배경 지식이 없으면 거기서 설명하는 용어나 상황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젊은 독자들의 눈높이와 감각에 맞춰 알기 쉽고 재미있게 복잡한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항공기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미사일의 가치가 올라가는 현 상황을 “일회용 폭격기로도 볼 수 있는 미사일은 핵폭탄이라는 어마어마한 버프를 받아 현대전의 새로운 딜러가 되어 ‘미쳐 날뛰고 있다’”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저자는 군사안보 같은 딱딱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른 책과는 다르게 발랄하고 재치 있게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책보다는 게임이 훨씬 친숙하다. 책은 하루에 10분도 읽지 않지만, 게임은 출퇴근할 때나 시간이 남을 때 몇 시간씩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교양이 필요하다. 교양을 익혀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맞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스타]라는 게임으로도 충분히 교양을 익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라는 게임 속 종족의 스토리를 살펴보면서 4차 산업혁명, 종교, 진화 같은 철학적 주제를 생각해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허구의 이야기를 활용해 현실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군사, 경제, 정치, 외교는 주로 남성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다. 하지만 이런 분야를 다룬 대부분의 책은 너무 전문적이거나 무거워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은 남자들의 관심사를, 한때 소년들이 열광했던 [스타]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제 바빠서 더 이상 [스타]를 할 시간은 없지만, 그 게임에 향수와 애정을 가지고 있던 팬들은 예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어른의 시각에서 [스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어렵고 골치 아프다고 생각했던 분야를 재미있게 탐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쇼 미 더 스타크래프트]는 책에서 멀어진 직장인과 아재들에게, 게임만큼 즐거운 독서 경험을 선사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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