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평해전 전사자 故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젊은 장병들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인터뷰] 연평해전 전사자 故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젊은 장병들 격려하는 문화가 있었으면”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30 11: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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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해전 전사자 추모 및 기부 캠페인 행사가 지난 5월 12,13일 양일간 신촌 라운지리버티에서 ‘제2연평해전 전사자 추모 본부’ 주최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서는 제2연평해전을 상징하는 마크가 그려진 블랙·네이비 티셔츠와 버튼, 차량 부탁용 패치, 그리고 윤서인 웹툰 만화가와 함께 만든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 에코백이 판매됐으며 행사의 수입금 전액은 제2연평해전 16주기를 맞는 오는 6월 29일 해군 제2함대 장병들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김한나 씨(2002년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 한상국 상사의 아내, 44)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군 장병들의 희생에 대한 국민들의 칭찬과 감사를 주문했다.

김한나 씨는 “아무리 의무라고 하지만 청년들이 군에 간다는 것은 자기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국민들이 이들에게 고마워해야 하고 이들을 칭찬하고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연평해전 전사자 故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연평해전 전사자 故한상국 상사 아내, 김한나

- 행사를 후원받거나 도움 받는 곳이 있나요?

아니에요. 순수하게 개인적으로 제가 하고 있는 겁니다.

- 이번 행사가 처음입니까?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행사이고요. 지난해 행사에서 모아진 금액에 제 개인 자금을 보태서 물품을 만들고 행사장 대여비용도 지불하고 해군 측과 사진전도 준비했죠. 올 초에는 가평 쪽에 주둔한 군부대 장교 한분으로부터 병사들이 혹한 속에서 고생한다는 얘기를 듣고 핫팩 500장을 기부하기도 했어요.

- 주로 어떤 방식으로 기부하는지요?

돈으로는 기부를 할 수 없어요. 최대금액 50만 원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 금액이 넘어가면 문제가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군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해서 기부합니다. 여름에는 팔토시나 멀티스카프 같은 것들과 겨울에는 핫팩 등 물품들을 준비합니다.

- 이번 행사 수입금은 언제 어떻게 쓰일 예정인가요?

현재 제 남편이 있던 해군 2함대 장병이 700명가량 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해군으로 시작해서 육해공군군까지 순서대로 돌면서 기부해요. 이번에는 한번에 1000개 정도 준비해서 전달하려고 계획 중인데 마침 6월 29일 제2함대 자체 행사가 있어서 그때 전달할 예정입니다.

국군 수당이 고작 1만 원? 군 가산점 당연하다

- 국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타인의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가 그동안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지만 시민의식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생각이 ‘나만 아니면 되고 나만 피해 안보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마인드로 변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가 타인을 배려하는 쪽으로 좋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멍들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죠.

오늘도 부사관으로 전역한 예비역 여성 두 분이 오셨는데 너무 고맙고 자랑스러웠어요. 3년 동안 무지 고생했다고 합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정부가 왜 가산점을 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군 입대가 신성한 의무라 하더라도 2년 동안 그 신성한 의무를 잘 수행하고 고생했으니 이들에게 당연히 고마워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2년보다 더 길게 하는 직업군인들도 있는데, 이들은 오랫동안 군에 있다가 다쳐서 전역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그런 분들에 대한 처우가 전혀 없다는 게 문제죠.

- 군 복무 중 부상당한 예비역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과 혜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보상에 대한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 전에 제정된 법이고 설사 법이 바뀐다 해도 이미 전역하신 분들에 대해서는 합당한 보상에 대한 소급 적용이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보수를 받는 직업군인이라 할지라도 모두 자기 희생입니다. 명령이 떨어지면 집안 살림 돌볼 새 없이 전국을 다 다녀야 하고, 언제라도 싸우러 나가야 합니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나라에서 24시간 근무를 서도 수당이 일당 1만 원뿐이죠. 육군, 해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런 부분을 개선해주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죠.
국방예산도 많겠지만 보훈처 예산도 만만치 않는 걸로 알고 있어요.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에 참전해서 돌아가신 분들이 많은데 그들에 대한 연금이 지급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거죠. 그런 금액이 수천억 가량 된다고 합니다. 천안함, 연평도 전사자 유가족들은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다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어요. 제 남편의 진급도 불과 얼마 전 영화 ‘연평해전’의 힘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죠. 그 전까지는 ‘공무집행 중 사망’으로만 되어 있었습니다.

-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정부나 국민들에게 바라는 바가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군에는 나와 상관없는 ‘남들’이 가는 곳이 아닙니다. 그들은 모두 내 가족·친척·친구·동료들이죠. 이들이 군에 갔다가 무사히 돌아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불상사를 당하는 것이 ‘나만 아니면 된다’는 식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는 나도 언제 어디서 그런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군 생활 중 다치거나 돌아가신 분들을 잘 대해줘야 합니다. 국민들이 알아주고 잘 대해줘야 군인들이 자랑스럽게 나가서 나라를 위해 싸울 것 아닌가요?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는 능력 있는 가정에서 오히려 국가에 대한 책임감이 더 강하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죠. 돈 있고 빽 있으면 자기 자식들을 군에서 빼기 일쑤죠. 책임은 지지 않고 받고 싶은 것만 받으려고 합니다. 우리 국민들이 좀 더 책임감 있는 국민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갓 평양냉면 따위에 유혹되지 말아야

- 최근 남북 평화 분위기로 인해 연평해전 전사자들의 희생이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들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진정한 평화가 오면 연평해전의 희생이 소외되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그 평화가 진짜 평화인지 가짜 평화인지는 잘 봐야 할 겁니다. 진짜 평화라면 연평해전은 ‘나라를 위해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고 역사의 한 줄로 남으면 되지만 만약 가짜 평화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렇게 해서 우리 서해를 내주면 서해에서 바로 인천이고 그 인천에서 바로 서울인데 가짜 평화면 어쩔 거냐는 말입니다. 한갓 평양냉면 따위에 유혹되고 김정은이 귀엽다고만 하고, 이런 사람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없어요. 가짜 평화 코스프레로 서해를 지켜 목숨 바친 국군 전사자들의 희생을 욕되게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 국군 유가족들에 대한 처우에 있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어제 평택 미8군에 계시는 한국계 미국인 민사처장님을 만났어요. 그 분이 미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미군 장병의 아내들에게 수여하는 골드스타버튼(훈장)을 저에게 주셨어요. 너무 감격스러웠죠. ‘내가 이런 사람이야’ 이런 자긍심이 생기고, 한국은 그런 게 없죠. 미국이 마냥 부러웠어요. ‘차라리 내 남편이 미군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죠.

그 미군 훈장을 받았을 때 한편으로는 좋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씁쓸하기도 했어요. 우리도 한국 정부로부터 이런 것을 받으면 남편의 희생이 더 자랑스럽고 그런 자긍심을 가지고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이런 것도 못해주는 걸까 아쉬움도 있었어요. 미국의 이런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보고 무조건 미망인(未亡人)이라고만 합니다. 미망인이라는 표현은 내가 나를 낮춰서 부르는 용어죠. 남편 따라서 같이 죽지 않은 그런 사람이라는 뜻인데, 그럼 남편 따라 죽지 않은 내가 죄인이라도 돼야 한다는 건가요? 제발 미망인이라는 안 좋은 표현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좋은 말도 없는 게 아니죠. ‘부인’ 아니면 ‘아내’라고 해도 되는 것을 정부에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미망인’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 표현이 어떤 뜻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정부가 돌아가신 전사자 분들의 명예도 신경 쓰지 않지만 그 가족들은 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요.

- 연평해전 전사자 유가족으로서 국민들에게 당부가 있으실 것 같습니다.

사실, 이제는 연평해전을 기억해달라는 말을 하기에 지쳤습니다. 콧노래도 3세 번이면 지겹듯이 이 분들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해달라는 것이 너무 힘겹습니다. 우리 연평해전은 그렇다 치더라도 군에 입대하는 우리 청년들에게는 조국과 국민의 평안 뒤에 이런 분들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군에 입대한 친구들에게 국군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고, 돌아오면 잘 했다고 칭찬해주고, 이들에게 감사하는 그런 좋은 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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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생 2018-06-02 22:43:21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