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혼자 있기 좋은 방...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신간] 혼자 있기 좋은 방...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02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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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혼자 있고 싶은 순간, 오직 나를 위한 그림의 위로 

저자 우지현는 화가, 작가이다. 꾸준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묵묵히 그림에 매진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잡지, 웹진,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첫 책 『나를 위로하는 그림』은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에 선정되었으며 중국, 대만 등 여러 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 세상 밖에서 고군분투하며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갈 때, 오직 나만 존재하는 곳에서 태평한 외톨이가 되기를 꿈꾼다. 이때의 ‘방’은 꼭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어도 괜찮다. 어쩌면, 『혼자 있기 좋은 방』 속 그림 한 점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멈춤, 짧은 위로를 선사받을 수 있다. 

『나를 위로하는 그림』으로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우지현 작가의 신작 『혼자 있기 좋은 방 : 오직 나를 위해, 그림 속에서 잠시 쉼』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화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우지현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한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미술 관련 글들을 써오며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미술 작품들을 꾸준히 소개하고 있는데, 『혼자 있기 좋은 방』을 통해 ‘방’과 관련한 아름다운 명화들을 보물창고를 열 듯 펼쳐 보이고 있다. 

방은 매우 사적인 곳과 동시에 세상의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며, 한 개인의 수많은 사건과 시간이 담겨 있는 곳이다. 또한 우리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다. 우지현 작가는 많은 화가들이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캔버스에 담으며 혼자 있는 시간과 공간의 중요성을 일깨우려 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혼자 있기 좋은 방』을 집필했다. 

『혼자 있기 좋은 방』에는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 제임스 티소의 「요양」같은 유명한 그림부터 파니 브레이트의 「기념일」, 헤럴드 나이트의 「호랑이가 갔을 때」, 지나이다 세레브리아코바의 「화장대에서」, 그웬 존의 「파리 예술가의 방 코너」 등 다양한 명화 145점이 실려 있다. 특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림들을 대거 수록하여 새로운 명화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한 ‘글쓰는 화가’로 이름을 높이고 있는 작가답게 담담하면서도 서정적인 사유가 돋보이는 글을 선보여 그림과 삶을 잔잔히 이어주고 있다. 

조용히 숨고 싶을 때, 완벽한 휴식이 필요할 때, 혼자 울고 싶을 때, 어디에선가 오래 머물고 싶을 때 『혼자 있기 좋은 방』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그곳에서만큼은 원하는 만큼 쉬고, 침묵하고, 산책하며 그림이 전하는 위로를 마음껏 누려도 된다. 

한 여성이 호텔방에 도착했다. 시간은 늦은 밤인 것 같다. 반쯤 쳐진 블라인드 아래로 보이는 캄캄한 바깥 풍경이 이러한 사실을 알려준다. 방에 들어오자마자 무거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은 여자는 옷을 대충 벗어 소파에 걸치고, 구두는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속옷을 벗는 것도 버거울 만큼 지친 것일까. 코르셋을 풀지도 않은 채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한없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기록에 따르면 열차 시간표이다. 표정에는 설렘보다는 망설임이, 기대보다는 걱정이 드리워져 있다. 정의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이다. 

내면 깊이 숨어 흐르는 감정.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연약하고 거대하며 복잡한지 생각하게 된다. (p.35) 

위 글은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봤을 유명한 그림, 에드워드 호퍼의 「호텔방」에 대한 묘사이다. 물리적 공간에 인물의 심리적 관념을 불어넣은 이 그림은 호텔방이란 장소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누군가 떠난 곳에 누군가 머무르며 같은 공간을 따로 공유하는 호텔방. 그곳에서 우리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한없이 자유로워지며 타인의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혼자 있기 좋은 방』은 그림 속 ‘방’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연들을 통해 우리 삶의 면면을 돌아보게 하고, 혼자의 가치를 발견하게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방이란 단지 침실, 욕실, 거실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카페, 지하철, 백화점, 미술관 등 우리가 평생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간이 모두 포함된다. 그 모든 곳에서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생을 구축해가기 때문이다.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그림 속의 이야기는 우리를 하나의 삶과 마주하게 하고, 그림을 우리의 삶으로 끌어오게 한다. 레서 우리의 「카페바우어에서의 저녁」을 보며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기도 하고, 헤르만 페너베머의 「책벌레」를 통해 침실에 쌓은 자기만의 시간과 기억을 떠올린다. 페테르 일스테드의 「침실에서」는 익숙한 불면의 밤에 찾아오는 두려움을 달래주고, 다니엘 가버의 「과수원 창문」은 일상의 행복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지현 작가의 말처럼 ‘좋은 그림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그림과 관객을 단단하게 결속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히 필요하다면, 오직 나만을 위해 열리는 『혼자 있기 좋은 방』 속 방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 되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갈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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