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데이터 자본주의... 폭발하는 데이터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재발명하는가
[신간] 데이터 자본주의... 폭발하는 데이터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재발명하는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6.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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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역사에서 자본주의는 기업과 금융가들만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데이터가 불러온 혁신 덕분에 모든 것이 변화를 겪고 있다. 이 책은 데이터가 풍부한 이상적 시장이 다가오면서 시장의 ‘황금시대’가 자리 잡혀 가는 변화의 과정을 잡아냈다. 넘쳐나는 데이터는 우리를 점점 더 부유하게 만들었고 인간이 원하는 것, 필요한 것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는 과거에 시장을 돈과 가격으로 단순화시켰던 것에 비하면 획기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이전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으며, 만약 ‘풍부한 데이터’가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면, 어떤 식으로 자본주의를 재창조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특정 종류의 시장, 즉 가격과 화폐 기반 시장의 결과다. 시장은 인간 협동을 위한 매우 강력한 사회 메커니즘으로 탄력성을 비롯해 많은 장점이 있지만, 기능하는 시장은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한다. 모든 판매자와 구매자는 어떤 거래를 취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한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개인의 필요와 선호에 관한 많은 정보가 시장에 유통돼야 한다. 

그런데 그게 과거에는 너무 어려웠기에 사람들은 지름길을 발명했다. 모든 정보를 ‘가격’이라는 하나의 수치로 요약시킨 것이다. 그리고 가격 정보를 교환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자 시장에서 유통될 정보가 훨씬 적게 필요하고, 그 정보를 의사결정으로 전환하는 것도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축약된 정보는 세부적인 사항은 생략해버렸고, 세부 사항의 손실은 결과적으로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이처럼 우리는 가격과 화폐(돈)를 통해서 시장에 서로 정보를 제공해왔고, 금융자본주의는 어느 정도까지는 가격에 집중된 시장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것이 최적의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다양하고 풍부한 데이터로 가격을 대체할 때 시장을 개선하게 된다면 화폐(돈)와 가격의 역할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때의 경제는 더 이상 ‘자본주의’가 아닐 것이라고 저자들은 말한다. 

데이터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기존의 시장과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 사이의 가장 직접적이고 명백한 차이가 생겨났는데, 바로 시장 참여자 사이에 흐르는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책에서는 분산화 혹은 탈중앙화로 표현된다)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세 가지 기술이 있다. 표준적인 언어로서 기능하는 ‘온톨로지Ontology’, 선호도에 맞춰 최적의 거래 상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는 ‘매칭 알고리듬Matching Algorithm’, 포괄적으로 우리의 선호도를 포착할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할 수 있는 ‘머신 러닝 시스템Machine Learning System’이다. 

요즘 우리는 온라인에서 책이나 전자제품, 의류 등을 쇼핑할 때, 또는 여행지의 호텔을 정할 때 등 무수히 많은 결정의 순간에 상세한 검색 기능과 필터링 도구뿐 아니라 원하는 모든 특징을 고려하여 상품을 검색하고 조사하고 비교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해진 이유는 우리가 사용하는 기술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비용이 낮아지거나 저장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 아니라, 정보를 분류하고 범주화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자가 의류의 특징에 관한 데이터를 이용해 각 상품을 분류해 놓았기 때문에(데이터에 대한 데이터, 즉 메타데이터), 우리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원하는 크기, 옷감, 색상 등을 선택하여 원하는 것만 고르거나 원하지 않는 것을 걸러내어 선택지를 좁힐 수 있다. 유튜브 역시 마찬가지다. 동영상의 제목과 업로드한 날짜와 시간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라벨과 키워드를 동영상에 더하면 업로드하는 사람이 얼마나 적절한 키워드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나타난다. 아마존, 이베이 또한 소비자들에게 상품의 라벨과 범주화를 통해 손쉽게 필터링할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데이터 온톨로지는 화폐 기반 시장에서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 변화하는 데 중요한 도구로 작동한다. 

이 책에서 ‘매칭’이란 사용자의 선호도를 분석해 개별적이며 최적의 서비스(혹은 정보)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말한다. 쉬운 예로 스포티파이Spotify, 애플뮤직Apple Music, 멜론Melon 같은 음악 플랫폼을 이용할 때, 이전에 들었던 곡에서 사용자의 성향을 추론하여 선호도에 맞춘 새로운 곡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매칭 결과가 좋을수록 우리(사용자들)는 선호도 매칭 알고리듬을 시장이 제공하는 서비스 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저자들은 실은 이 지점이 애플,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이 노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하여 매칭 서비스가 시장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수록 나중에는 엇비슷한 스마트 매칭 기술을 채용하게 되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경쟁 우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으며, 그때는 매칭이 기본적인 서비스, 즉 시장이 제공하는 공익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런데 이처럼 풍부한 데이터의 흐름과 향상된 매칭 능력은 시장 참여자가 선호도를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을 데이터로 바꿀 수 있어야 실현 가능하다. 아마존의 뛰어난 상품 추천 기능을 생각해보면, 사실 그 전에 우리가 웹사이트에서 상호작용(우리가 어떤 상품을 보는지, 언제 얼마 동안 보는지, 어떤 리뷰를 읽는지 등)하는 과정에서 수집한 종합적인 데이터 스트림에서 얻어내고, 그중에서 선호도를 드러내는 고유한 데이터 패턴을 찾아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머신 러닝 시스템이 초기에 훈련을 통해 내부에 포함된 패턴을 찾아낼 수 있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은 피드백을 자주 받아야 구체적이고 변화하는 환경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적응하고 초기의 결과를 뛰어넘을 수 있다. 점점 ‘버전업’ 하고 있는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애플의 시리Siri,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캐릭터로 출연하는 자비스J.A.R.V.I.S. 같은 인공지능 비서나, 바둑의 신神이 된 알파고AlphaGo(리, 마스터, 제로), 인간을 상대로 포커 챔피언이 된 리브라투스Libratus 등이 그 증거다. 특히나 머신 러닝의 피드백 메커니즘은 진화를 거듭할수록 사용자의 선호도에(따라서 개인의 편향에도) 적응할 수 있어서, 조언은 물론 편향적인 결정을 내릴 때 경고를 해주며, 일상적이거나 반복적인 여러 가지 결정을 대신 내려주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뛰어난 데이터 기술이 발전이 분명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제4차산업혁명’이 한창 화제였을 때, 인공지능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라는 인식이 더 강했다. 인간이 하기엔 위험하거나 지나치게 단순한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좋지만, 인공지능과 극소수의 인간 관리자만으로 기업 운영이 가능한 미래는 거부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과 기업은 보다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를 확대할 것이고(책에서 예로 든 후코쿠생명의 보험사정인처럼), 전 세계적으로 경제활동참가율과 노동분배율은 점점 감소하는 반면 자본분배율은 증가하고 있다. 저자들의 표현처럼 명백히 ‘미래에는 인간이 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며, 이는 피할 수 없는 변화다. 

그렇다면 일에 대한 우리의 접근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에 대해 두 저자는 과거에는 화폐를 얻기 위한 이유가 지배적이었다면, 데이터가 풍부한 시장으로 이행하면서 일자리를 선택할 때는 일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기업은 나와 비슷한 가치를 존중하는 조직인지, 파트너와 가치 있는 사회적 교류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미래의 인간 노동의 핵심은 ‘고용’을 해체하는 것으로, 마치 CD에서 음원으로 앨범을 해체했듯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적 교류(가족과 시간 보내기, 자원봉사 등)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는 ‘부분적인 기본소득’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도 인간은 보다 자유로워진다. 머신 러닝 시스템의 도움으로 일상적인 의사결정에서 해방된 우리는 정말 중요하고 좋아하는 의사결정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잘 모르는 문제지만 알아볼 시간이 없어서 걱정되는 일 등 일부 골치 아픈 문제의 의사결정은 시스템에 맡기고, 우리는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에 얼마나 ‘수정’하고 싶은지만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단순한 이진법이 아니라, 선택의 다이얼을 돌려 우리가 원하는 만큼 도움을 얻는 방식이다. 즉 ‘선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저자들의 미래상이 자못 낙관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선택을 선택하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인간이 가진 힘인 동시에 책임이 따르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단순히 데이터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 중 하나로 결정지을 수 없는 미래인 것이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는 인간의 강점인 ‘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개인, 기업, 정부가 이전에 신뢰했던 수많은 단순화를 버리고 세상의 다양함을 수용할 수 있을 때 데이터 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처럼 과거의 산물로 퇴보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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