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 풍운의 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의 유언집
[신간]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 풍운의 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의 유언집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7.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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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종필 金鍾泌 은 일제강점기인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47년 서울대학 사범대 교육학부 2년을 수료하고 1948년 육군사관학교 8기로 임관, 주로 참모직을 역임하였고 1958년 육군본부정보참모부 기획과장을 지냈다. 6·25전쟁에 참전하여 압록강까지 진격하며 중공군을 포로로 잡는 등 무공을 세워 한국과 미국 정부로부터 여러 개의 훈장을 받았다. 

1961년 5·16을 주도했고, 초대 중앙정보부장(현 국가정보원장)에 취임해 정계에 입문했다. 1962년 정보부장 시절 ‘김―오히라 메모’로 대일 청구권을 타결해 14년간 지속된 한?일 회담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최초의 근대정당인 민주공화당을 만들었으며 1963년 제6대 국회의원에 당선(초선), 같은 해 민주공화당 의장에 취임했다. 

1979년 공화당 총재로 취임됐으나 신군부에 의해 정치활동을 금지당해 모든 공직에서 사퇴, 미국에 머물다가 1987년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며 정계에 복귀했다. 1990년 3당 합당에 참여하여 민주자유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했으나 1995년 민자당을 탈당하여 자유민주연합을 창당, 총재가 되었다. 

1961년부터 2004년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 40여 년간 한국 정치의 중심에 있으며 초대 중앙정보부장, 1971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과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시절 두 차례의 국무총리 역임했으며, 최다 선인 9선 국회의원을 기록하며 공화당?신민주공화당?민주자유당·자유민주연합 4개 정당의 총재? 대표라는 전무후무한 경력을 남겼다. 2004년 정계를 은퇴한 그는 2018년 6월 23일 향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김종필은 생전에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 현대사의 중심에서 헌신과 성취의 이정표를 세우며 격동과 파란의 대한민국 정치사를 이끌었고, 보국(保國)?근정(勤政)?수교(修交) 훈장, 미국 동성훈장(銅星勳章), 중국 대수보훈장(大綬寶勳章) 등을 받았다. 별세 후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받았다. 

이 책은 대한민국 정치사의 산증인이자 거목인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단행본으로, 생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정치적 이념이나 갈등을 떠나, 지나온 삶을 통해 얻은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시대의 어른인 그가 한 자 한 자 짚어 내려가는 말 속엔 깊고 향기로운 삶의 정취와 온기가 가득하다. 92년 간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 그리고 미처 대답하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긴 모든 이야기에 스며 있어 묵직한 감동을 준다. 그가 말하는 삶에 대한 통찰과 혜안은 한국 사회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귀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근대사의 산증인인 김종필 총재의 유일한 대중서다. 이념이나 정치색, 편견과 견해, 옳고 그름을 떠나 올곧이 92년을 살아온 이 시대의 어른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은 모두를 위한 위로와 조언을 담았다. 돈과 명예, 부와 권력보다 소중한 가족 간의 사랑, 특히 본문 중 ‘여보, 멀지 않은 날에 갈 테니 외로워 말고 잘 쉬어요’는 먼저 떠난 아내에 대한 감동을 선사할 뿐 아니라 삶에서 가장 가치 있게 지켜 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 지독한 고난도 겪었기에 사람을 잃는다는 것, 어려움에 봉착해 그것을 이겨 내는 힘겨운 싸움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대중의 마음을 헤아리기에 충분한 경험을 가진 그다. 이를 바탕으로 국민의 행복을 책임진 현재의 정치인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이 책은 오직 남아 있는 우리 모두를 기꺼이 응원하기 위한 책이다. 

‘남아 있는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세요’, ‘그대에게 미래가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고마워하고, 행복하십시오’, ‘젊음보다 더 큰 자산이 어디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인생을 지켜 줄 역사의 선생을 찾으십시오’의 글에는 커다란 굴곡의 삶을 지나온 큰 어른인 그가 청년들에게 전하는 깊은 위로가 담겨 있다. 과거 위인들과 지도자들에게서 정치적 해법을 찾으라는 메시지에서는 정치적 선배로서의 조언이 포함돼 있다. 

마지막으로 책과 여행, 사색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 바로 자기 자신을 지켜 내는 일이라는 걸 상기시키는 짧은 영상편지를 남긴 저자는 오래도록 그를 그리워 할 누군가의 마음에 영원토록 남을 것이다. 

"나의 유한했던 정치 인생은 2004년 정계 은퇴 선언을 기점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이제 곧 저의 삶도 마무리될 것입니다.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이건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자신을 모두 태울 자격이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나는 완전 연소되어 재만 남았지만, 내 인생의 마지막은 종일 세상을 덥히다가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태양이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한평생 정치를 해 온 사람답게 모든 정치인을 위한 조언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 나라의 수장들과 정치인들의 공과를 엄격하고 구분되게 평가하자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도, 저자 자신도, 전두환 정권도 모두 공이 있고 과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그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해 임기 중 파면이 된 것을 보며 ‘정치는 단념의 기술’이라는 조언을 남기며, ‘정치란 해야 할 일은 어김없이 해내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단념하는 기술’이란 깊은 심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역사란 해서는 안 될 일을 함으로써 저지르는 과오들과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 빚어지는 잘못들의 기록들이며, 일의 완급과 선후를 가려 순리에 맞게 다스리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다. 결국 어제는 어제의 논리로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바탕이 돼 오늘이 이뤄진 것이므로 과거를 그대로 두고 공으로든, 과로든, 받아들여 전승하거나 또는 배척하거나 둘 중 하나로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대개 보수의 입장에 서 왔던 그다. 하지만 저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이념적으로 보수와 진보를 가를 때 보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옛 전통, 즉 보수를 가지고 지신(知新)하는 것을 취하면 여기서 개혁적 보수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또한 보수가 늘 보수 그대로 있으면 연못이 썩는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연못이 썩지 않으려면 늘 새 물이 들어오고, 오래된 물이 흘러나가면서 서서히 연못의 물이 바뀌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수에는 항상 새로운 것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저자는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초심을 품고 과거 정치인들로부터 다시금 지혜를 배울 때라고 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과오로부터 냉철함을 배우고, 해리 트루먼에게서 시대의 지도자상을 깨닫기를 바라며, 존 F. 케네디에게서 불꽃같은 열정과 윈스턴 처질의 위대한 봉사의 의미를 새기고, 샤를르 드 골에게서 애국의 길을 들여다보라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역사의 슬픔을 담고 있는 인물, 영친왕을 통해 우리 사회의 거짓 슬픔에 대해 경계를 당부했다. 

때로 세상을 살며 간절하게 스승을 구할 때가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생각의 혼란과 인생의 갈림길에서 더 나은 선택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일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언제나 인생은 소란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깊이 있는 조언을 베풀어 줄 스승이 그립다.  저자가 처음 이 책의 출간을 결심하게 된 까닭도 바로 이런 이유다. 자신 역시 과오가 많은 한 인간일 뿐이라는 겸손을 한껏 움켜쥐면서도 90여 년을 살아 본 선배로서 갖게 된 소신의 조언을 누군가에게 남겨 두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때 어떻게 해결책에 도달하게 되는지, 세상은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고작 100년을 사는 사람으로 자신이 죽음을 생각해 보고 행동할 것을 권한다. 인내해야 할 상황에서 잘 견뎌 냈을 때 얻게 되는 만족감과 참는다는 것은, 참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참을 수 없는 일을 참는 데 참의미가 있다는 역설로 우리를 설득한다. 모욕 앞에서 당당하고 정신의 일도를 지켜 내는 일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이 책의 모든 곳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간 그 본연의 마음가짐을 선하고 바르게 그리고 건강하게 지켜 내라는 조언들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삶에 지칠 때,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문 시대의 어른이 있었고 그로부터 깊이 있는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건 모두에게 축복이다. 저자는 한평생을 책과 함께 있었다. 언제나 오래된 고전들과 흥미로운 소설들을 가까이 읽었고 무엇이든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책의 출간과 함께 저자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짧은 영상으로 남겼다. 그 영상의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언제든, 어디서든, 책과 함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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