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다가오는 무질서의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살아남을 것인가
[신간]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다가오는 무질서의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살아남을 것인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7.26 06: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 피터 자이한 Peter Zeihan 은 지정학 전략가이자 글로벌 에너지, 인구통계학, 안보 전문가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주재 미국 국무부에서 근무했으며, 세계 최고의 민간 정보기업 중 하나인 [스트랫포Stratfor]에서 분석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2012년에 자신의 회사인 [Zeihan on Geopolitics]를 설립하고, 에너지 대기업, 금융기관, 농업 단체, 미군 등 주요 고객들에게 세계 정세 분석과 지정학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리학, 인구통계학, 경제학, 에너지, 정치학, 기술, 안보 분야의 전문 지식들을 결합해 고객들이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도록 돕고 있다. 저서로는 『21세기 미국의 패권과 지정학The Accidental Superpower』, 『셰일 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The Absent Superpower』가 있으며, 두 권 모두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2차 대전 후의 세계 질서를 규정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 
자유무역과 안보동맹이 쇠퇴하고 지정학이 부활한다 


2차 대전이 종결될 무렵 미국은 연합국 대표들을 미국의 브레튼우즈로 불러들여 전후 질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연합국 대표들의 예상과는 달리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대양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진영 내 모든 국가들에 자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더 이상 시장과 자원을 놓고 전쟁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나중에는 추축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에게도 동일한 혜택이 주어졌다. 대립하던 국가들 간에 지정학이 사라졌고, 모두가 경제 개발로 눈을 돌렸다. 한국과 같은 약소국도 수출을 통해 부국의 대열에 합류했고, 1970년대 브레튼우즈 체제에 편입된 중국은 경제적 도약을 시작했다. 

이제 2차 대전 이후의 세계 질서를 규정했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끝나가고 있다. 이 책에서는 브레튼우즈 체제의 본질이 소련 맞서기 위한 안보동맹 체제라고 말한다. 미국이 안보를 주도하는 대신 동맹국들에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체제였다. 미국은 이 체제를 이용해 자국의 상품을 떠넘기기보다는 동맹국들에게 미국 시장에 대한 일방적인 접근을 허용했다. 그래서 오랜 기간 미국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냉전은 이미 30년 전에 끝났다. 미국의 안보상황이 변했고, 미국의 안보정책도 변하게 된다. 이는 세계화된 자유무역 체제의 종언을 뜻한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종식과 함께 미국은 세계의 보안관 역할에서 물러나게 된다. 잃을 게 없는 핵무장 국가인 러시아로부터 유럽을 지키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 에너지의 유통을 보장하기 위해 중동에 군대를 주둔시키지도 않는다. 아시아 국가들을 위해 해로의 안전을 지켜주지도 않는다.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보호무역주의가 자리잡게 된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독일을 두려운 눈으로 지켜보게 된다.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명무실해진 틈을 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게 되고, 유럽 정세가 요동치게 된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한판 붙게 된다. 동아시아에서 미군이 떠나면 중국과 일본이 해상 주도권과 자원을 놓게 격돌하고, 한국도 어쩔 수 없이 이 대결에 휘말리게 된다. 미국이 있는 서반구를 제외하고 동반구 전체가 안보와 시장, 자원을 놓고 싸우는 거대한 지정학의 전쟁터로 바뀌게 된다. 

이 책에서는 다가오는 무질서의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공격적으로 변할 것인지를 예측하고 그러한 공격적인 국가들이 채택하게 될 전략과 한계에 대해 다룬다. 미국은 특히 러시아, 독일, 일본, 터키를 주시하게 되는데, 이들을 견제할 새로운 동맹 혹은 동반자 그룹을 구축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셰일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셰일 혁명은 어떻게 세계의 정치 지형을 바꿔놓을 것인가 


2012년초 [포린 폴리시] 지는 사설에서 앞으로 국제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 에너지붐American Energy Boom”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0년 전 국제정치의 화두가 “대테러 전쟁Anti-Terror Warfare”이었고, 10년전엔 “중국의 부상Rise of China”이었다면, 앞으로 “미국 에너지붐”이 국제정치의 최대 이슈가 된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하루 석유 수입량은 과거 1000만 배럴에서 200만 배럴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조만간 에너지 자급 상태에 도달한다. 

세일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미국의 셰일 에너지붐이 세계 질서에 미칠 충격도 혁명적이다. 미국이 브레튼우즈 체제의 핵심 고리 중 하나인, 에너지 유통을 보장할 이유가 없어진다. 중동의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세계와 거리를 유지해도 되는 이유가 된다. 미국이 더 이상 호르무즈 해협을 순찰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다. 반면 미국은 값싼 셰일 덕분에 엄청난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된다.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고 전기료가 싸지면서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으로의 힘의 집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미국과 나머지 세계의 연결은 더욱 약해지게 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인구구조의 역전이 시작되었다 
이제 성장의 시대가 종말을 고한다 


지정학적 변화와 셰일 혁명으로 세계 질서가 뒤흔들리는데. 그 충격을 몇 배로 증폭시킬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바로 전 세계적인 인구구조의 역전이다. 전 인구 연령층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고령화함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자본창출이 축소되며 경제가 위축된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베이비붐 세대가 경제에 기여를 하기보다는 부담을 주게 된다. 선진국들에 남아돌던 자본이 사라지고 소비 인구가 줄어든다. 원자재와 완제품 모두 소비가 폭락하게 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되고,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궁핍해진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위기는 유럽, 러시아, 중국, 일본, 캐나다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을 엄습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역동적인 인구구조와 고숙련 근로자의 이민을 통해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게 된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된다. 반면 미국으로서는 해외 시장에 연연할 이유를 찾기 어렵게 된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통해 나라마다 인구구조의 역전이 전개되는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예측한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었는가 
국가의 부와 권력을 결정하는 3가지 요소: 운송의 균형, 원양 항해, 산업화 


2차 대전 직후 미국은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했는데, 지금도 25%를 차지하고 있다. 1945년 이후 브레튼우즈 체제에 속한 모든 국가들에 시장을 개방해주고, 한 해에 5700억 달러(2017년 기준)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미국은 세계의 대양을 지배하고 있고, 어떤 국가도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 책에서는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결정적인 이유가 지리에 있다고 말한다. 

운송의 균형, 원양 항해, 산업화 이 세 가지 요인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세계 패권국의 운명을 바꿔왔는데, 비로소 미국에 이르러 최적인 입지를 만나게 된다. 특히 운송의 균형이 중요하다. 운송의 균형이란 한 국가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운송이 편리하고 효율적인가, 반대로 외부 세력의 접근은 얼마나 어려운가에 달려 있다. 운송의 균형을 이룬 국가는 내부 시장이 발달하고 국가가 통합되고, 자본 창출이 용이해진다. 외부로의 진출은 자유롭지만 외부로부터 침입 당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방대한 경작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 대부분이 17,600만 마일에 달하는 운항 가능한 수로와 연결되어 있다. 운항 가능한 수로의 길이만 놓고 보면 나머지 세계의 수로 길이를 합한 것보다 더 길다. 중국의 경우 운항 가능한 수로의 길이가 2000마일에 불과하다. 수로를 기반으로 엄청난 자본이 창출되고 국내 시장이 발달했다. 미국은 또한 양 대양에 접해 있기에 어떤 나라도 미국을 효과적으로 침공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은 세계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진출이 가능하다. 운송의 균형을 위한 완벽한 입지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최상의 지리적 입지 덕분에 1898년 이후 초강대국이 되었고, 2차 세계 대전에서 그 힘이 극적으로 발현되었으며, 전후의 세계 질서를 자신의 의지대로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21세기 세계 질서를 다시 한번 바꾸려 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허상인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와 함께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한 조건들이 허물어진다 


중국은 1970년 대 미국 주도의 반 소련 동맹에 가담하면서 브레튼우즈 체제에 편입되었다. 그것을 발판으로 경제적 도약을 시작했고, 21세기에 들어서 세계 제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브레튼우즈 체제 덕분에 성공했으나, 중국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브레튼우즈 체제는 와해될 수 밖에 없는 지점에 이르렀다. 그 어떤 패권국도 자신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에게 자국 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미국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브레튼우즈 체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서나 그 가능성이 존재할 뿐이다. 만약 브레튼우즈 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 중국은 패권 도전이 아니라 자국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중국은 현재 GDP의 15%를 직간접적으로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고, 필요한 석유의 2/3를 수입한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 중국은 석유, 원자재,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데 엄청난 난관에 직면하게 된다. 세계 2번째로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더 이상 나약한 국가처럼 굴지 않고 과거의 일본처럼 행동하게 된다. 유럽 못지 않게 사분오열되어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중국은 혼란스럽고 분열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에 호의적이지 않는 나라인 미국이 관리하는 세계의 경제적, 전략적 환경에 놓이게 된다. 결국, 중국은 과거 오랜 기간 그러했듯이, 통일된 하나의 중국을 유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21세기 미국의 패권은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가 
무질서의 세계에서 미국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가 


브레튼우즈 체제의 붕괴와 세계 질서의 변화로부터 미국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미국은 이 모든 위기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셰일 에너지, 역동적인 인구 구조를 가진 미국은 다른 대륙의 혼란으로부터 차단된다. 2015년 기준으로 수출이 미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이고, 그나마도 1/3은 북미자유무역협정 국가들과의 교역이다. 셰일 혁명 이후 제조업이 대거 미국으로 귀환하고 있다. 갈수록 미국의 해외 의존도는 줄어들고 있다. 세계는 무질서에 빠져들지만,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더욱 강해진다. 

미국은 세계 권력 구조가 어떤 양상을 띠든 해양을 지배한다. 미국의 해군은 나머지 세계의 해군력을 모두 합한 것보다 월등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이러한 월등한 해군력을 이용해 세계의 공유지를 지키고 있기에 자유무역이 유지되어 왔다. 미국이 해로의 안전 보장을 더 이상 최우선 과제로 여기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 어디든 개입할 역량을 지니게 된다. 

21세기에 어떤 나라가 과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은 일본, 러시아, 인도 같은 지역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데다, 현재의 해군력으로 공해에 접근하는 것조차 용이하지 않다.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유럽연합은 머지 않아 와해될 운명이고, 독일은 자원이든, 시장이든, 에너지든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러시아는 자국의 경제를 에너지 수출에만 의존하고 있고, 인구구조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본 역시 에너지와 자원에 접근하는 자국의 생명선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들이 어떤 식으로든 현상 변경을 시도하게 될 경우, 미국의 전략은 그것을 막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무질서의 세계에서 어떤 국가가 살아남을 것인가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한국의 전략적 선택은 미국의 줄에 서는 것이다 


지난 70년 동안 세계는 시장 접근과 원자재 공급원, 자본 조달에 대해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았다. 이제는 그 걱정을 하고 살아야 할 시대가 되었다. 기존 세계 체제를 유지하는 데 흥미를 잃은 미국이 무차별적으로 시장 접근과 안보를 보장해주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물자, 자본, 시장을 둘러싸고 나라들이 각축전을 벌이게 되고, 세계는 무질서에 빠져들게 된다. 무질서의 세계에서 안보와 자원,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살아남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는 상황이 오면, 한국에게 어떤 선택지가 있는가. 다른 아시아의 수출 주도형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어둡고 힘든 미래가 한국 앞에 놓여 있다. 한국은 이렇다 할 시장도, 자원도, 에너지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중국의 경제가 붕괴하면, 중국의 공급 사슬에 묶여진 한국도 타격을 입게 된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잡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그룹에 들어가는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을 동반자 그룹에 포함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석유와 원자재, 상품의 수송로를 보호해줘야 하고 시장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이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게 할 어떤 전략적 이점을 갖고 있는가. 중국이나 일본이 동아시아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새로운 지정학의 시대에 한국의 미래는 미국과 어떤 관계를 맺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 세계의 지정학과 한국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모든 독자들에 일독을 권한다. 닫기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