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전쟁의 재발견... 밑에서 본 전쟁의 역사
[신간] 전쟁의 재발견... 밑에서 본 전쟁의 역사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0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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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이클 스티븐슨은 영국의 군사사가, 저술가. 군사사 분야의 다양한 책을 집필했으며 ‘밀리터리북클럽(Military Book Club)’을 비롯하여 25년 넘게 군사 전문 잡지 편집자로 일했다. 《전쟁의 재발견》(2012)으로 군사학·전쟁사 분야 전문가들의 격찬을 받았다.  이밖에 주요 저서로 《3D로 보는 미국 내전》(2014), 《애국 전쟁: 미국 독립전쟁은 어떻게 싸웠는가?》(2008) 등이 있으며, 내셔널지오그래픽이 발간한 《전쟁터: 지리학과 전쟁술》(2003)의 엮은이로 참여했다.

선사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수많은 전투들에서 재발견하는 전쟁의 민낯 


《전쟁의 재발견》은 전쟁의 연대기이다. 선사 시대의 부족 전투부터 고대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쟁, 중세의 십자군전쟁, 유럽의 왕위 계승 전쟁, 미국의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 현대의 베트남전쟁과 이라크전쟁까지 다양한 전쟁과 전투를 만날 수 있다. 《전쟁의 재발견》은 전쟁의 시대적 양상에 주목한다. 병사들은 시대의 방식대로 죽기에, 죽음의 실체를 규명하는 과정은 전쟁의 시대적 특성을 드러낸다. 더불어 우리가 지닌 잘못된 선입견도 깨부순다. 고대의 전사들은 아킬레우스와 헥토르처럼 영웅적인 일대일 전투를 선호했을까? 중세의 기사들은 말 위에서 적군과 싸웠을까?

죽은 병사의 머리 가죽을 벗기는 짓은 원주민만의 전유물인가? 아군이 공습을 벌이기 전에 장애물을 제거하려고 쏟아부은 예비 포격은 과연 효과적이었을까? 《전쟁의 재발견》은 시대와 문화를 가로지르는 연결 고리를 포착한다. 말 탄 기사와 전차, 중세의 기사와 현대의 공수부대원, 미국 남북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의 유사성을 예리하게 통찰하고, 보병들에게 영웅적 행위의 의미와 병사들이 미신과 우정과 허무주의를 이용한 방식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죽음 앞에 선 병사들의 눈으로 되살려낸 전쟁의 진실 

《전쟁의 재발견》의 저자 마이클 스티븐슨은 전쟁과 관련된 객관적인 통계 자료와 연구서를 비롯해 참전 용사들의 회고록과 호메로스, 존 스타인벡의 문학 작품까지 샅샅이 섭렵하여 전쟁의 실제 광경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독자들은 고대 그리스의 보병이 되어 팔랑크스를 이루며 전진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중세의 기사가 되어 갑옷의 무거움을 토로하기도 할 것이다. 나폴레옹전쟁과 미국 남북전쟁에서는 대포의 굉음을 들을 것이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는 신무기들의 반동을 느끼거나 황록색 독가스에 기겁할 것이다. 미군이 되어 베트콩과 탈레반과 싸우며 ‘영웅적 전투’의 소멸과 ‘비정규전’이라는 새로운 전통의 확립을 목격할 것이다. 이로써 독자들은 전쟁의 박제된 이미지를 넘어, 피비린내 나는 수렁 속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병사들을 만날 것이다.

우리는 전쟁에 관해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기억하는가? 핵전쟁으로 멸망한 미래, 독재자 임모탄 조는 물과 기름을 차지하고서 인류를 지배한다. 임모탄의 곁에는 그를 신처럼 따르며 숭배하는 전사들, 워보이가 있다. 어느 날 한 익명의 워보이는 임모탄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기꺼이 명예로운 죽음을 택한다. 당당하게 죽음에 임하며 외치는 최후의 말. 기억해줘!(Witness Me!) 이에 동료 워보이들은 8기통 엔진을 상징하는 손깍지를 하며 대답한다. 기억할게!(Witness You!) 그러나 기억했을까? 기억됐을까?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남은 다른 워보이들은 희생한 전사를 조롱하고 비웃는다. 

《전쟁의 재발견》은 기억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전쟁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가 기록하는 전쟁의 원인과 결과, 전쟁의 승패, 전쟁의 전략과 전술은 너무나 논리적이고 너무나 차분하며 너무나 깨끗하다. 피가 낭자한 참혹함이나 진창의 더러움이나 살육에서 오는 쾌락과 체념과 죄책감의 복잡함이 부족하다. 우리는 전쟁을 너무나 낭만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뛰어난 전쟁사가 빅터 데이비스 핸슨(Victor Davis Hanson)은 전쟁을 “기관총의 총탄이 사춘기 청년의 이마에 박히는”, “이름 없는 갈리아인의 복부를 갈라 동맥과 장기를 도려내는” 일이라 고백한 바 있다. 이는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과 결단만으로는 환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전쟁의 재발견》은 바로 이 진실에 관해 담대하고도 솔직하게 기록한다. 

《전쟁의 재발견》은 본문이 시대순으로 정리되어 있다. 1장은 고대, 2장은 중세, 3장은 흑색 화약의 시대, 4장은 미국 남북전쟁 시대, 5장은 식민지전쟁 시대, 6장과 7장은 각각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다루고, 8장은 현대를 배경으로 삼는다. 이외에도 이 책의 주제와 서술 방식을 설명하는 머리말과 독자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두 개의 부록이 실려 있다. 첫 번째 부록은 저자가 전장 의학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한 글이다. 죽이기 위한 전쟁터에서 역설적으로 살리려고 애쓴 구원의 역사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움을 더할 것이다. 두 번째 부록은 본문에 등장하는 주요 전쟁과 전투를 정리한 것인데, 싸움의 원인과 승패의 결과가 주 내용이며 한국어판에만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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