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가짜 진보가 안보 좌지우지하면 국가적 재앙 될 것”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가짜 진보가 안보 좌지우지하면 국가적 재앙 될 것”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1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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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 진보세력 연구’ 증보판 낸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전 고려대·세종대 석좌교수)이 2009년 펴낸 <한국 진보세력 연구> 개정증보판을 이달 7월 발간했다. 한국의 이른바 진보세력이 해방 이후 60여 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시대별로 추적해 그들의 활동상을 다룬 초판에 그 이후 변화상을 더했다. 17대 대선부터 올해까지 한국 진보세력이 걸어온 길과,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평가했다.

그가 증보판에서 다룬 내용은 이렇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참패한 진보좌파 진영의 혼란에서 시작해 야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새 진보의 길’ 모색, 2008년 총선 참패 후 불거진 노선 싸움, 2010년 지방선거 압승 후 당명 교체, 2012년 문재인 대선 후보의 패배, 대선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의 부상 등을 살핀다. 이 시기,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벌어진 종북주의 청산 논쟁, 평등파 집단 탈당과 진보신당 창당 등도 살폈다. 통합진보당의 해산 과정을 역시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촛불 시위, 세월호 침몰 사건과 박근혜 퇴진 운동 등을 거쳐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진보좌파 진영이 어떻게 결집했는지도 기록했다. 박 전 대통령 축출의 5단계, 즉 ‘최순실 게이트 언론보도-촛불 시위-국회의 탄핵소추안 결의-헌재의 파면 결정-구속’ 등의 과정을 재점검한다.

그 과정에서 태블릿PC 보도 의혹, 국회와 헌재의 졸속 결정, 언론의 태극기 집회 묵살 등도 지적한다. 검찰이 기소한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정농단, 부패 혐의가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 무혐의가 된 것을 언급한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무조건 옹호하지 않는다. 국가통치자로서 좌파와의 권력투쟁에서 보인 뼈아픈 무능과 독선적 국정운영 행태, 야당과 언론과의 불통 문제 등도 지적한다.

남 이사장의 <한국 진보세력 연구>는 2005년 처음 펴내고 2011년에 증보한 역저 <한국 보수세력 연구>과 균형을 맞췄다. 한국 보수 지성계를 깨우는 역작이다. 미래한국은 남 이사장과 인터뷰에서 증보판을 낸 소감을 들어봤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전 고려대·세종대 석좌교수)

- <한국 진보세력 연구>의 초판이 2009년에 출판되고 개정증보판이 9년 만에 나왔습니다. 어떤 취지와 목표로 개정증보판을 쓰셨는지요?

초판은 2007년의 17대 대선에서 진보세력이 패배해 정권을 보수세력에 넘겼을 때까지의 한국 진보세력 역사를 서술한 것인데, 2017년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가 일어나 정세가 일변했습니다. 보수세력 집권 9년 만에 문재인의 3기 진보정권이 등장하고 때마침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도 완성단계에 이르러 국가 위기 상황이 빚어짐에 따라 서둘러 개정증보판을 내게 된 것입니다.

책 마지막의 제5부가 이번에 새로 쓴 부분입니다만 나라의 운명을 손에 쥔 문재인 정부가 등장하는 과정을 내가 본 대로 서술했습니다. 이를 위해 촛불시위와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과정과 박근혜 구속수사의 문제점, 그리고 언론의 불공정보도의 문제점도 짚어 봤습니다. 그리고 문재인과 노무현의 다른 점과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중간평가를 시도해 봤고요. 물론 이런 문제들을 분석하느라고 저자로서는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렇기는 하나 책 내용에 대한 평가는 어디까지나 독자들이 하겠지요.

박근혜 정권은 이념전쟁에서 패한 것

- 진보 정권인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째인 올해 봄까지 약 10년을 대상으로 연구하셨는데, 이 기간 동안 진보세력은 어떤 이념적, 정치적 변화가 있었습니까?

우선 정치세력을 보수와 진보로 나누는 이론적 근거부터 설명해야겠습니다.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그 편이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기준으로 해서 좌우로 나누는 것보다 포괄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환경, 여성, 낙태, 안락사, 동성결혼 등등 여러 문제들은 좌우 기준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진보 보수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편리합니다. 학계 일부에서는 좌파정당을 진보세력으로 구분하는 것을 용어 혼란이 아니냐고 걱정을 합니다만 그렇지가 않습니다.

해방 직후 모든 좌파정당들은 스스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했지요. 김일성도 1945년 9월 여운형에게 밀사를 보내 “해방된 조선이 나아갈 길은 진보적 민주주의입니다”라고 통고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 아래서 당시 좌파가 만든 건준(건국준비단체)과 인공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된 민족진영의 총결집체인 ‘국민대회’는 강령에 “보수 진보 두 갈래의 정당을 만들어 민주주의 방식에 의한 정당정치를 실현한다”는 항목을 넣었습니다.

물론 1945년 그 시점에서는 박헌영의 조선공산당이 폭력투쟁을 벌이지 않을 때였습니다. 박헌영이 1946년 10월 대구 폭동을 계기로 폭력혁명 노선으로 나갔기 때문에 더 이상 국정의 동반자가 될 수는 없었지요. 우리가 흔히 부르는 ‘진보정당’, ‘진보세력’이라는 단어는 ‘진보주의정당’, ‘진보주의세력’의 약칭입니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 민주주의, 그리고 자유와 인권, 생명존중이라는 가치를 저버리는 자칭 좌파들과 맹목적인 종북 세력을 ‘가짜 진보’, ‘위장 진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예컨대 북한의 인권을 외면하는 세력은 가짜 진보세력입니다. 과거 운동권 출신 중에서 아직도 민족지상주의 같은 낡은 생각을 안 버린 세력들이 국가의 안보와 통일문제를 좌지우지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이번 개정증보판에서 지적을 했지요. 그리고 보수세력은 미국의 보수세력처럼 보수의 가치에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동성결혼이 진보사상인지는 몰라도 건전한 보수세력은 그런 진보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 진보정부 2기 노무현 정부 및 친위세력과 3기 진보정부 문재인 정부 및 친위세력에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나는 큰 변화를 보지 못합니다. 현재의 친여세력의 많은 수가 노무현 당시의 핵심세력입니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3기 진보정부 탄생에 있어서 어떤 과도 기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지난 보수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십니까?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시위로 멍이 들고,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사건으로 끝내 와해되었지요. 촛불을 든 국민들은 순수한 일반 국민들이지만 촛불집회를 조직한 세력은 반국가단체 구성원을 포함한 광범위한 진보세력입니다. 박근혜 탄핵에는 그의 통합진보당 해산조치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는 이념전쟁에서 패배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진보세력은 이들로부터 정권을 쟁취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결국 그것은 보수세력의 비극이라 하겠습니다.

- 한국의 진보정부, 혹은 진보세력과 서구의 진보가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

1919년에 설립된 상해임시정부를 정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1948년에 탄생한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 대한민국이 태어나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데서 드러나듯 한국의 많은 자칭 진보세력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지요. 역사적으로 볼 때 상해임시정부는 좌우합작정부였는데 혹시라도 우리가 통일을 위해 이 같은 좌우합작을 생각한다면 그것은 위험천만한 생각입니다. 지금은 1919년이 아니고,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21세기입니다.

- 한국 진보세력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의 문재인 진보정권이 북핵 위기를 맞아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국가 안보와 평화를 지키고 우리 헌법에 규정한 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그 미래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입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결합인 동시에 공화주의이기도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아무리 시급하고 중요하더라도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도 강조했습니다만 우리의 통일 방안은 연방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남북 간에 교류와 협력을 심화해서 상당한 동질성이 생겼을 때 남북연합방식으로 평화 공존을 하면서 궁극적인 통일을 지향해야 합니다. 미군 철수를 위한 방편으로 북이 내세우는 연방제의 속셈을 간파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역사적 책임은 아주 큽니다. 앞으로 우리 민족이 동북아의 우뚝한 존재로 만드느냐 여부가 문재인 정권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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