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2 ...최영도 변호사의 유럽 미술 산책
[신간]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 2 ...최영도 변호사의 유럽 미술 산책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8.12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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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최영도는 변호사, 호 겸산(謙山), 1938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1965년부터 판사로 봉직하다가 1971년 ‘사법파동’의 여파로 1973년 법관 재임명에서 탈락했다. 이후 정치범과 양심수들을 변론하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겸 인권위원장,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한국인권단체협의회 상임공동대표, 한국인권재단 이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부이사장, 참여연대 공동대표를 지내며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시민운동에 힘썼다.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 설립을 주도하였고, 나중에 인권위 제2대 위원장을 지냈다.  2001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2018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명덕상 수상. 

미술품 감상과 수집, 클래식음악 감상, 세계 문화유산 답사에 각별한 쏟아 <앙코르, 티베트, 돈황>(2003), <토기사랑 한평생>(2005), 클래식음악 에세이 <참 듣기 좋은 소리>(2007), 아시아 고대문화유산 답사기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기파랑, 2017) 등의 저서가 있다. 우리나라 토기문화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원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25년간 수집한 토기 1,400여 건 1,7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 ‘최영도 기증실’에 남겼다.

명작엔 ‘문화와 사람’의 향기가 

저자에게 서양미술 하면 무엇보다 르네상스 이래의 ‘유럽, 근대’ 미술이다. 명작에는 작가의 삶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문화의 정신세계까지 오롯이 담겨 있다는 저자의 믿음과도 부합하는 미술이다. 책의 부제가 ‘유럽 미술 기행’인 이유다. 

책은 도쿄, 파리(5곳), 피렌체(2곳), 바르셀로나, 런던, 바티칸 등 6개 도시 11개 미술관의 소장품과 관련 작품들까지 200여 점을 엄선해, 생생한 컬러 도판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의 말대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예르미타시(에르미타주) 박물관을 제외한 유럽의 대형 미술관들은 다 섭렵한 셈”(5쪽)이다. 

서양미술을 다루는 책에 이례적으로 도쿄(도쿄국립미술관 내 ‘마쓰카타 컬렉션’)가 포함된 것은, 20세기 초 유럽에서 프랑스 근대미술작품을 다량 수집한 한 일본 기업인의 흥미진진한 수집기와, 그 결과 탄생한 컬렉션의 퀄리티가 남다르기 때문. 

서양미술 감상기를 책으로 엮기로 결심한 계기가 된 것은 엉뚱하게도 1998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인권선언 50주년 기념행사였다. 당시 한국 민변 회장 자격으로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필자는 기간중 매일 아침과 낮에 파리 소재 미술관들을 답사하고, 오후 늦게부터는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강행군을 했다. 

“큰 미술관이라 하더라도 20점 이내의 작품만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6-7쪽)이라는 평소 지론대로, 가기 전에 작품을 정하고 자료를 훑으며 예습하고, 가서는 작품을 보며 꼼꼼하게 메모하고, 돌아와 보충학습한 결과가 이 책의 제1권, 파리 기행을 겸한 5개 미술관 감상기다. 

화려함 뒤에서 ‘인간’을 묻다 

감탄하며 작품을 보면서도 변호사로서, 천주교와 개신교를 오간 기독교인으로서 저자의 의식이 언뜻언뜻 드러나기도 한다. 

 “이 그림(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앞에 서면 나는 4.19, 5.18, 6.10 등 한국의 민주화투쟁을 상기하며 그날의 감격과 비탄을 회상하지 않을 수 없다.”

“하느님의 집은 과연 이렇게 장엄하고 화려해야만 했을까? 예수의 생애와 사상에 장엄이나 화려라는 단어는 없다. 문제는 번드르르한 외양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고매한 정신, 즉 ‘사랑’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미술 애호가라면 방대한 박물관.미술관과 컬렉션들을 가진 나라들이 부러울 것은 당연지사. 바티칸에서 새 교황이 선출될 때까지 추기경들이 갇혀 지내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콘클라베’를 소개하며 “나도 한번 며칠 갇혀서 시스티나의 그림들을 실컷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자다. 

그러나 그보다 몇 배 더 부러운 건, 문화선진국들의 ‘돈 쓸 줄 아는 부자’들의 미술품 수집과 기증 풍토다. 일본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내 ‘마쓰카타 컬렉션’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면서 “왜 한국에는 마쓰카타 같은 거인이 없을까”라며 한탄하고, 프랑스 탄광재벌 마르모탕 부자, 의사 벨리오 부녀, 화가 모네의 아들, 화상(畵商) 조르주 부자 등의 ‘기증의 선(善)순환’이 빚어 낸 최고의 모네 컬렉션 마르모탕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참으로 멋지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탄식한다. 

그런 부러움이 저자 자신 2대에 걸쳐 모은 우리나라 원삼국~조선시대 토기 1,700여 점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최영도기증실’을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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