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경제 1년,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경제
좌파 경제 1년, 아직도 꿈속을 헤매는 경제
  •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 동양대 교수
  • 승인 2018.08.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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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모델, ‘J 노믹스’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이른바 ‘J노믹스’는 정부가 재정을 확대해 경제를 주도하는 '케인즈 모델'과 일자리와 가계 소득을 늘려 성장을 만들어 보겠다는 ‘소득주도성장론’의 결합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소득을 지원해 소비를 촉진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면서 고용을 늘린다는 것,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힘을 강화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성장의 핵심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수를 감안하면 고용이 드라마틱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을 중소기업 성장 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대대적인 벤처 육성도 추진한다는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을 증가시켜 소비증가를 통해 국내시장을 확대해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정책이다. 구체적으로는 최저 임금을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하고 청년들에게는 구직 촉진 수당을 월 3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 임대주택을 매년 13만 호씩 확보해 주거비를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좌파가 줄곧 주장해온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것은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 <임금주도 성장론: 개념과 이론 정책(2012)>에서 등장한 후 OECD, 세계은행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나 미국의 오바마 정부에서도 내수 부양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내수주도형 성장이 이론적 근거이기도 하다. 즉 임금을 상승시켜 소비 증가를 유도해 총수요를 증대시켜 투자를 촉진하고 고용을 늘리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소득주도성장론으로 경제를 회복하거나 경제적 성공을 이룩한 나라는 없다. 이런 류의 정책은 포퓰리즘에 기반한 것으로 그리스와 라틴아메리카가 주로 시행해왔던 것인데 결과는 참담한 경제 파탄과 국가부도로 이어졌다.

'J노믹스'의 다른 날개인 재정확대는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경기불황기에 흔히 사용되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나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적극적인 재정확대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트럼프노믹스를 기반으로 법인세 인하 등 감세와 국내기업 투자의 활성화, 해외 투자 유치 등으로 크게 회복된 상태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무분별한 재정확대 정책이 소득주도성장과 결합해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즉 재정확대에 의한 정부주도형 고용확대는 일시적으로 가능하지만, 다른 정책들이 기업을 옥죌 경우에는 투자지출이 격감하게 되기 때문에 고용증가 효과를 상쇄하게 되어 국가 부채만 늘 수밖에 없다. 재원 확보도 심각한 문제지만 정부지출이 확대되면 민간지출이 감소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투자가 위축된 상태에서는 기업의 투자지출이 더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법인세로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어 해외투자가 증가해 고용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형 성장이라는 환상

소득주도형 성장에 대해 어느 일간지의 시사만평가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예쁘고 매력적이라서 사랑하게 되었지, 사랑하니까 예쁘고 귀엽게 되었다는 게 아니지”라고. 결론부터 말하면 임금 인상 때문에 성장한 게 아니라 성장했기 때문에 임금이 오른 것이다.

경제학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소득주도성장론은 세계적 금융 위기(2008)를 맞아 주목을 받았다. 주류 경제학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도성장이 근로자 소득 증대로 퍼지는 '낙수 효과'를 신봉하는 반면, 소득주도성장론은 소득 증대가 분수처럼 올라가 성장을 이끈다는 '분수 효과'를 내세운다.

필자가 이미 다른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분수효과나 낙수효과는 그 자체로는 큰 효과가 없고 다른 정책적 결합에 의해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가령 트럼프노믹스는 낙수효과에 감세 정책을 가미하고 보호무역으로 국내산업을 보호하면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와 대비해 분수효과는 이론적 아름다움에 비해서 실효성은 극히 의심스럽다. 임금이 상승하면 그만큼 기업이 손해를 보면서 묵수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 이탈하거나 소비자에게 전가시킴으로써 물가를 상승시킨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용이 늘어난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거나 폐업하면서 고용참사가 일어나게 된다.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J노믹스'의 결과 ‘고용 대참사’가 일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여기에 재정확대 정책을 강화하면 그 만큼 국가부채도 늘어날 뿐만 아니라 세금을 더 내게 된 국민은 소비를 줄이게 됨으로써 이중 불황 상태에 돌입한다. 이 경우 사회 전반의 경기가 침체되므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이 늘어난 근로자조차도 소비를 줄이게 된다. 결국 국가경쟁력도 약화되어 더 심각한 악순환이 반복된다.

총수요의 증대는 임금을 인상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생산성은 낮은데 임금 인상을 강요하면, 결국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고용참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결국은 투자·고용 따른 수요증대가 정답일 수밖에 없다(한국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절반에 미치지도 못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투자·배당·임금을 안 올리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왜냐하면 시장 상황이 좋으면 저절로 투자는 증대하는 것인데 그 기초를 무시하고 무조건 투자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기업 죽이기’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기반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근로자 임금을 인상하면 수요가 늘어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가난한 근로자들의 임금을 높여주면 이들은 당장 생계를 유지해야 하므로(경제학적으로 말하면, 현재 시간 선호가 높으므로) 일단 임금의 상당 부분을 소비해야 한다. 따라서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의 가장 큰 맹점은 이 근로자들이 절대 해고되어서는 안 된다는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극단적으로 임금이 올라가 근로자의 절반이 해고되면 한계소비성향과 관계없이 소비는 격감하게 된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그런 형태로 가고 있다. 즉 해고는 늘어나고 물가도 올라 최저임금을 받은 소비자의 실질소득도 늘어나지도 않고 실업자만 양산하므로 경제 위기가 심화되는 것이다.

참고로 노무현 정부 때도 복지비 확대 등을 통해 소득을 늘려줬지만 그것이 경제활성화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한국과 같이 급격하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서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이 바로 소비할 것이라는 것은 심각한 착각이다. 오히려 돈을 더 저금해 미래에 대비하려 할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상품권으로 지급해 소비를 진작시키려 했는데 사람들은 이를 현금으로 바꿔 금고에 넣고 말았다.

또 최저임금은 현재 기업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좌파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수많은 영세업자들이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임차료 인상, 최저임금 인상,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와 경쟁'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며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4월 상가정보연구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국 8대 업종(관광·여가·오락, 부동산, 생활서비스, 소매, 숙박, 스포츠, 음식, 학문·교육) 폐업률은 2.5%로, 창업률(2.1%)을 앞질렀다. 새로 생겨나는 업소보다 사라지는 업소가 많다는 것이다. (매일경제 2018. 7. 11)

경제학적으로 보면, 소득주도성장론이 성공하려면 기업들이 비용의 증가나 정부의 압박 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얌전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용 상승으로 인한 국제 경쟁력이 악화될 때 기업이 국외로 탈출하는 상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투자 유인책도 없이 오로지 강압적으로 투자를 하든가 아니면 “지금까지 번 돈을 다 토해내라”는 식으로 기업을 몰아붙이면 기업들은 조용히 해외로 빠져나갈 궁리만 할 것이다.

차라리 사회주의 혁명을 해서 대기업을 국유화하지?

지난 7월 13일 집권 여당의 홍영표 원내대표는 기업의 조세 부담이 가계에 비해 낮다는 점을 언급하면서“삼성의 지난해 순이익이 60조 원인데 이 중 20조 원만 풀면 200만 명한테 1000만 원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의 원내대표가 이런 정도의 인식을 하고 있으니 나라 경제가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다. 차라리 사회주의 혁명을 하여 삼성을 국유화하자는 말로 들린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하루 잔치를 위해 죽이자는 말이다. 실제로도 국세청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는 7조 7324억 원인데, 전체 법인세수(59조 2000억 원) 중 13.1%에 달하는 금액을 삼성전자 혼자 부담했다. (한국경제 2018. 7. 13)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임금이 1988~1993년 6년간 연평균 20%씩 상승했다. 그 결과 해외투자액이 1990년 처음 1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한국기업의 해외탈출이 시작됐다.(한국경제 2015. 3. 19) KBS 보도에 따르면, 2016년 한국기업들의 해외공장 설립 건수는 1년에 수백 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연간 13만 명의 고용손실이 발생했다. 즉 한국에 공장을 세웠으면, 13만 명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남 좋은 일만 시킨 것이다. 2001년에서 2013년 동안 무려 166만 명의 고용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심각한 청년실업이 더 악화된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연간 국내생산은 해외생산의 70% 정도에 불과하다. 왜 자꾸 기업들이 외국으로 나갈까? 강성노조와 각종규제 등으로 사업 환경이 나쁘고 지속적인 임금인상 등으로 비용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인건비의 경우 독일의 폭스바겐 인건비가 7840만 원, 일본의 도요타가 7960만 원인데 비해 현대자동차는 무려 96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KBS 2016. 9. 18)

꿈속을 헤매는 여당대표, 원내대표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단순한 정책의 변경이 아니라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이고 수년 전부터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경제 체질의 혁신이기 때문”이라고 하여 엉뚱하게도 고용악화 원인을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닌 지난 정부 때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탓이라고 주장했다. 당대표가 된 이해찬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린다고 26~27조 정도를 쏟아 부었거든요. 그 돈을 아마 4차 산업혁명 쪽으로 그 당시에 돌렸으면 지금쯤은 기술 개발이라든가 인력 양성이 많이 돼서…”라고 하여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투자에 고용악화의 책임을 돌렸다. 또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산업 전반의 구조 개선을 소홀히 한 채 건설 및 토건 SOC사업에만 집중했습니다”라고 지원사격을 했다.(TV조선 2018. 8. 20)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먼저 이해찬 대표의 말이 얼마나 황당한지 봐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신기술·신산업의 출현을 막는 낡은 규제를 푸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당시의 민주당(현재 여당)은 서비스 분야 규제를 푸는 서비스산업기본법이 병원을 영리화한다는 이상한 논리로 끝까지 막았고 드론·자율주행차 등의 규제를 풀어줄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원격(遠隔) 진료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의료법 개정안, 인터넷 전문 은행 특례법 역시 극심하게 반대했다. 벤처업계와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낡은 규제다. 이 규제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해외로 탈출한 것이다.

당시 상황을 정규재 주필은 “그 동안 국회와 정부가 한 일은 게임산업을 바보로 만들고, ‘단통법’을 만들어서 통신회사만 부자로 만들었다. ‘서비스 발전법’을 다 틀어막았고, 유통혁신 또한 모두 틀어막았다.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목이었다. 모든 형태의 기업투자를 막아 경기도는 수도권 규제로 인하여 말도 못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 같이 일자리를 다 틀어막고 있는 것이 야당(더불어민주당)이다. 그러니 사회가 역동적으로 돌아갈 리 있나? 모든 개혁법은 국회가 다 틀어막았으니 결국 야당 정치권의 책임이다.”(KBS 일요토론 2017. 1. 7)라고 했다.

이 같이 당시의 민주당(현재 여당)은 경제 살릴 법안들을 사사건건 발목 잡았다. 예를 들면 노동개혁법이며 서비스산업기본법 등을 몇 년씩 붙잡았고 입만 떼면 청년 실업을 운운하면서도 일자리 만들 법안도 막았다. 이런 식으로 방해하는 의회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남의 탓’은 노무현 정부 때 끝냈어야

지난 8월 25일 이해찬 대표는 “참여정부가 IMF 위기 때 IT 산업을 일으켜 경제를 살려냈다”며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어 국민소득 4만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문제는 ‘J노믹스’의 핵심 역량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고용창출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다른 칼럼에서 강조했듯이 좌파의 일관된 주장과 달리,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특히 대기업이 국가의 중요한 자산이다. 아무리 창의적 천재나 중소기업도 자본과 기술의 지원 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은 결국 수수깡 자동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은 결국 ‘돈 싸움’이다. 인공지능 등 연구 및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세계적 리콜 사태에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김기훈 소장(위비경영연구소)의 지적대로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초우량 대기업들의 격전장(조선일보 2017. 7. 31)”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을 핵심 역량으로 경제를 운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될수록,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부담과 같은 인건비가 증가할수록, 인공지능이나 자동화(기계화)로 인력을 대체하려는 중소기업들이 늘 수밖에 없어 고용 참사는 막을 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현 정권이 하듯이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고용이 늘어날 리가 만무하다. 개념적으로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 도대체 이해찬 대표는 무엇을 ‘지난 정부’가 잘못했다는 것일까? 오히려 현재 청와대 경제팀에 기업·금융 현장 경험자나 오랜 경험을 가진 경제 관료들의 분석과 조언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구조를 구성하고 있는지, 왜 법인세를 손질하고 감세를 한 트럼프노믹스가 극적인 경제적 성공을 가져오는지 그 간단한 경제 원리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현실성이 없는 ‘머리 속의 경제학’을 가지고 나라 경제를 이끌어 가려는 그 용기는 가상하지만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면 바로 ‘남 탓’으로 돌리는 짓은 노무현 정부에서 끝냈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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