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푸드헌터 이기중의 소멘 우동 소바 라멘 로드
[신간]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 푸드헌터 이기중의 소멘 우동 소바 라멘 로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03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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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기중은 서울에서 태어나 북촌 한옥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을 종교학과로 진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템플대학으로 유학을 가서는 영화와 영상인류학을 전공해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Wedding Through Camera Eye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로 미국인류학회에서 수상했으며, 인류학, 영화, 미디어에 관한 다수의 책과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문화인류고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각인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새롭고 색다른 음식을 찾아 세계를 누비는 푸드헌터(Food Hunter)이자 식도락가다. 수년간 ‘한국의 맛 연구회’와 궁중음식연구원에서 서울 반가음식과 궁중음식을 전수받을 정도로 우리 음식에도 관심과 애정이 깊다. 맥주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지닌 맥주통(通)이기도 해서 국내 맥주문화의 지평을 넓히는 데 많은 공을 세웠다고 자임한다. 그동안 130개가 넘는 나라를 여행했고, 여행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나누기를 좋아해 지인들에게는 여행 컨설턴트로, 학생들에게는 여행 전도사로 불리는 여행 작가이기도 하다.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하는 ‘지적 보헤미안’이다. 

다양한 분야의 저서가 있다. 먼저, 영상인류학 연구서로 《북극의 나눅》과 《렌즈 속의 인류》를 썼다. 일본어 학습서인 《일본어 WORD POWER I, II》, 《일본어 단어연구 33000》, 《일본어 문장연구 33000》도 펴낸 바가 있다. 여행 작가로서 《동유럽에서 보헤미안을 만나다》, 《북유럽 백야여행》, 《남아공 무지개나라를 가다》를 냈고, 맥주에 관한 책 《유럽맥주견문록》, 《맥주수첩》, 《크래프트비어 펍 크롤》을 썼다.

국수로 만나는 일본 구석구석 

오키나와를 제외하고도, 북쪽 끝 홋카이도에서 서쪽 끝 규슈까지 일본의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과 풍습, 문화를 갖고 있다. 음식문화 또한 지역마다 특색이 명확한데, 면요리도 마찬가지다. 
‘간사이의 우동, 간토의 소바’처럼 지역마다 서로 다른 면이 발달하기도 했지만, 같은 면요리라 해도 지역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발달했다. 그러니 후쿠오카에서 사누키 우동을 찾지 않는 게 일본 국수를 즐기는 제1의 덕목일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알아야 한다. 그 지역에서는 어떤 국수를 먹어야 할까? 

《일본, 국수에 탐닉하다》는 서로 다른 역사와 개성을 가진 소멘과 우동, 소바, 라멘을, 각각의 면으로 이름난 지역을 찾아다니며 소개한다. 여기에는 물론 소멘의 발상지로 알려진 나라현 사쿠라이시, 일본 3대 우동으로 꼽히는 이나니와 우동, 미즈사와 우동, 사누키 우동, 일본 소바의 상징 나가노의 신슈 소바 같은 유명한 곳이 망라된다. 한국인에게 그리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개성 있는 면요리를 내놓는 지역도 구석구석 소개한다. 예를 들어 이세 신궁의 참배객에게 내놓는 부드러운 면으로 유명한 이세 우동, 효고현 도요오카시 이즈시에서만 볼 수 있는 사라소바, 모리오카의 완코소바 등이다. 

일본 면 중에서 역사는 가장 짧지만 지역마다 서로 다르게 발달한 라멘은 거의 전 일본을 망라해 다루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일본 곳곳에서 꼭 맛봐야 할 면요리는 무엇인지, 어떤 지역에서는 왜 그런 방식으로 면요리가 발달하게 된 것인지 알 수 있다. 특히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나 시골을 여행하며 일본의 맨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여행자라면,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식당을 주로 소개하는 이 책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에돗코처럼 소바 먹기, 어떻게 할까 

이처럼 지역마다 색다르게 면문화가 발달한 일본이기에, 아는 만큼 면을 즐길 수 있다. 쓰유를 찍어 먹는 자루우동이나 자루소바 먹을 때, 면을 어느 정도나 쓰유에 담가야 하는지, 와사비나 파는 쓰유에 섞어야 하는지 면에 얹어야 하는지 같은 일반적인 방법에 국한된 게 아니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온 도쿄의 노포에서 과거 에돗코(江戶子, 도쿄 토박이)처럼 소바마에(소바를 먹기 전에 간단하게 즐기는 술과 안주)와 함께 소바를 즐기기에 좋은 안주는 무엇일까? 간사이 우동 특유의 국물 맛을 보려면 어떤 종류의 우동을 주문하는 게 좋을까? 

저자는 면요리 각각의 특징과 함께, 그 특징을 잘 살려 즐기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한편, 지역마다 개성 있는 면요리를 즐기는 재미가 있지만 한 가지 곤란함도 따른다. 면요리마다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즈모타이샤로 유명한 시마네현 이즈모에서 3단 혹은 5단 찬합에 담겨 나오는 와리코소바를 먹을 때는 쓰유의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모리오카 완코소바는 종지만 한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 소바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지만, 한 번 뚜껑을 닫으면 더 이상 먹을 수 없다. 또한 그 유명한 가가와현의 사누키 우동을 셀프점에서 먹으려면 미리 메뉴를 숙지하고 잔돈을 준비해 가는 게 좋다. 

저자는 먼저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면요리가 무엇인지 조사하고, 그 면요리를 가장 먼저 낸 가게와 지금까지 그 맛을 이어오고 있는 가게를 찾아가 직접 맛을 보았다. 음식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원형의 맛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발품 팔며 맛본 여러 면요리와 그러면서 만난 사람들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까지 곁들여진 맛깔나는 일본 국수 이야기는, 외래문화를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면서 자기화하는 일본문화의 단면을 읽어내고 있다. 

한편, 저자가 찾아간 모든 가게의 위치와 전화번호를 제공해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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