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 수 있는 보수 담론 생산하겠다”
“이길 수 있는 보수 담론 생산하겠다”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9.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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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인터뷰 |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정리·사진 | 고성혁 미래한국 기자
 

여의도연구원은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다. 당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여의도연구원은 복잡다기한 국정 현안의 이슈와 아젠다를 당론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그러한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김선동 의원(재선, 서울 도봉을)이 임명됐다. 김병준 비대위체제에서 당의 향도역을 맡은 김선동 원장은 어떤 전략과 비전을 갖고 있을까.

어쩌면 빙탄지간일 수도 있는 김영삼, 박근혜 두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였고 18대 국회 소장개혁파 그룹으로 알려진 ‘민본21’의 회원으로 활약하며 한나라당의 개혁과 정치 발전을 위해 소신 있는 활약상을 보여줬던 김선동 의원이기에 그의 정무적 능력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다. <미래한국>이 8월초 여의도에서 김선동 원장을 만나봤다.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김선동 여의도연구원장

- 보수 한국당의 지지율이 바닥에 머물고 있지만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대해서는 국민 인식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 같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취임 일성에서 ‘여연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 비대위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기구’라며 여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비대위 출범 직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전격 임명되셨는데 임명 배경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학계 출신으로 우리나라 정치체계를 바라보면서 이념 가치체계 담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따라서 여의도연구원에 그런 분야에 적절한 사람을 찾은 것 같습니다. 저는 김병준 위원장과는 오래된 인연은 없지만 원내수석부대표를 할 때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체제 속에서 우리 보수가 어떻게 해야 나라에 대한 제대로 된 책무를 다 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 김 위원장께서 ‘이길 수 있는 보수의 담론’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공감대를 가졌고 그것이 여연 원장 임명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김병준 위원장과 얘기 나누신 ‘이길 수 있는 보수의 담론’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공감한 내용을 짧게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것이었습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과 가치, 우리의 노선 등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우리 보수가 그러한 담론을 제대로 체계적으로 정리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많은 국민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진보진영이라고 하는 좌파 쪽에서는 그런 담론을 생활 현장 속에서 늘 공유하면서 많이 확산을 시켜 놓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 보수는 그런 부분에서 너무도 게을리 했다고 봅니다. 사실 보수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안전하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체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다 놓치고 있었던 것이죠.

예를 든다면 비대위원장께서도 직접 말씀한 건대요, 평화로 가는 길이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현 정부처럼 북한을 믿고 신뢰하고 지원해줘 평화를 앞당기는 방법이 있겠죠. 그러나 북한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국방의 태세나 미·북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도 제재와 압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인데 제재와 압박 군사력만 중요하다고 할 경우엔 국민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죠. 그래서 ‘안전한 평화’ 우린 그런 담론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인권’의 담론도 우리 보수가 별로 말을 하지 않고 있어서 빼앗긴 담론인데, 실제로 우리가 인권 이야기를 할 때 보면 유독 북한인권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도 대한민국 대다수의 약자들, 그늘진 곳, 소수자들 이런 부분도 챙기겠다고 선언하고 그런 정책 패키지를 우리가 제시하면 상황이 역전되어 우리 자유한국당이야말로 한반도 전체의 인권을 논하는 세력이 되는 것이겠죠. 저쪽 세력은 이상하게도 한반도의 반쪽, 북한인권은 이야기하지 않는 그런 세력이 되는 것이죠.

평화, 인권, 노동 문제 등에 대한 새로운 담론

- 보편과 상식의 논리가 곧 ‘이길 수 있는 보수의 담론’이라는 말로 이해됩니다. 다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소통의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 담론을 공유하기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가요.

담론을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의도연구원의 제일 중요한 작업 중 하나가 지금 이 시기에 현실정치로서 자유한국당이 보수를 대변하는 데 많은 취약점을 노출했기 때문에 그것을 정비하는 것입니다. 담론에 대한 공감대를 우리 국민들과 공유하는 것이 우리의 지지도를 확산 확대 심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번째 방법은 역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현 정권이 근본적으로 잘못 가고 있는 분야, 특히 경제의 실패는 우리 모두가 실감하고 체감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으로도 희망이 없어 보이는 핵문제에서 불가역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오히려 경제 문제에 있어서 회복불능한 불가역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봅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상승시켜 놓고 주당 52시간 근로시간을 단축시켜 놓으면 과연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하고 그 실패를 세금으로 메꾸는데 그것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어떻게든 대안을 제시해서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의 경우 과거엔 ‘안보’라고 주로 표현했는데 저는 ‘국방’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현재 우리 국방은 거의 해체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에서 심각성을 국민들과 공유하면서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어떻게 저지해 낼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골조로 경제와 국방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 진단과 처방에서 얼마나 국민들에게 공감을 받느냐에 달려 있겠습니다. 다만 특히 탄핵 이후 언론과 국민들의 정서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황인데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과 공감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어떻게 접근하시겠습니까.

우리는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말로 ‘탓’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보수 한국당은 지금까지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것을 너무 당연시하기도 했었죠.

현실적으로 지금 언론이나 국민적 정서가 우리에게 엄청 불리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 정부가 하고 있는 국정 운영이 근본적으로 잘못 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의 운동장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노동의 분야도 현재는 일방적으로 빼앗긴 저쪽 좌파의 운동장 아닙니까? 그런데 노동이라는 삼각 피라미드 구조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집권세력들은 상층부의 귀족화 되고 정치화 된 기득권 노조와 함께 하는 그런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다수 건강한 노동자들의 권익과 복지를 신장시키는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 선언하고 가동한다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어 우리가 대다수의 건강한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당이 되는 것이고 저쪽이야말로 퇴행적이고 수구적인 기득권화 된 노동세력과 유착된 세력으로 역전이 되는 것입니다.

통일이라는 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통일이 정말로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에 대해 한 번도 담론 수준에서 진지한 토론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통일에는 3대 원칙이 있어요. 첫째가 자유통일입니다. 자유가 없는 통일은 하나마나 아니겠습니까?

두 번째는 북한의 개혁개방, 우리가 바로 통일이 되더라도 건강하게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이 됩니다. 세 번째 북한인권, 인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내버려 둘 수는 없지요. 이렇게 세 가지를 이야기했을 때 우리가 누구로부터 수구적이고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을 받겠습니까?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도 지나치게 말을 안하고 있어서 통일이라는 것도 저쪽 세력이 일방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영역처럼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러한 통일의 3대원칙은 우리가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지 김범수 발행인 (좌)이 김선동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우)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담을 했다.
본지 김범수 발행이(좌)이 김선동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우)와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담을 하고 있다.

- 보수가 위기라는 말을 합니다. 보수를 대표하는 한국당의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위기의 근본 원인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보수나 보수이념의 위기가 아니라 보수 정당 한국당의 위기라고 저는 진단합니다. 세계에서 보수가 대세인데 우리 대한민국에서만 보수가 실패한다면 말이 안 되죠. 우리가 시대의 흐름이나 국민의 열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거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당의 이름이 자유한국당입니다만, 이 ‘자유’라는 이름의 두 글자, 자유의 가치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인권이나 평화를 다 합치더라도 모든 것을 압도하는 보다 상위의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목숨 걸고 지켜내고 피를 흘려 지켜내야 하는 가치입니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북한의 3대 세습’ 같은 맨날 들어본 레코드 틀지 말고 ‘북한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을까 없을까’ 하는 것을 청년들에게 알려주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북한이 좋은지 아니면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이 좋은지를 좀 더 쉽게 알려주면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자유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가치인데 우리조차 자유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처럼 입에 다는 말처럼 레코드판 틀 듯하니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의 언어가 먼저 달라져야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당내 인적청산은 ‘칼’이 아닌 국민적 판단에 의해”

- 보수의 가치 문제가 아니라 한국당이 잘못한 것이라면 누군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닐까요. 비대위에 요구되는 역할도 그런 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지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해 나갈 생각이신가요.

참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비대위원장이 오시기 전까지는 언론에 친박과 비박의 대결로 비춰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 부분에서는 비대위원장과 제가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그것은 지금 우리가 잘잘못을 논한다면 어떤 세력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어떤 세력이,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 하면서 메스를 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살도 다 져며내고 뼈도 갉아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인적청산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서 저는 그 문제는 접어두고 우리가 정말 미래로 가는 그 지점에서 국민들과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적청산 문제는 자연스럽게 다음 총선을 통해 우리 후보를 어떻게 내보낼 것이냐 하는 문제로 지역에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결국 지역에 녹아 있는 민심이 그 부분, 인적청산을 정리할 것입니다.

어떤 세력이 주류가 되었다고 해서 누구를 쳐내고 하는 것은 정당하지도 않고 공평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너희들 전부가 안 되겠다고 할 수도 있겠죠.

우리가 잘 해내서 우리가 우파의 마지막 불씨를 살려내려 노력하고 있지만 그 노력을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우리 의원 전원이 출마를 하지 말아야 될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을 판단하는 잣대는 주류나 비주류의 싸움이나 ‘칼’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판단에 의해서 정리될 것이라고 봅니다.

- 일각의 우려는 87체제가 시작되면서 군부가 역사에서 사라졌듯이 탄핵 이후 산업화 보수세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레짐체인지’가 한국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다간 보수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이른바 TK 지역정당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인적청산을 안한다고 하면 모든 한국당내 의원들은 당장 안도를 하겠고 문제를 다음 총선까지 그대로 덮어두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김병준 위원장의 이념적 정체성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이나 비대위의 입장을 그렇게 보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 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위원장은 언어가 부드럽고 태도가 점잖지만 보수가 이기는 담론을 이야기하는 승부사입니다.

사람들이 김병준 위원장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있었다는 것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만 제가 파악하기로는 청와대 내에서 좌파 우파가 있었다면 김병준 실장은 우파였습니다. 어려운 소굴(?) 같은 공간 속에서 나라가 바로 되는 길은 이것이다 라고 용기 있게 처신했고 가장 합리적으로 우파의 노선을 견지했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한 것처럼 가산점을 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병준 위원장이 점잖게 타협하는 논리로 일하다 가려고 오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저쪽(좌파)에서 큰 틀에서 한국 사회의 레짐체인지를 하려는 것에 당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를 하지만 바로 그것을 막아내고 역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망가진 당에 몸을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 시내에서는 여전히 탄핵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볼 때 한국당 하면 탄핵당한 정당, 아무리 옳은 말을 하더라도 정당성을 잃은 정당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탄핵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 부분이 현재도 아주 뜨거운 감자입니다. 얼마 전 기자들과 탄핵에 대해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대화를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드렸던 말씀이 그 지점으로 돌아가서 이야기하는 순간에 우리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아픈 현실 속에 갈라섰고, 분열된 그 지점으로 다시 가서 이야기해본들 상황 타개는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다른 판도라 상자를 여는 그런 상황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죠.

우리 당 지지도가 한 25% 정도 상회하면 좀 더 솔직한 자기 고백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예를 든다면 복당파와 수호파가 있었잖습니까. 이들이 싸우다가 갑자기 ‘이제 반성해’ 한다고 해서 ‘그럼 이제 반성할게’ 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제 여당과 싸우면서 같이 뒹굴고 핍박과 설움을 받으면서 서로 동지애가 어느 정도 싹 텄을 때 그 때 가야만 툭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을 먼저 쇄신하고 난 후 그 때 되면 지금보다 더 진정성 있게 결합되리라고 봅니다.

- 원장님은 한나라당 박근혜 당대표 시절 비서실에 계셨고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정무비서관을 역임하면서 누구보다 지근거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켜보셨습니다. 그때와 지금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저는 지금도 박 전 대통령이 누구보다 사심 없이 일했다고 생각합니다. 1분 1초도, 단돈 일원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이를테면 청와대 시계도 안 만들었어요. 밤새 서류를 보며 전화를 하면서 수석들과 비서관들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일을 챙겼어요.

청와대에 첫 출근을 할 때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드리라고 했지만 제가 수석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에 맞지 않다고 말씀 드리고 이후로도 개인적으로 면담을 하거나 직접 소통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정농단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나중에 재평가 받는 날이 오겠죠. 하지만 그런 부분(최순실 관계)이 있을 것이라고는 저희도 정말 예상을 못했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게 되었지요.

(최순실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 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저희들도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가치 혼란을 느끼긴 했습니다.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되돌아보면 박 전 대통령이 나라를 위해 사심 없이 일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당과 보수진영의 산재한 갈등을 풀어내는 데 있어서 가치와 비전을 생산하는 싱크탱크로서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원장에 취임한 지 채 한달이 되지 않으셨습니다만, 연구원의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고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지요.

과거에 비하면 우리 연구원이 처한 상황이 많이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우선 연말까지는 여의도연구원의 역량을 비대위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혁신의 엔진이 되는 데 맞춰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년 즈음 비대위가 정상화 궤도에 오르고 안정화 되면 우리 연구원 본연의 체제와 연구 역량을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해 나가야겠다는 단계적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 연구원만의 연구 역량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에 대해 걱정하고 훌륭한 생각을 가진 분들과 또 과거엔 우리를 지지했지만 현재는 비판적 입장에 서 있는 분들의 생각과 지혜를 네트워크 방식으로 연결해 볼 생각입니다.

필요하다면 아웃소싱으로 연구를 진행하려 합니다. 공개적인 토론은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과 그룹별로 조찬 회동을 통해 우파 진영의 역량과 지혜를 많이 담아내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연, 혁신 엔진으로 비대위 성공 뒷받침 우선”

- 여의도연구원 하면 정확한 여론조사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현재의 위기와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는 데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또한 정책메모를 통해 당의 컨센서스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연이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충분한 연구 인력과 예산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순신 장군처럼 어떻게 전략적으로 준비하느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여의도연구원에 왔을 때 어려운 여건에서 어떻게 무엇부터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제가 30대 초반에 청와대에서 정무행정관 할 때를 떠올리고 나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때 불과 5명 정도의 멤버들이 국정 전반에 대한 문제를 스크랩했거든요. 그 인원으로도 많은 일들을 해냈는데 지금 여의도연구원은 이 정도면 인력이 풍부하고 여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다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원장님의 정치적 여정과 비전을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재선으로 도봉구(을)가 지역구 이시죠.

정치인은 결국 국민들의 삶, 나라의 미래를 챙기라는 역할이 부여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가 처해 있는 우리나라 현실과 국민들의 삶을 보면서 어떻게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늘 고민 합니다.

한발 더 나간다고 하면 초선을 보내고 재선이 되면서 당직을 맡고 보니 청년세대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적어도 수렁에 빠트리지 않게끔 하는 것이 우리 정치인들이 해야 할 최우선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흔히 이야기할 때 ‘민주적 리더십’을 말하는데 그것처럼 모순된 말도 없습니다. ‘데모크라틱’, 민주적 이라고 하면 남들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고 리더십은 자신의 소신을 펼쳐나가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모순과 모순의 합성어이지요.

정치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보고 준비하는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가가 지금 이 시기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제대로 통찰하고 그것을 현실로 실현되도록 하는 역량이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도봉구는 민주당 텃밭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4년마다 포스터만 바꾸면 그쪽 민주당 인사가 당선되던 지역이었어요. 제가 당선되기 전에는 소선거구 제에서 우리 한국당쪽이 당선된 적이 없었습니다. 선거 때는 전국적인 거창한 이야기보다는 지역을 어떻게 살릴 것이냐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도봉산 프로젝트라고 해서 도봉구가 갖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역발상으로 우리 최고의 장점으로 활용하여 도봉구를 살려야 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습니다. 도봉산이 있기 때문에 건물 고도제한 지역이 있어요.

게다가 서울지역이라 공장 유치도 힘들고, 그래서 생각한 것이 교육이었습니다. 우리 도봉지역이 교육경쟁력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일을 했어요.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과학 중점고 등을 모두 유치한 지역은 아마도 저희 지역 밖에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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