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승부와 우리의 선택
트럼프의 승부와 우리의 선택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9.12 12: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외교정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지난주(8월말) 본지 초청 간담회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속고 있는건지 속는 척하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친북 진보진영이 트럼프 대통령을 응원하고, 친미 보수진영이 트럼프를 못미더워하는 ‘역전’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일각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한방에 날릴 수 있는 모종의 ‘신(神)의 한수’를 숨기고 있다는 희망적 기대도 있다. 비핵화 협상 결렬시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경제적 대북압박이 본격화 되면서 결국 북한은 물론 나아가 중국을 굴복시키고 문재인 정부의 연방제 통일안도 무산된다는 것이다.

김범수 발행인
김범수 발행인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 행보로 인한 혼선은 이번주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트럼프 행정부내 고위관리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필자는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어젠다와 그가 내릴 최악의 결정을 막기 위해 은밀히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투트랙 대통령직(two track presidency)’이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과 김정은 등 독재자들에게 호감을 드러내고 전통적 우방을 무시하여 정책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행정부내 저항세력의 숨은 노력으로 러시아 등 적대국이 벌을 받도록 하는 정상적 외교정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모호한 정책이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내기 위한 의도적 수단이 될 수 있고, 판을 흔드는 파격적 행보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가치와 원칙보다 이익에 의해 움직이고 외교문제에 관한한 문외한인 트럼프 스스로도 자신의 최종 결정이 무엇이 될지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외교문제에서는 국익 최우선의 초당파적 윤리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다. 지난 8월 미 의회에서 통과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2019)에는 그러한 미국의 저력이 드러난다.

미국은 내년 국방예산을 사상 최대로 증액된 7150억 달러로 확정했고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적국’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법안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한 핵확산의 적극적 억제 △ 주한미군 2만2000명 이하 감축 금지 △북한 비핵화 검증평가 제시 △전쟁 시나리오 대비 군사능력 강화 △방위능력 확대 △정밀 타격 미사일 프로그램 지지 등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 한명을 ‘구워 삶는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자유체제를 결코 이길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대다수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북한 전체주의체제의 악마적 속성과 자유민주주의체제에 대한 이해와 신념을 잃고 있다. 대북 비핵화 협상이 실패하고 만약 미국이 북한과 전쟁을 결심하게 된다면 문재인 정부와 우리 국민들은 어느 편에 서게 될까.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확고한 일원이라는 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불행한 시대에 우리는 살게 된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