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느긋하게 홋카이도.... 이방인의 시선에 걸린 낭만적인 일상의 풍경
[신간] 느긋하게 홋카이도.... 이방인의 시선에 걸린 낭만적인 일상의 풍경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9.17 0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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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남자휴식위원회는 다토, 이카이, 아요나로 구성된 대만의 창작집단. ‘삶이 곧 여행’이라는 모토 아래 휴일을 주제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꽁치]를 발간하여 꾸준히 여행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홍콩 에어비앤비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일본 무인양품과 이벤트를 여는 등 대만뿐 아니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활동한다. 저서로는 『교토감성』이 있다. 현재 홍콩에서의 휴식 여행을 주제로 세 번째 책을 준비 중이다. 

다토(DATO) 남자휴식위원회에서 여행 기획과 글쓰기를 담당하며, 현재 온라인 음원 사이트 KKBOX, 주간지 [The Affairs], 월간지 [M. Mag] 등에 책과 음악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이카이(奕凱) 웹 디자이너이자 포토그래퍼. SNS와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다양한 사진과 영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자휴식위원회에서 사진촬영과 편집, 시각디자인을 담당한다. 아요나(Azona) 남자휴식위원회의 유일한 여자 멤버로, 출판 기획 및 진행을 맡고 있다. 현재 인터넷 미디어사이트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여행 같은 일상, 일상 같은 여행을 꿈꾸다 

이 책은 한동안 중단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32일간의 홋카이도 여행의 기록이다. 단순히 새로운 곳에서 낯선 것들이 주는 설렘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것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고 타인의 일상 속 풍경이 되어보는 즐거움을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이들의 느긋한 여행은 2014년 여름, 샤코탄 농장에서의 보낸 며칠간의 휴일이 계기가 됐다. 여행 중에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농장 아르바이트를 일정에 포함했고, 샤코탄 반도의 작은 농장에서 일손을 도우며 ‘홋카이도 휴식 여행’을 계획했다. 일 년 후, 세 친구는 다시 홋카이도를 찾았다. 홋카이도, 그 중에서도 중부지역에 해당하는 도오에 머물며 삿포로와 오타루, 샤코탄, 하코다테의 일상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홋카이도’ 하면 삿포로와 오타루의 눈 축제, 하코다테의 야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아름다운 자연 경관 못지않게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개성 강한 공간들이 많다. 

조용한 주택가, 30년 된 오래된 아파트에 31개의 상점이 모여 있는 ‘스페이스1-15’가 대표적이다. 스페이스1-15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대여해 주는 프로젝트에서 출발했다. 2009년 3층에 입주한 수제 비누 공방을 시작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꿈을 위해 도전하는 삿포로의 젊은 사장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다양한 상점과 공방들이 모여 ‘삿포로 문화의 발원지’라고도 불린다. 재미있는 점은 이 아파트에는 상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입주자들이 거주하고 있어,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 입구에서 인터폰을 통해 해당 가게 주인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들어가면 보물을 찾는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누비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오도리 공원과 다누키코지 상점 거리 사이에 있는 미타니 빌딩 역시 오래된 빌딩으로, 각 층마다 술집, 찻집, 잡화점, 중고 서점 등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발견한 ‘파스크 아일랜드’는 30여 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잡화점이다. 주인 부부가 뉴욕에 살 때부터 모은 5천여 장의 레코드판과 직접 찍은 흑백 사진 엽서, 식기와 손수건 등 주인의 취향과 안목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이웃집 토토로]의 자매가 살 것 같은 비주얼의 ‘식생활 연구소’는 이번 여행의 마지막 취재장소이기도 했다. 후쿠시마에 살던 주인 부부는 원전 사고 이후 피폭 위험에 노출되었고, 오랜 시간 동안 이주를 반복하며 고민하다 삿포로에 정착하게 되었다. 고향에서 일어난 재앙을 겪은 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부부는 유기재배를 통해 직접 키운 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팔고 있다. 

이처럼 여행지에서 만난 모든 공간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가 있었다. 관광지로만 알고 있던 도시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아갈수록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생활해야만 알 수 있는 묘한 매력을 가진 도시랄까. 

소소한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숨겨진 편집숍과 헌책방, 카페와 문화 공간, 맛집과 레코드 가게 등을 함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저자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들을 소개받는 것만으로도 충족되는 부분이 분명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다. 여행을 대하는 이들의 태도다. 

새로운 숙소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침실 문 앞에 ‘남자휴식’이라고 쓰인 커튼을 다는 것이다. 근처 슈퍼에서 사온 샴푸를 욕실 선반에 두고, 매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상가에서 꽃을 사서 창가 선반과 식탁을 꾸미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아침마다 시끄러운 알람 대신 미리 골라놓은 여행 OST를 들으며 일어나고, 냉장고에 준비된 재료로 아침 식탁을 차린다든지,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책과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근처 대학 캠퍼스에 들러 학생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다든지, 동네 목욕탕에 들러 여독을 푸는 등 여행지에서 타인의 일상을 발견하고 직접 체험하는 것. 평범해 보이는 이런 경험들은 여행이 끝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여행하는 마음으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도, 여행을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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