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에게 듣는다 ...'종전선언의 덫'
태영호 공사에게 듣는다 ...'종전선언의 덫'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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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놓고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8월 27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태공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종전선언 등을 둘러싸고 전례 없이 맞대결 국면으로가는 상황을 진단하면서, 북한 체제가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내다봤다. 태 공사는 “북한은 결국 자체 모순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태 공사의 강연을지면을 통해 연속기획으로 소개한다.

북한은 왜 종전선언에 매달리는가. 북한 비핵화 해법에서 종전선언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종전선언은 앞으로 우리가 평화체제 구축하는 데 있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입니다. 그런데 언제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는 시기와 접근 방법의 문제입니다. 북한 비핵화 단계가 정상대로 간다면 이 방식대로 갈 겁니다. 제일 처음 핵과 미사일 시험 동결입니다. 이건 북한이 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북한이 가진 핵무기와 핵생산 시설을 다시는 쓸 수 없도록 불능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그 다음 검증을 통해 비핵화 과정으로 가는 겁니다. 이러한 비핵화 과정 어느 시점에 종전선언을 끼워 넣고, 어느 시점에 평화협정을 끼워 넣겠느냐, 이 문제가 아주 중요합니다. 현 시점에서 보면 북한은 재촉하고 한국 정부도 서두르고 있는데 미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입니다. 북한이 주장하는 걸 보면 핵 폐기 단계에서 동결, 물질 불능화, 그 다음 모든 핵시설 을 신고하고 그 다음 자발적 핵 폐기 네 단계로 가자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이 사이에는 핵무기를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겁니다.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종전선언 후부터 평화협정 사인하는 그때까지 가겠다는 게 북한의 입장인 겁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비핵화에 명백한 미국, 그러나 모호한 한국

그러면 현재 북한, 한국, 미국의 입장을 시기적으로 보면 어떤가 봅시다. 북한은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고 핵동결도 하는 시점에서 종전선언하자는 것이고 한국도 이 시점에서 북한과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핵시설 신고와 비핵화 시간표를 먼저 받아내고 종전선언하자는 것이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사이에 군사위협 제거,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면서 핵무기는 계속 갖고 나가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은 종전선언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을 비핵화 과정으로 추동한다는 건데 문제는 우리 정부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 기간에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 이후 평화협정 체결까지 북한 핵보유를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냐, 아니면 평화협정 체결까지 핵폐기를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느냐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때 미국은 명백합니다. 종전선언하고 핵시설 신고 불능화 하고 검증 통한 비핵화 완료한 다음에 평화협정으로 넘어가자는 것이죠. 북한은 다릅니다. 평화협정한 다음 자발적으로 핵을 폐기하겠다는 겁니다. 서로 신뢰 구축하고 외교관계 맺고 그러면 핵 필요가 없으니 내려놓겠다는 것으로 시간표가 이렇게 다 다릅니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 비핵화 완료 전까진 종전선언하면 안 된다고 11월까지 늦춥니다. 적어도 70~80% 핵무기는 걷어낸 다음에 선언하자, 그 다음 검증하고 유무를 확인하고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뒤로 좀 미뤄두자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면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속셈은 무엇인가? 한국에서는 두 가지 주장이 존재합니다. 지난 주 어느 국책연구소에 가서 2시간 동안 논쟁했습니다.

제가 현 시점에서 종전선언에 사인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국책연구소에서는 해야 된다고 합니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라 아무 의미가 없으니 사인해서 북한을 한 번 더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그들은 큰 의미도 없는 종전선언 이걸 가지고 너무 크게 떠든다는 것이죠. 그러나 제가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 문 제에서 첫째 유엔군사령부 해체입니다. 현재는 기술적 문제와 상징적 문제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한국 안보는 유엔군사령부가 지킵니다. 상징적인 의미죠.

그런데 상징적 의미이긴 하지만 중국과 북한은 이걸 부담스러워 합니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한반도 안보는 한미연합군이 지키지만 대외적으로 볼 때 정전협정을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만약 종전협정 체결하면 존재 명분이 사라집니다.

종전선언이 몰고 올 NLL 문제

북한은 지난 6월 미군 유해를 넘겨주면서 미군 장성이 직접 유해를 넘겨받지 않았습니다. 유골까지도 미군은 유엔군사령부의 이름으로 넘겨받습니다. 그리고 연초 키리졸부 훈련도 한미연합사는 한미연합사대로 하고, 주한 유엔군사령부는 사령부대로 훈련을 발표합니다.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 있을 때 ‘이번에 군사훈련 때 영국군도 참여하는데 무조건 막아라’ 지시가 내려옵니다. 그럼 저는 매일같이 영국 국방성, 외무성에 가서 ‘당신네는 한미연합군도 아닌데 왜 군사훈련에 참가하느냐’고 말합니다. 영국은 제일 많이 올 때 1개 소대고 일반적으로 연락장교 한 명 내지 두 명 정도 훈련에 참가합니다. 사실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문제는 유엔군사령부가 한미연합훈련국을 발표할 때 미국, 한국, 영국, 프랑스, 덴마크,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나라별 이름을 발표합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몇 명이 훈련에 참가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북한이 생각하는 미국의 전략이란 이런 식인 겁니다. 지금까지 보면 미국은 그 어디에서도 전쟁할 때 자신들이 직접 공격하지 않는 한 절대 혼자 안 싸웁니다. 설령 혼자 싸울 능력이 있어도 자그마한 동맹국을 앞세워 북을 치게 만듭니다. 그래야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자신들이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명분을 얻으니까요.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될 경우,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미국은 명분을 얻기 힘듭니다.

그 다음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한 두 해 못하다 보면 결국 미국 내에선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회의론이 나올 겁니다. 마지막 NLL 문제입니다.

제가 이 문제로 국책연구소에서 논쟁적으로 다퉜는데 핵심은 이겁니다. 한국의 많은 학자들은 NLL 자체는 합법성이 없다, 명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건 한국만의 주장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같은 주장이 많습니다. 북한이 지난 시기 국제해양법위원회에서, 제가 런던에 있었을 때 국제해사기구(IMO) 여기에서 이 문제로 계속 토의했는데 많은 국제법 해양법 전문가들이 북한 당신들의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외교 실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외국의 입장은 이겁니다. 우리(북한이)가 가서 NLL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면 1950년대 유엔군사령부가 통치했을 때 왜 당신들은 가만있었나” 국제적으로는 5년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묵시적으로 인정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 문제를 처음 들고 나온 게 1973년입니다. 20년 동안 당신네가 어떤 국제기구에도 이의 제기하지 않고 가만있었다는 건 당신들도 어떤 이득이 있었기에 가만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죠. 8월 30일 유엔군사령관 클라크가 중공군과 북한에 통보했을 때 왜 가만있었느냐 이겁니다.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처럼 전면적 개혁개방으로 못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공동취재단 카메라에 잡힌 평양시민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은 중국과 베트남처럼 전면적 개혁개방으로 못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공동취재단 카메라에 잡힌 평양시민

두 번째 문제는 국제법적으로 유엔 해양법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유엔의 모든 법 구조를 보면 유엔법이 있고 특별법이 있는데, 특별법은 전시 상황에서 유엔이 적용합니다. 예를 들면 전 세계적으로 인정한 국가의 종전 국경선은 실질적인 전쟁 상태에서는 그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A와 B가 싸운다면 A가 국경선을 더 밀고 나갈 수도 있고 B가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협정이나 휴전협정을 맺을 때 유엔은 특별법을 적용합니다.

우리 6·25때도 38선으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현 시점에서 싸움을 멈추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국제적으로 공인된 국경선이 있다 하더라도 임시적으로 싸움을 멈출 때는 특별법을 제정해서 특별한 선을 긋는 겁니다. 그런데 유엔 헌장은 전 세계 모든 평화와 안전의 기초는 국가자주권 존중입니다.

국가자주권의 요소로 첫째는 국경선 인정입니다. 이게 유엔 헌장입니다. 그러나 전시 상황에서는 특별법이 존재하니 ‘당신네가 이야기하는 NLL은 부당하지만 정전상태에서는 그런 임시적 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종전으로 대치되지 않는 한 현 NLL 선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제법률학자들의 해석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이 살며시 이 문제를 국제기구에 제기할 겁니다. 한번 판단들 해보세요. 자, 이제 우리는 정전상태가 아닙니다. 유엔 특별법이 아니라 국제해양법대로 가자고 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이게 두 번째입니다.

세 번째로 이 문제를 북한이 혼자 해결하지 못하면 국제해양법위원회에 제소할 겁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면 현재 정전협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왜 해결이 안 되느냐면 유엔 해양법에 의해 균등선, 균등법에 따라 해결하자면 유엔이 개입해야 하는데 유엔 산하기구 그 어떤 것도 유엔을 상대로 이 문제를 제소하거나 부당성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엔 유엔군사령부가 존재하니까 유엔 해양법 연구소 법률가들은 유엔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유엔 해양법 전문가들이 항상 뭘 이야기하느냐면 ‘그러지 말고 빨리 종전협정을 맺으면 정전협정이 없어진다’는 것이죠. 유엔을 상대해서 유엔 해양법위원회가 개입하는 게 아니라 남과 북이 판단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북한이 다음 단계에서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이런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일어날 겁니다.

마지막으로 종전선언에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약속 하나 받아내지 못하고 중국·북한·한국·미국 4개국이 합의해서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그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해주는 것이 된다는 겁니다. 지금 북한은 국제해양법위원회, 국제해사기구에 이렇게 가서 붙자고 합니다. 많은 국제해양법 전문가들이 북한 주장에 동조하고 있어요. 자, 이제 남북 3차 회담도 곧 한다고 하고 폼페이오가 북한 가는 건 취소됐으니까 우리 정부로서는 이제라도 종전선언 문제를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종전선언이 마치 북한 비핵화와 다른 문제인 것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에 가서 종전선언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시설과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선언문이라도 받아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할 경우 우리가 북한을 압박할 문건이라도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문건에는 그런 내용이 단 한 건도 없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만 있지 북한 비핵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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