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석탄, 어디로 가고 있나?
북한 석탄, 어디로 가고 있나?
  • 원영섭 변호사
  • 승인 2018.10.2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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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북한석탄 수입 문제가 언론을 뒤덮고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석탄 문제에 대해 특위를 구성해서 대응했고, 많은 자료들이 현출되어 현재는 고발장까지 제출된 상태다. 북한석탄 수입은 단순히 수입업체의 일탈이며 정부의 개입은 전혀 없었을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유엔 제재결의를 의도적으로 어겼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유엔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폐기라는 군사적 목적을 가진 국제공조다. 남북한의 이중지위개념에 따르더라도, 핵폭탄을 개발보유하는 관점에서의 북한은 대한민국의 주적이다. 북한의 석탄을 밀수하는 행위는 유엔의 북한에 대한 군사적 목적의 공조를 저해하는 행위다. 외환의 죄 중 일반이적죄(형법 제99조)의 ‘대만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북한석탄이 스카이 엔젤호를 통해 10월 2일, 리치 글로리호를 통해 10월 13일 수입되어 유통되었고 남동발전의 화력발전소에 들어가 연소된 것은 확인된 사실관계다. 문제는 해당 석탄이 북한석탄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는 다수의 정황이 있고, 이 부분에 있어 정부의 관여가 심히 의심되는 대목들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북한석탄을 실은 화물선의 입항을 몰랐을까? 북한의 석탄 수출을 제재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작년 8월에 발효되었다. 이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의 석탄이 북한 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발효된 것이다. 사전에 또는 적어도 이때 이미 각국은 북한산 석탄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것이 자명하다.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
유엔 안보리 결의로 금수품목인 북한산 석탄을 하역하는 모습

북한석탄, 정부의 묵인 없이는 수입 불가능

미국은 이미 북한석탄이 의심되는 화물선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 넘겼다고 했다. 서훈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10월 이미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미리 북한석탄을 실은 화물선이 국내에 입항한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명백히 북한석탄 수입을 용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입항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의 2018년 7월 20일자 보도 해명 자료를 보면, 사전인지 여부에 대한 의혹에 정상적으로 하역처리되었음을 지적하고 있을 뿐 사전인지에 대한 해명이 없다.

인지시점이 작년 10월임은 분명하다. 하역은 13일인데, 인지시점은 정확히 10월 며칠 인가. 인지시점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다면, 정부의 묵인 아래 북한석탄 수입이 진행되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두번째 한국남동발전은 북한석탄임을 알고도 그냥 사용한 것일까? 한국남동발전은 구매입찰 공고에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고 한다. 북한석탄이 수입금지 품목이라는 것은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석탄 같은 원자재는 원산지가 중요하다. 어디 원산지인지에 따라 발열량 등의 품질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석탄 전문가들은 석탄을 보면 원산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설사 석탄 전문가들이 원산지를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발열량을 속일 수는 없다. 한국남동발전은 수입업체와 체결한 계약서에도 최소 발열량을 6300kcal/kg로 명시했다. 러시아산 석탄의 발열량이 최소 6400kcal/kg로 알려져 있으므로 정말 러시아산 석탄이라면 위 발열량 제한을 충족시키지 못할 리가 없다. 그러나 샤이닝 리치호를 통해 반입된 석탄의 발열량은 5907kcal/kg였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문 관세청장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영문 관세청장/  연합

산업혁명이 처음 시작된 기원과 화력발전, 원자력발전의 원리는 동일하다. 바로 물을 끓여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리 것으로서, 코일의 자기장이 변화되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물을 석탄이나 석유로 끓이면 화력발전이고, 우라늄의 핵분열에서 발생하는 열로 끓이면 원자력 발전이다. 예정된 발열량을 못 채우는 경우, 원하는 양의 증기를 얻을 수 없고, 원하는 양의 전기를 얻을 수 없다. 즉, 발전소에서 발열량 부족은 감지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입된 석탄 양과 생산된 전기의 양을 검토하면 충분히 사후적으로도 검증이 가능하리라 보인다.

과연 발전량의 부족에 대해 한국남동발전은 수입업자에게 클레임을 제기했을까? 북한산 석탄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하자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정말 한국남동발전이 러시아산 석탄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당연히 발열량 부족에 대한 클레임을 제기했어야 한다. 한국남동발전은 북한산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언론에 발표된 시점까지 발열량 부족에 대해 어떻게 후속조치를 한 것인지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한국남동발전의 후속조치 여부를 규명해달라고 수사기관에 요청한 상태다.

유엔 발표 전 까지 고의적 은폐면 이적행위

세번째, 북한석탄 수입 사실에 대해 유엔이 발표하기 전까지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북한석탄 수입 사실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제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통해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공개되었다. 아마 ‘연례보고서 수정본’이 만들어 지지 않았다면 더 오래 북한석탄 수입 사실을 공개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묻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정부의 조사 후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작년 10월 석탄 하역 후에도 스카이 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와 12차례 국내 항구를 드나들고 있었다.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3월 같은 수입업체로부터 석탄을 들여오기까지 했다.

관세청 대변인은 2018년 7월 20일 인터뷰에서 ‘작년 10월부터 조사 및 수사를 개시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9개월이나 늑장수사가 이뤄지기까지 과정을 설명한 관세청의 해명에는 관세청의 구속연장 신청을 검찰이 수차례 반려하거나 발열량에 대해 조사를 했는지에 대해 언급이 없이 성분 분석으로는 북한산인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는 등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북한석탄 수입을 의도적으로 용인하기 위해 공개를 지연하거나 애초에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면, 이보다 더한 이적행위는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석탄과 관련해서 어디쯤 있을까?

정부는 북한석탄에 대한 사항을 모두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기에 자유한국당 단독으로 또는 양당이 공조를 이뤄 국정조사를 한다면 위의 많은 의문들이 풀렸을 것이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손학규 대표는 3차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와 맞물려 여당인 민주당보다 더 흥분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 자유한국당의 존재만큼 불편한 일은 없다.

보수당인 자유한국당이 북한 문제에 비둘기파가 아닌 매파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은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자유한국당이라는 정당이 있다. 반공만 주장하는 냉전적 수구세력으로 비난 받는 것이 무서워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당장 분위기가 불리하더라도 합리적인 문제 제기에 대해 반드시 국민들이 인정해 줄 때가 오리라는 점을 믿었으면 한다.

원영섭 변호사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자유한국당 서울 관악구갑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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