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보이는 경제 세계사.... 실크로드에서 세계무역, 연금술에서 인공지능까지 
[신간] 보이는 경제 세계사.... 실크로드에서 세계무역, 연금술에서 인공지능까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30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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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형규는 경제도 쉽고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는 30년 차 경제 기자다. 산 정상은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여럿이듯이 진리도 하나지만 오르는 길은 여럿이고 종국에는 서로 만난다고 믿는다. 탄도가 아무리 우수해도 이를 쏘아 올릴 미사일이 부실하면 소용없는 것처럼 경제 지식도 글쓰기가 관건임을 늘 숙제처럼 여긴다. 한 사람의 일생을 어느 한순간의 계기가 좌우한다고 할 때,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접한 「삼중당문고」가 이 길로 이끌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책 읽기는 인생의 자산이고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읽고 쓰고 나누는 데서 보람을 찾고, 평생 10권의 책을 쓰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에서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자장면 경제학』 『치명적인 금융위기, 왜 유독 대한민국인가』 『카너먼이 들려주는 행동경제학 이야기-오락가락, 선택은 어려워』 『십 대를 위한 경제 교과서』 등이 있다.

오늘날 당연시되는 것들이 실은 그 하나하나가 장대한 역사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그 속에는 먼저 산 이들의 피와 땀, 열정과 모험, 도전과 깨달음이 배어 있다. 오늘날 흔한 맥주와 와인, 커피와 누들에도 수천 년의 역사가 숙성되어 있다. 또한 실크로드에서 세계무역까지, ‘눈에는 눈’에서 보험까지, 연금술에서 인공지능까지의 발전 과정은 그 자체로 인류의 진보다. 그 어떤 것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았다. 

이 책은 각 분야의 전문가나 전공자에게 다소 미흡해 보일 수도 있다. 누구든 역사 속의 결정적인 장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추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Part 01에서는 중세를 무너뜨리고 근대를 연 페스트, 인류를 기아에서 구한 ‘콜럼버스의 교환’, 19세기 ‘세계 경제 지도’를 바꾼 중국인, 기술 혁신이 못마땅한 사람들의 최후 등 대변화의 경제 세계사를 담았다. 

Part 02에서는 고대에서 가장 수익이 높았던 경제활동, 지중해 최강국 로마가 몰락한 이유, 병역 면제세가 중세에 활성화된 까닭,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요인 등 전쟁의 경제 세계사를 이야기한다. 

Part 03에서는 유라시아 대륙을 걸어서 횡단한 카라반,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고수익 사업이 될 수 있었던 해상무역, 시공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말(馬)의 역사, 향신료를 사이에 둔 네덜란드와 영국의 뒤바뀐 운명 등 상업과 무역의 경제 세계사를 보여준다. 

Part 04에서는 커피하우스에서 어떻게 보험과 주식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는지, 중세 유럽에서 맥주 제조를 왜 권장하게 되었는지, 면은 어떻게 전 세계에서 주요리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누구나 고기를 먹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등 음식의 경제 세계사를 생생히 풀어낸다. 

Part 05에서는 역사를 관통하는 기본 세율은 얼마인지, 나라 경제가 망할 것을 알면서 돈을 마구 찍어낸 이유가 무엇인지, 국가가 세금을 걷는 일에 창의적인 것은 무엇 때문인지 등 법과 돈의 경제 세계사를 알아본다. 

Part 06에서는 아이디어가 폭발하는 현상을 왜 ‘메디치 효과’라고 하는지, 반달족은 어쩌다 야만족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젠트리는 진짜 ‘영국 신사’인지, 미래에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인지 등 사회와 문화의 경제 세계사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Part 07에서는 황금과 영생에 대한 인류의 집착, 최고의 금속 구리, 산유국의 좋은 예와 나쁜 예, 근대 과학혁명의 토대가 된 ‘오컴의 면도날, AI 포비아를 극복하는 법 등 자원과 과학기술의 경제 세계사를 담아냈다. 

‘사막의 배’라는 낙타에서 돛과 노를 젓는 갤리선으로, 다시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증기선, 그리고 자동차와 비행기로 발전하면서 사람의 이동·물자 교환·문화와 정보 교류는 전 지구로 확대되었다. 이를 통해 지구 반대편의 누구와도 교류할 수 있게 되었다. 근대까지도 수시로 벌어졌던 전쟁과 약탈은 교환과 교류의 확장에 힘입어 시장과 법치로 대체됐다. 인류의 삶이 불과 200여 년 사이에 극적으로 변화한 것이다. 

오형규 저자는 그런 변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쓰게 됐다. 저자의 전작인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글담출판, 2016)의 속편이다. 전작에 미처 담지 못한 경제사 속의 중요한 전환점을 확대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전작이 망원경으로 조망한 거시 경제사였다면 이번에는 돋보기로 관찰한 미시 경제사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은 자칫 지루하고 어려운 경제 개념과 세계사를 이야기로 녹여내어 눈앞에 펼치듯 생동감 있게 풀어 쓴 것이 특징이다. 국문과 출신 경제 전문기자라는 저자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Part 02. 전쟁의 경제 세계사에서 고대 그리스의 지중해 패권 경쟁을 영화 〈300〉의 예를 들어 쉽게 이야기하는 식이다. 우리가 한번쯤 접했을 영화 내용을 떠올려보며 세계사를 알고 경제를 배우는 것이다. 

《보이는 경제 세계사》는 미시 세계사에 관심이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한 이들에게 이 책이 작은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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