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15회 연 서승은 작가 ‘다육식물 소녀’ 세계인을 매료시키다
개인전 15회 연 서승은 작가 ‘다육식물 소녀’ 세계인을 매료시키다
  • 이근미 소설가·9기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12.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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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은 작가의 ‘다육식물 소녀’ 그림을 본 사람은 우선 탄성부터 지른다. 다육식물에 둘러싸여 있거나 머리에 이고 있는 예쁜 소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묘한 감정에 빠져든다. 소녀들의 맑고 순수한 눈과 동그란 콧방울, 입꼬리가 올라 간 다부진 입술을 보다보면 어느덧 몽환적이면서도 신비한 기운 속을 유영하게 된다.

서 작가의 다육식물 소녀 그림은 한국화 혹은 서양화로 딱 잘라 규정하기 힘들다. 물을 뿌려 팽팽해진 전통 한지 위에서 탄생하는 소녀들을 ‘서승은 화풍’으로 이해하는 게 좋을 듯하다. 초등학교 5학년 미술시간에 매료되어 지금껏 한지를 애용하는 그녀는 애초에 수채화 물감을 사용했으나 지금은 아크릴 물감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서승은  작가
서승은 작가

미국 사이트에 올린 그림에 대한 호응으로 작가 결심

어릴 때부터 노상 백지에 그림을 그려 흰종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서 작가는 경북예술고를 거쳐 계명대 동양학과를 졸업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삶을 전략적으로 살지 않는 데다 작업하기 편리한 환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여 대구를 떠나지 않는 겁니다.”

2004년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학원을 운영하고 강의도 나가면서 수입이 꽤 괜찮았다. 그림공부를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유학을 가는 대신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인터넷이었다.

Picnic ( 2016 )  서승은 작가
Picnic ( 2016 ) 서승은 작가

“요즘 인터넷으로 세계를 만날 수 있잖아요. 2008년 경 검색을 하다가 그림을 올리는 미국 사이트 발견했어요. 재미삼아 제 그림을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바로 구입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명함 크기, 손바닥 크기 정도의 작은 그림들을 올려 첫 달에 150만 원 정도 벌었어요. 얼마 안 가 큰 그림들도 팔리기 시작했지요. 미국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연락까지 와서 모든 게 신기했죠.”

그림만 그리면서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기면서 바로 학원 문을 닫고 모든 외부 활동을 정리했다.

서승은 작가는 초창기에 자화상을 비롯한 성인 그림을 그리다가 소녀 그림으로 옮아갔다. 소녀와 다육식물의 만남은 3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다육식물과 예쁜 소녀, 희망의 파랑새, 지혜의 부엉이, 귀여운 호박벌이 어우러지면서 그녀의 화폭은 생명력을 뿜어낸다.

그간 미국에서 두 번의 전시회를 열었고 서울과 대구에서 15회에 걸친 개인전시회를 개최했다. 아름다우면서도 독특한 다육식물소녀를 좋아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녀의 그림값도 상승했고 미술계가 주목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For Future ( 2018 ) 서승은 작가

한지에 그리는 오묘한 그림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사막과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다육식물이 소녀와 어우러진 모습을 ‘호시탐탐 순수를 노리는 세 상으로부터 순수를 지키려는 개인의 힘겨운 싸움을 예시해준다. 그림이 화사하고 몽롱하고 부드러워서 간과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이면에서 이처럼 치열한 싸움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평했다. 선인장을 직접 기르는 서 작가는 “다육식물은 꽃이 필 것 같지 않아 보여도 결국 꽃을 피워 낸다”고 일러줬다. 그녀는 열심히 그리다보면 어느덧 소녀들이 말을 걸어와 그림마다 스토리가 생겼다고 소개했다.

“제 그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예쁘고 밝은 소녀가 좋아서 선택했다고 말해요. 그런데 저한테 ‘우울한 일이 있을 때 그림을 보면 소녀가 슬픈 눈빛으로 나를 따라 다닌다’는 얘기들을 하세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저는 정말 좋아요. 제가 추구하는 그림이 ‘감정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여인’이거든요.”

Blue Wish (2015) 서승은 작가
Blue Wish (2015) 서승은 작가

서 작가는 한지가 주는 오묘함이 그 ‘감정’에 한몫을 한다고 말한다. 그림이 완성된 이후에도 한지의 특성상 물감이 계속 스며들기 때문에 그림을 보는 사람의 감정도 함께 스며든다는 것이다. 자신의 그림에 감정이입이 가능한 여백을 만드는 일을 그녀는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서승은 작가는 부모의 불화로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야 했다. 서른 살이 되어서야 어머니를 만났고, 모녀는 그동안 못 나눈 사랑을 서로의 가슴에 진하게 새겼다. 친구 같았던 어머니가 3년 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저는 밝은 에너지가 가득 할 때 그림을 그려요.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 햇볕을 맞으며 그림을 시작하죠. 그림을 그리는 동안 계속 밝은 기운이 유지되도록 긍정적인 생각을 해요. 좋은 그림을 위해 좋은 습관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엄마의 부재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어두움이 있었어요. 엄마를 만난 뒤 마음이 밝아지면서 그림이 더 따뜻해져 좋아요. 엄마가 일찍 가셨지만 3년이라도 나와 함께 해주신 것에 늘 감사하고 있어요.”
 

Arrive at a utopia  (2017)  서승은 작가
Arrive at a utopia (2017) 서승은 작가

중국의 파워블로거가 서 작가의 그림에 매료되어 다육식물소녀를 중국에 널리 알리는 바람에 중국판 그림 에세이집도 곧 출간하게 된다. 서승은 작가는 앞으로 또 어떤 그림을 그리게 될지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다육식물소녀가 팬시 상품으로 만들어질 만큼 사랑받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하나에 함몰되어 지루한 삶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에너지가 넘쳤는데 앞으로 어디로 튈지 몰라요. 다육식물소녀와 함께 하면서 또 다른 세계로 옮겨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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