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몽과 샤프파워"
"시진핑의 중국몽과 샤프파워"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12.26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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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시진핑 주석은 제19차 당대회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중국의 독립을 이루었고, 덩샤오핑(鄧小平)이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면, 세 번째 ‘신시대’의 나 ‘시(習)’는 중국을 다시금 강하게 만들 것이다…세계 나라들은 이제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중국의 지혜와 방법을 새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은 과거 서구세계에게 당했던 ‘치욕의 100년’을 만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중화(中華)민족주의는 강력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중화’는 서구의 자유나 인권과 같은 보편적 사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국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 서구적 개념의 우월성과 보편성을 부정하는 경향을 띠어 간다.

김범수 발행인
김범수 발행인

예컨대,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는 시 주석이 말한 ‘동주공제(同舟共濟)’, 즉 ‘운명공동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공건’(共建·함께 건설한다)과 ‘공향’(共享·함께 나눈다)이라는 일대일로 정신은 21세기 중국 중심의 네트워크 질서이자 공동체를 의미하며 자국의 문명과 정체성의 연장선에서 중국이 관대한 지역 혹은 세계의 새 패권국임을 (스스로 착각하거나 무리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꿈은 이제 ‘샤프파워(sharp power)’를 통해 주변국에 확산되고 강요되고 있다. 샤프파워란 군사력의 하드파워(hard power)나 문화의 소프트파워(soft power)와 달리 공작과 회유, 협박과 보상, 정보의 조작과 왜곡 등을 동원한 영향력을 말한다.

‘샤프파워’라는 용어는 2017년 11월 미국 NED(국가민주주의기금)에서 처음 사용됐고 이후 포린어페어스誌와 영국 이코노미스트誌가 이 주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전자 통신기업 ‘화웨이(華爲·중화를 우뚝 세우자)’의 제품 사용금지령을 내리고 화웨이 CFO를 캐나다에서 체포한 것은 미중무역전쟁의 일환이 아니라 전자통신장비를 통한 공산당 연계 중국 기업의 미국내 첩보활동에 대한 경고였다.

한편 영국 일본 호주 등이 미국의 조치에 즉각 호응한 데 반해 우리는 화웨이 제품에 대한 공공기관 사용금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차세대 5G 이동통신을 시작하면서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 방침을 밝히고 있고 농협은 화웨이 전송장비로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역시 중국의 샤프파워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샤프파워는 이미 한국을 대상으로 전방위로 작동하고 있다. 사드 배치 논란을 거치며 중국이 보여준 무법적 행태는 물론이고 탄핵촛불 정국에서 수만 명의 국내 중국 유학생이 중국 정보기관의 지시로 촛불을 들었다는 내용이 주요 일간지에 보도되기도 했다.

서울은 중국이 전 세계에 중화사상을 보급한다는 명분으로 설립한 공자학원의 시발지였다. 미국이 최근 공자학원을 스파이 혐의로 조사하고 미국의 대학들이 공자학원을 학문 자유의 침해를 들어 폐쇄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공자학원에 보내는 대학들의 구애는 식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공작과 회유는 특히 문재인 정부와 여권에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그 대가는 무엇일까. 한국 정부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민주주의 해양세력과 중국의 국가전체주의 대륙세력 사이에서 북한과 함께 허울좋은 민족공존론을 펼치며 애써 대륙의 길로 향하고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선 한반도에 중국의 샤프파워는 세계 어느 곳보다 가장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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