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文권력 비판 대신 공익제보자 김태우 비판”
“MBC, 文권력 비판 대신 공익제보자 김태우 비판”
  • 미래한국 편집부
  • 승인 2018.12.31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C 3노조 “MBC, 권력형 범죄 의혹 제대로 보도 않고 오히려 제보자 비난”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폭로에 이어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KT&G 인사개입 등의 잇단 폭로로 문재인 정부의 치부가 서서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최승호 사장의 MBC가 국민적 관심사인 권력형 범죄 혐의을 받는 폭로 내용보다 김태우 전 수사관에 초점을 맞추며 공익제보자를 비판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MBC 3노조인 MBC노동조합(이하 MBC노조) 산하에 마련된 ‘공정방송감시센터(이하 공감터)’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MBC는 중대한 권력형 범죄 의혹들을 마지못해 보도하거나 오히려 제보자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12월 17일부터 사흘간 MBC 뉴스데스크는 매일 리포트 한 두 꼭지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며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MBN 뉴스8이 각각 4개 4개 3개의 리포트로 심층 분석한 것과 비교해 MBC의 보도 의지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MBC노조는 “뉴스데스크는 (청와대의 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폭로가 있었는데도) 제보자인 김태우 수사관이 ‘나쁜 사람’이라는 기사를 이틀째 반복했다”며 “국민이 관심을 갖고 분노하는 게 수사관 한 명의 비리 때문인지 권력의 조직적인 범죄 의혹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김태우 수사관의 청와대 발탁 배경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된 조국 수석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축소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관제언론' 비판 여론이 높은 MBC의 최승호 사장
문재인 정부 들어 '관제언론' 비판 여론이 높은 MBC의 최승호 사장

- 이하 전문 -

권력 대신 제보자를 비판하는 MBC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폭로로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은폐와 민간인 사찰 의혹이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우윤근 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에서 시작된 폭로는 전직 총리 아들과 민간 은행장 동향 사찰,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의 우제창 전 민주당 의원 특혜 제공,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블랙리스트를 넘어 기업 언론 정치 학계 인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다수의 언론들은 다투어 새로운 폭로 내용을 보도하는 한편 청와대 해명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MBC는 중대한 권력형 범죄 의혹들을 마지못해 보도하거나 오히려 제보자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

1. ‘수사관 비리 의혹 사건’으로 보는 MBC

김태우 수사관이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12월 17일부터 사흘간 MBC 뉴스데스크는 매일 리포트 한 두 꼭지로 관련 소식을 전했다.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는 MBN 뉴스8이 각각 4개 4개 3개의 리포트로 심층 분석한 것과 비교해 MBC의 보도 의지에 의문을 갖게 된다.

12월 20일 MBC 뉴스데스크는 단독 입수했다며 김태우 수사관과 건설업자 최씨의 전화녹음을 방송했다. ⌜김태우-건설업자 어떤 사이길래…녹취록 들어보니⌟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임현주 기자는 “두 사람이 건설사와 국토부 간부의 비위 첩보로 무언가 풀어보자고 이야기했으며, 통화를 보면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 수사관의 최씨 구명 로비 의혹 때문에 이번 사건이 시작됐는데, 두 사람이 가까운 사이라는 걸 뒤늦게 발견해서 크게 보도한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임현주 기자는 21일에도 ⌜'딜(Deal)' 지시하자 "알겠습니다"…'수사 거래' 있었나⌟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전날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단독’ 타이틀을 달고 보도했다. 같은 날 박민주 기자가 보도한 ⌜'경찰 간부' 직접 만나려 했다…집요했던 거래 시도⌟ 리포트 역시 전날 임현주 기자 리포트에 나온 내용이었다. 그날 청와대의 비리 은폐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폭로가 있었는데도 MBC 뉴스데스크는 이를 제쳐두고 제보자인 김태우 수사관이 ‘나쁜 사람’이라는 기사를 이틀째 반복한 것이다. 국민이 관심을 갖고 분노하는 게 수사관 한 명의 비리 때문인지 권력의 조직적인 범죄 의혹 때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같은 날 임명현 기자의 ⌜정권마다 靑 '단골' 근무…文 정부서 왜 또 선발?⌟ 리포트도 마찬가지였다. 임명현 기자는 특감반 출범 초기 김 수사관이 야당 정치인 관련 첩보를 보고했을 때 왜 단호한 조치가 없었느냐고 짐짓 청와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김 수사관의 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특감반장이 "앞으로 이런 첩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타이른 게 전부였다’는 청와대 해명에 아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 청와대 특감반장이 수사관을 타일렀다? 청와대가 초등학교인가? 참 퍽이나 타일렀겠다 싶다. 한국영화를 방화라 부르며 낮춰 보던 시절이 있었다. 무엇보다 시나리오의 개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오늘 우리는 개연성 떨어지는 권력자들의 변명을 그대로 전달하는 MBC 뉴스데스크에서 오래 된 방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임명현 기자는 기사에서 김태우 수사관을 범죄자로 단정하고 “청와대로선 범죄자에게 공직기강을 세우는 중책을 맡기고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마무리했다. 모든 잘못을 수사관이 했고 청와대는 감독을 못했을 뿐이라는 게 MBC 뉴스데스크의 시각이다.

2. ‘조국 수석의 동문’ 몰랐나 감췄나

12월 21일 리포트에서 임명현 기자는 김태우 수사관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뽑힌 이유로 여러 가지 설명을 늘어놓으면서도 끝내 건설업자 최씨가 조국 민정수석의 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무렵부터 관련 소문이 돌기 시작했지만, 임명현 기자의 취재력이 약해 몰랐을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러나 12월 27일 임현주 기자의 경우는 다르다. ⌜업자에 "靑 보내달라" 청탁?…무슨 힘 있길래⌟라는 리포트에서 임현주 기자는 ‘도대체 최씨가 누구고, 어떤 관계인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는 앵커멘트에 이어 김태우 수사관과의 관계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조국 민정수석은 이름 한 번 거론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한국경제와 조선일보 한겨레는 최씨와 조국 수석이 부산 혜광고 동문이라고 학교 이름까지 밝혀 보도했다. 그리고 그 전에 대검찰청의 감찰 결과 발표장에서 “건설업자 최씨가 유력 인사를 많이 알고 있다고 해 김 수사관이 인사청탁을 했다”는 검찰 관계자에게 기자들이 “그 유력 인사가 조국 수석이냐”고 질문했고 “알 수가 없다”는 답변이 나왔다. MBC 검찰 출입 기자들도 명색이 기자라면 이때라도 주변에 그게 무슨 소리인지 물어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3. ‘청와대 진입 거부 · 임의제출’이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검찰은 12월 26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을 압수수색했다. 반부패비서관실은 청와대 경내에 있어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어가지 않고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그런데 ⌜순순히 압수수색 응한 靑…자신감 반영?⌟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왕종명 앵커는 “별다른 저항이나 반발도 없었다고 하는데, 이번 사건에 대한 청와대의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고, 임명현 기자는 ‘털어도 나올 먼지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국민들께 알리고 떳떳하게 대응한다는 기조에서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며 청와대가 떳떳해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임명현 기자의 기사대로 청와대 경내 진입 불허는 역대 모든 정부가 같았다. 그러나 과거 언론 보도는 어떠했는가? 2017년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청와대의 완강한 거부로 물러섰다. 청와대가 임의제출 방식을 제시했지만 특검팀은 실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당시 경향신문은 “형사소송법 뒤에 숨어 사법당국의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고 비난했고, 한겨레는 ⌜‘범죄 현장’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중대 범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그 자체로 삼권분립과 영장주의 등 헌법 원칙의 훼손”이라고 질타했다. 왕종명 앵커와 임명현 기자 그리고 현 MBC 보도국 간부들은 당시 언론 기사들을 찾아 읽어보기 바란다. 그래도 ‘자신감의 반영’이라는 말이 나올지 궁금하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