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노인은 없다...나이 들수록 더 발전하고, 더 강해지는 능력을 발견하다
[서평] 노인은 없다...나이 들수록 더 발전하고, 더 강해지는 능력을 발견하다
  • 김민석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1.2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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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과 전문의의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임상보고서 

저자  마크 아그로닌은 미국의 노인정신의학박사로, 알츠하이머병 및 노인정신건강 분야의 국제 전문가다. 하버드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예일대 의과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플로리다에서 가장 큰 비영리 장기요양 보호기관인 MJH(Miami Jewish Health)에서 기억력 전문 클리닉 센터 및 알츠하이머 임상 연구 프로그램의 창립이사로 근무했다. 마이애미 밀러의과대학에서 정신과 및 신경과 겸임 조교수로도 근무했으며, 미국정신의학협회의 특별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방대한 임상 연구를 바탕으로 고령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노인정신의학 분야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아 2008년에 미국노인정신의학협회로부터 ‘올해의 임상의’ 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어떻게 나이가 드는가(How we age)』를 비롯해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으며, 전문 필진으로서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에 정기적으로 노화와 퇴직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성장한다는 것이다” 

『노인은 없다』는 미국 최고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마크 아그로닌 박사의 건강하고 희망적인 노년에 대한 안내서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이 책을 통해 “나이 든다는 것은 쇠퇴하는 것이 아닌 성장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몸과 두뇌는 나이가 들면 기능이 쇠약해지고 퇴보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전체적인 기능은 전과 다름없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며, 어떤 측면은 오히려 개선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년을 단순히 쇠락하기만 하는 시기로 보아서는 안 되고, 스스로도 나이 듦에 아무런 장점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아그로닌 박사는 강조한다. 

또한 아그로닌 박사는 나이 듦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계속해서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노년에 잠재되어 있는 엄청난 능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목적과 의미에 충실한 삶을 사는 데 관심이 더 많은 사람, 품위 있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사람, 연세가 지긋해지면서 이전과 달라진 부모님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어떻게 하면 고령의 부모님과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노인은 없다』는 인생의 항로를 비추는 등불 역할을 할 것이다. 

어느덧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로 100세 넘어서까지 살게 된다고 생각해보자.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육체는 계속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되면 어떠할지, 머릿속으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우선 떠오르는 감정은 두려움일 것이다. 생명이 유지되더라도 나이가 들면 필연적으로 신체 기능 가운데 어딘가 망가져 거동이 불편해질 수 있고,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정신 건강 또한 온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걷지도, 움직이지도 못한 채 평생 즐기며 사랑하던 것들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오며, 평생 자부했던 일을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또 노년에 가장 흔히 발생하고, 가장 큰 고통을 낳는 치매라는 질환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와 같은 인지 장애는 우리가 평생 동안 쌓아온 정체성, 독립성을 무너뜨리며 우리가 맞이하고 싶지 않던 최악의 상황으로 내몬다. 

그렇다면, 노화는 끔찍한 비극일 뿐일까? 노년에 우리의 모든 기능은 그저 쇠락하기만 할까? 정말 가족과 사회에 무거운 짐이 된 채로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것만이, 우리가 노년에 할 수 있는 최선일까? 

미국의 노인정신의학 전문의인 마크 아그로닌 박사는 ‘나이 듦의 장점’을 역설하며, 노년의 삶에도 나름의 구조적인 성장과 긍정적인 발달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동기나 청소년기의 주요 단계와 마찬가지로 노년은 성인의 주요 발달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아그로닌 박사에 따르면 노년기야말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다. 

노년에 생기는 강점으로 아그로닌 박사는 ‘지혜’, ‘회복탄력성’, ‘창의성’을 꼽는다. 

인간의 두뇌는 30대 초반부터 조금씩 뇌 조직이 손상되기 시작하여 60세 이후로는 손상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뇌 세포와 뉴런의 수가 감소하고 신경 연결이 소모되면서 뇌의 능력이 바뀌는데, 인간의 두뇌는 손상?질병?장애가 발생하더라도 계속해서 기능할 수 있도록 일종의 보험에 해당하는 ‘비축분(reserve)’을 만들어둔다. 이것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키울 수 있게 하는데, 이것이 노년의 ‘지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아그로닌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회복탄력성’이 증가한다고 주장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기초적인 기능을 회복하는 능력으로, 노년에 들면 이 능력이 다방면으로 증진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노년에는 두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안와내측 전전두피질(orbitomedial prefrontal cortex)이 두려운 감정을 유발하는 영역인 편도체(amygdala)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젊을 때보다 충동적인 감정을 잘 다스리고 스트레스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노년에 더욱 유연해진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며 정서적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러한 노년에 찾아오는 긍정적인 변화는 ‘창의성’을 극대화시키기도 한다. 이전에 없던 통찰력이 생겨, 젊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꺼려했던 방식을 새롭게 탐색하게 되기 때문이다. 잠재되어 있는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는 ‘확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가 창조성의 핵심인데, 이런 확산적 사고가 노년에 강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그로닌 박사는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다시 예술 혼을 불태운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일화를 소개하며 주장을 뒷받침한다. 앙리 마티스는 병환으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면서 이전처럼 붓을 들고 그림을 그릴 수는 없었으나, 종이를 오려 캔버스에 배치하는 식의 새로운 화풍을 개발하였다. 그전에 없던 독특한 개성을 지진 그의 그림은 아직까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말로 나이 듦의 가치를 절묘하게 표현했다. 

아그로닌 박사는 노인정신의학 전문의로서 수많은 고령의 환자들을 접하며 이 같은 노년의 강점을 직접 확인했다. 그가 근무하는 MJH(Miami Jewish Health)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인 플로리다 주에서 가장 큰 비영리 장기요양 보호기관이다. 특히 노인들이 많이 거주한다는 마이애미에서 노화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스쿠버 다이버가 ‘그레이트 블루홀’을 순례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아그로닌 박사는 설명한다. 

그가 진료하는 환자는 평균 80대 중후반에서 90대 초반으로, 대부분 신체와 정신 건강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증 환자들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그간 노년의 최선과 최악의 모습을 모두 목격하며,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나은 노년을 보낼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 『노인은 없다』는 그러한 알츠하이머 임상연구를 토대로, 노화와 관련된 방대한 문헌 및 연구자료 등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분석한 아그로닌 박사의 결과물이다. 

특히 아그로닌 박사가 직접 진료하며 인터뷰한 환자들의 사례는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노년에 배우자를 잃고 큰 상실감에 빠져 삶의 모든 의욕을 잃은 환자, 쫓겨나듯이 은퇴하며 극심한 노인 갱년기를 앓는 환자, 반복되는 수술과 약물 치료로 깊은 우울증에 빠졌던 환자 등등. 이들이 어떻게 육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노년을 맞이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며, 우리는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그로닌 박사는 ‘늙는 것’과 ‘나이 드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노화를 늦추기 위해 비싼 노화방지제를 구입하는 등 애쓰지만, 역설적이게도 청춘을 되돌리는 비법은 ‘나이 듦 그 자체’라고 말한다. 노화는 치료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노년은 신이 내린 보상으로, 축하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서 노년의 강점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든다고 이러한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아그로닌 박사는 노년에 부정적인 태도로 남과 담을 쌓고 지내고 완강하게 변화를 거부하는 노인들에게서는 이러한 지혜가 발현되기 쉽지 않으며, 성장하기보다 퇴보한다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때,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깊은 유대감을 맺을 때, 우리의 몸과 두뇌는 젊은 시절 못지않게 성장을 거듭한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 긍정과 깊은 목적의식이다. 나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신체 기능, 건강, 수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나이 듦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람보다 생존율 중위값이 7.5년 더 길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아그로닌 박사는 책의 마지막 장에 독자들이 스스로 작성해볼 수 있는 실천 계획표를 마련하여 건강한 노년을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평생을 살아오며 쌓아온 것은 무엇인지, 가족과 공동체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이며, 또 앞으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족과 세상에 무엇을 남길 것인지 등을 하나씩 적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나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나이 들었기 때문에’ 성취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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