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서평]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경제적 자유인가, 아니면 불안한 미래인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13 0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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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새라 케슬러는 노스웨스턴대학을 졸업하고, 〈매셔블Mashable〉에서 스타트업 보도 전담 편집자로, 이어서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에서 선임기자로 활동하며 긱 경제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스타트업인 〈쿼츠Quartz〉의 부편집장으로 있으면서 일의 미래에 관한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다.

저자는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서비스인 ‘메커니컬터크Mechanical Turk’와 이케아가 인수한 인력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Task Rabbit’ 등에 직접 가입하여 작업을 할당받아 일해본 경험 등 실제로 긱 경제에 대한 생생한 체험담을 이 책에 싣기도 했다. 저자의 글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와이어드Wired>,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 NPRNational Public Radio 등에도 실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인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독립적이고 안정된 삶을 살려면 번듯한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회사에 취직을 해야 비로소 어른이 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 자식들인 밀레니얼 세대는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이미 부질없는 소리가 돼 버린 시대에 성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일의 의미와 형태도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다. 실제로 <이코노미스트>는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규직과 풀타임 일자리가 점점 사라져 가는 시대다.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임시직 등의 대안적 근로 형태를 일컫는 ‘긱 경제(gig economy)’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한국에서도 논란이 된 카카오 ‘카풀’ 서비스나 ‘우버’ 같은 공유 앱, 그리고 한국의 ‘알바몬’이나 아마존이 만든 인력중개 서비스인 ‘매커니컬터크’ 같은 즉시응답 앱의 발달에 힘입어 디지털 플랫폼에서 노동의 수요와 공급이 만나 그때그때 근로계약이 이뤄지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확산되고 있는 것. 

과연 이 같은 변화가 노동시장과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또, 각계각층의 노동자와 구직자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인가?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vs. 외롭고 불안정한 

긱 경제에도 예외없이 동전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한편에서 긱 경제는 더 이상 꼰대 같은 상사도 불편한 출퇴근도 필요없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경제활동이다. 비교적 희소성이 크고 전문성이 높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 예컨대 IT 전문가, 프로그래머, 기자, 크리에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등에게 그렇다. 이들은 한곳에 얽매이지 않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희소성이 작은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 예컨대 청소원, 운전기사, 단순노동자들에게 긱 경제는 실업과 번아웃에 대한 차악의 선택일 뿐이다. 

전자와 같은 희망은 디지털 기술의 첨단 기업들과 그 리더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소유’보다 ‘공유’의 개념이 커져가는 디지털 시대에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후자의 그룹에서는 긱 경제가 떠받드는 유연성이란 덕목이 노동자가 아닌 기업에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냐고 반문한다. 기업이 필요할 때만 임시로 고용하고 언제든 해고할 수 있으니 말이다. 

신간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는 긱 경제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조망한다. 저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디어 스타트업인 <쿼츠(Quartz)>의 부편집장으로, 그간 오랫동안 ‘일의 미래’를 주제로 파헤쳐 왔다. 그녀는 ‘메커니컬터크’와 이케아가 인수한 인력중개 플랫폼 ‘태스크래빗’ 등에 직접 가입하여 작업을 할당받아 일해본 경험 등 실제로 긱 경제에 대한 생생한 체험담을 이 책에 싣기도 했다. 

책은 구체적으로 캔자스시티의 우버 택시운전사 겸 웨이터, 뉴욕에서 정직원 생활을 그만두고 긱스터에 합류한 잘나가는 프로그래머, 메커니컬터크를 통해 소득을 벌어들이는 캐나다의 워킹맘, 프리랜서로 지역 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아칸소주 자선활동가 등 다양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좇으며, 이미 우리 앞에 펼쳐진 미래를 세밀하게 그려간다. 이처럼 실제로 긱 경제를 체험하고 있는 근로자의 입장에 초점을 맞춰 쓰여진 책은 지금껏 없었다. 

아울러 저자는 다양한 기업과 경제 전문가들의 찬반양론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긱 경제가 새롭게 낳은 많은 일자리들, 그리고 그들 중 하나이던 청소 전문 스타트업(Managed by Q)이 직원을 비용이 아닌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며 계약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 흑자 경영에 들어선 색다른 사례도 보여준다. 

여기까지도 아직 모자라다. 저자는 평생고용 개념의 기존 일자리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실리콘밸리가 새롭게 만들어낸 근로계약 형태인 긱 경제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다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제도나 지원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것은 진정한 진보도 혁신도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긱 경제로 인한 소득 불안정 문제, 사회보험 등 복리후생의 부재 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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