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브랜드; 짓다...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신간] 브랜드; 짓다... 듣는 순간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 언어의 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26 0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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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민은정은 브랜드에 첫 숨을 불어넣는 사람. 제품과 서비스에 이름을 붙임으로써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에 슬로건과 스토리, 메시지 등 언어적 요소를 더해 브랜드 매력을 증폭시키고 현실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브랜드 버벌리스트(Brand Verbalist)’다. 

25년 동안 다양한 기업들과 50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수많은 히트 브랜드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Passion.Connected. 하나된 열정’과 대한민국 관광 브랜드 ‘Imagine Your Korea’를 비롯해 카누, 티오피, 오피러스, 로체, 알페온, 뮤지엄산, 리엔, 코나, 아난티, 자연은, 굿베이스 등의 네이밍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1994년 국내 한 브랜딩 전문 기업에서 버벌리스트로 첫발을 내디뎠고, 세계적 수준의 브랜딩 작업에 대한 갈망으로 2001년 인터브랜드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인터브랜드 한국 법인의 CCO(Chief Contents Officer)로서, 다양한 기업의 브랜딩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글로벌 브랜딩 모델을 국내 기업에 접목하는 데 힘쓰고 있다. 

브랜드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이름이 붙여지는 그 순간’이라고 믿는다. 브랜드가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 브랜드 이름을 짓고 서사를 만들어주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매력적인 ‘운명의 순간’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브랜딩에 대한 통찰을 나누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존재는 언어로서 드러나며, 그 언어 안에서 거주한다는 뜻이다. 그의 말처럼 인간은 언어로 인식하고, 언어로 기억하며, 언어로 생각한다. 언어의 힘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그중에서도 언어로 지어지는 ‘이름’은, 일단 한번 만들어지면 관념처럼 자리 잡아 존재의 프레임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콩이 원료인 두유에는 우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두유의 진짜 이름은 ‘콩즙’이다. 그런데 이 콩즙에 ‘soymilk’, 즉 ‘두유’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우유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었다. 덕분에 우유의 한 종류인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만일 성장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공략한 ‘우유 반 두유 반’ 캠페인이 ‘우유 반 콩즙 반’이라 불렸다면, 두유가 시장에서 지금 같은 포지션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기능이 아닌 브랜드로 차별화되는 시대, ‘언어’는 대중이 브랜드를 인식하는 가장 확실한 통로다. 특히 이름은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운명을 가르는 기준이다. ‘이름은 글자를 읽고 쓸 줄 알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수많은 경쟁자와 싸워 이길 수 있는 이름을 짓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 슬로건과 콘셉트, 스토리, 메시지 등 이름에서 파생되는 ‘브랜드 언어’들을 제대로 구성하려면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에서 저자는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다면 브랜드 언어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고 정교하게 말이다. 

성공한 브랜드 이름에는 알고 보면 고도로 계산된 네이밍 법칙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생소한 이름이 기억에 남으려면 무성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무성음은 거칠게 들리지만 이 거친 느낌이 없으면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2011년 출시 이후 타 먹는 원두커피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서식품의 브랜드 카누는, ‘커피’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 ‘카페’에서 비롯됐다. 다양한 조합 중에서도 커피의 강한 맛을 표현하는 ‘카’에 유성음인 ‘누’가 따라붙어 부드러운 맛을 어감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또 브랜드명을 영문으로 표현할 때는 알파벳 ‘C’와 ‘K’중 더욱 강렬한 느낌을 주는 K를 선택해 ‘KANU’가 되었다. 

저자는 25년간 수많은 히트 브랜드 이름을 직접 지어온 경험을 토대로 정교하고 과학적인 네이밍 법칙을 들려준다. 음성학적 고려뿐만 아니라 글자의 조합, 글자 수와 길이, 패밀리 브랜드에 적용할 때 기억해야 할 원칙, 시대 정서와 맥락을 반영하되 너무 튀거나 올드하게 들리지 않는 노하우 등은 귀에 꽂히는 브랜드 이름을 짓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머릿속에 깊이 새겨지는 브랜드 이름, 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 이름을 갖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국내 최고 브랜드 마스터의 검증된 전략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라. 

이름은 브랜드의 첫인상이다. 그러나 이름 하나 잘 지었다고 해서 그것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브랜드에 뛰어난 이름을 붙였다 해도 이를 보완하거나 강조하는 다른 요소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브랜드 슬로건’은 이름과 함께 브랜드의 성격을 드러낸다. 브랜드에 인격을 부여하는 것은 ‘브랜드 스토리’다. 공감할 만한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야 사랑받을 수 있다. 또 ‘브랜드 메시지’와 ‘브랜드 콘텐츠’는 고객과 나누는 대화와 같다. 첫인상이 좋아도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관계는 곧 끊어지게 마련이다. 메시지와 콘텐츠는 브랜드의 매력을 촘촘하게 완성하고 고객과의 관계가 지속되도록 만든다. 

따라서 사랑받는 브랜드, 살아남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이름, 슬로건, 콘셉트, 스토리, 메시지 등 모든 브랜드 언어가 동일한 맥락과 선상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저자는 도전하는 후발 브랜드가 콘셉트를 잡을 때 유의해야 할 점, 기업 슬로건을 지을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 오래도록 회자되는 브랜드 스토리 만드는 법 등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랜드 언어 전략을 실제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25년간 직접 진행해온 다양한 브랜딩 프로젝트 사례를 진솔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카누’의 사례 외에도 익숙한 영어 단어로 전혀 다른 느낌을 부여한 커피 브랜드 ‘티.오.피’, 산업화를 상징하는 건물에서 시민의 공간이 된 ‘서울스퀘어’, ‘자연은 토마토’·‘자연은 알로에’ 등 열린 결말 덕분에 매력적이라 평가받아온 주스 브랜드 ‘자연은’, 금융업 특유의 ‘엄근진’을 버리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변모한 신한·국민·하나은행의 모바일 금융 플랫폼 등 현재 시장에서 소비자와 만나고 있는 다채로운 브랜딩 사례가 풍부하게 펼쳐진다.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올림픽으로 평가받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슬로건 “Passion. Connected. 하나된 열정”을 비롯해 CJ·대교·두산인프라코어·금호타이어 등 국내 여러 기업의 슬로건과 회사 이름을 개발하는 과정 뒤에 숨은 흥미로운 스토리가 가득하다. 삼성 디스플레이 아몰레드, 아모레퍼시픽의 한방 샴푸 ‘려’ 등의 사례는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브랜드라면 반드시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이처럼 책 곳곳에 알차게 담긴 32가지 사례는 브랜드를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단비처럼 소중한 인사이트를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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