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수호에 있어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다”
“자유의 수호에 있어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26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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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주의 정치 정립한 배리 골드워터 ‘보수주의자의 양심’ 출간
▲ 보수주의자의 양심 ⓒ열아홉 출판사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표류하는 한국 보수정치 상황에 지표가 될 만한 신간이 출간됐다.

미국 ‘보수의 아이콘’ 배리 골드워터(1909~1998) 공화당 상원의원이 쓴 ‘보수주의자의 양심’이 바로 그것.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설립자인 에드윈 퓰너 전 이사장은 보수주의 운동에 헌신하게 된 계기로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과 함께 이 책을 꼽았다.

특히 “미국인 백만 명이 그(골드워터)의 책을 주의깊게 읽는다면 이 나라 전체와 세계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러셀 커크의 비평은 유명하다.

저자 배리 골드워터는 1964년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으나 린든 B 존슨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그러나 보수주의 철학을 강조하는 그의 목소리는 이후 크게 공감을 얻었다. 1969년 상원의원으로 재기했고 이후 내리 3선을 했다.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한 명인 미합중국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정치 신인 시절 배리 골드워터 지지 연설로 일약 전국구 차세대 스타 정치인으로 발돋움했다.

레이건은 당시 연설에서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선택은 없다. 오직 싸우느냐 항복하느냐의 선택만 있을 뿐”이라고 말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레이건은 16년 뒤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런 철학을 뚝심 있게 밀어붙여 소련을 기어코 굴복시켰다.

미국 보수 계열 싱크탱크들은 레이건의 성공이 골드워터가 정립한 보수 정치철학 기반과 골드워터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했다고 지적한다.

골드워터가 눈앞의 정치적 이익 대신 통치 철학으로서 보수 가치를 정립하는 일에 헌신했기에 지금 미국의 보수 정치와 공화당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보수 본산' 헤리티지 재단을 만들고 이끈 에드윈 퓰너는 이런 골드워터 정신을 알리는 전도사를 자임해왔다.

골드워터는 보수를 표방하면서도 ‘따뜻한 보수주의자’, ‘진보적 보수주의자’로 자신을 칭해달라는 정치인들을 혐오했다. 이러한 이중적이고 비양심적인 태도 자체가 보수주의에 대한 이해와 신념 부족 탓이라는 것이다. ‘합리적 보수주의자’ ‘개혁적 보수주의자’ ‘중도 보수주의자’ 등의 수식어를 달기 좋아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들도 새겨들을 만하다.

골드워터가 1960년 펴낸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과 함께 양대 보수 바이블로 불리며 350만부가 팔린 스테디셀러지만 국내에는 이제 처음으로 도서출판 ‘열아홉’에서 번역 출간됐다.

골드워터는 책에서 닉슨, 아이젠하워 등 전직 대통령들이 ‘가슴을 가진 보수주의자’, ‘진보적 보수주의자’ 등으로 불리길 원한 데 대해 “이런 공식화는 바로 보수주의가 협소한 기계적 경제이론이라는 고백이나 다름없다”면서 “경리 직원의 지침으로는 아주 잘 어울릴지 모르지만, 포괄적 정치철학으로는 의지할 만하지 않다”고 혹평했다.

보수 철학을 정립함으로써 ‘보수 아이콘’으로 떠오른 덕분에 골드워터는 1964년 대선에서 록펠러 등 명망가들을 꺾고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지만 ‘극우주의자’라는 오명과 함께 대패했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자유의 수호에 있어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다”라고 원칙을 강조했다. 타협 대신 원칙과 양심을 지키는 게 보수의 유일한 살 길이라는 일갈이었다. 이처럼 원칙을 지킨 참패는 미국 보수주의 정치의 탄탄한 버팀목으로 되살아나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사즉생(死卽生)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탄핵 사태 이후 위축된 채 표류하는 한국 보수정치는 다시 적당한 타협과 굳건한 원칙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위대한 패배자’ 배리 골드워터의 이 책 ‘보수주의자의 양심’이 좋은 지침이 될지 모른다.

▫ 출판사 서평

‘보수주의자’는 누구이며,

그의 양심은 무엇에 상처 받는가?

미국 보수주의의 기반이자, 공화당 노선의 전범이 된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낙선자’의 정치적 선언문!

우리나라 보수는 반공과 국가개발주의를 통해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것은 한 시대를 위한 전략일 뿐,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원칙은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는 그런 성공 신화에 매달린 나머지, 시대의 변화에서 낙오했다. 오늘날 보수의 몰락은 탄핵이 아니라도 이미 예고된 참사였다. 이제라도 ‘보수주의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질문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참고해야 할 고전 중의 하나가 바로 미국 정치가 배리 골드워터의 <보수주의자의 양심>이다.

보수와 진보는 선악의 문제도, 정오(正誤)의 문제도, 신구(新舊)의 문제도 아니다. 그것은 문제를 바라보는 원칙과 방식 상의 “차이”의 문제다. 무엇보다 보수주의는 인간이 각자 독특한 영혼을 지니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주체라고 간주한다. 한마디로 인간의 본질은 자유다. 본질인 자유가 위축되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된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든지 인간의 자유가 침해당하면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상처를 입게 된다.

무엇보다 저자는 ‘큰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대공황을 계기로, 민주당이 20년간(1932-1952) 집권하며, 뉴딜정책을 통해 국가의 기능을 확대했다. 뒤이어 아이젠하워 공화당 정권이 8년간(1952-1960) 집권했으나, 골드워터가 보기에는 뉴딜정책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다시금 민주당으로 정권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실제로 1960년에 케네디를 앞세워 민주당이 다시 집권에 성공했다.

이런 순간에, 이대로 가다가는 자유가 실종되어 보수주의가 몰락할 것이라는 진단과 더불어, 그에 대한 처방을 담은 것이 바로 <보수주의자의 양심>이다. 저자는 보수의의 원칙을 제시하고 국가 권력의 자기증식성을 지적한 다음, 다양한 아젠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원칙은 네 가지, 즉 개인의 자유, 시장경제, 작은 정부, 강력한 국방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미국 보수주의의 기반이자, 공화당 노선의 전범이 되었다. 나아가, 그것은 오늘날 공화, 민주 양당정치의 정책적 플랫폼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보수주의의 원칙을 체계적으로 제시한 최초의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순식간에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올라, 1964년 대통령선거의 공화당의 후보로 선출되었다. 후보 수락연설에서 그는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처럼 그는 유연한 전략적 고려없이 오로지 소신과 원칙에 충실했으나, 그로 인해 파열음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익 극단주의자’라는 오명을 쓰고 본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 그가 이긴 것은 50개 주 중 6개 주에 불과했다.

모두가 그의 재기불능을 예상했으나, 머지않아 그가 제시한 보수주의 원칙은 재조명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그 자신도 정치적으로 재기했으며, 나아가 다음 세대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지식인 등이 그를 추종했다. 그리하여 그는 “44개주를 내주고 미래를 얻은 사람,” “가장 영향령 있는 낙선자” 등의 칭호를 얻으며, 평생 공화당의 원로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상원의원으로 총 5선을 하며 30년 동안 상원을 지냈다.

한마디로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미국 보수주의를 되살리는 불씨의 역할을 했다. 특히 이 책은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과 더불어 미국 보수주의와 공화당 노선을 앞장서서 이끈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특히 “미국인 백만 명이 그(골드워터)의 책을 주의깊게 읽는다면 이 나라 전체와 세계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러셀 커크의 비평은 유명하다. 이 책은 무려 350만 부 이상 판매되며, 미국 정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에도 거의 매년 다양하게 재출간되고 있다.

정치인이 위기에 처하면 대개는 원칙보다 타협을 선택하여 생존을 도모한다. 그러나 골드워터는 보수주의가 위축될 때, 타협이 아니라 선명한 원칙을 선택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적 생존이 아니라, 보수의 원칙 그 자체였다. 비록 당장의 선거에서는 참패했을지라도, 바로 그 참패를 통해 보수주의는 불씨를 지폈다. 한마디로 사즉생(死則生)이다. 비록 60년 전 미국의 이야기이지만,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고전이자, 정치적 선언문이다.

<보수주의자의 양심>은 미국 이야기다. 우리가 그대로 좇아할 수도 없고, 좇아 해서도 곤란하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 정치적 죽음을 불사하고 혼과 원칙을 세운 점은 우리에게 절절한 타산지석이다. 이 책이 보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생각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진보를 제대로 해보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더없이 유익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는 서로 간에 절멸시켜야 할 적(敵)이 아니라, 상생해야 할 파트너다. 그런 점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의 세계관을 더욱 풍부하고 균형 있게 만드는 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_옮긴이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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