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당신의 일은 해체될 일인가 살아남을 일인가
[리뷰] 2035 일의 미래로 가라... 당신의 일은 해체될 일인가 살아남을 일인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2.27 06: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가 걱정스러운가, 걱정스럽다면 왜 그런가, 모르기 때문인가? 모르기 때문이라면 미래를 어느 정도 알게 되면 미래에 대한 걱정도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래를 아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기차가 미래로 가는 것을 안다고 해도 열차에 올라타거나 더 빨리 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면 아는 것으로는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다. 

과거에는 30년 후, 심지어 100년 후 미래에 관한 책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2010년이 지나면서부터는 먼 미래라고 해야 10년 후, 20년 후가 대부분이다. 요즈음은 3년 후나 5년 후를 논하는 책이 더 많다. 왜 그럴까? 이를 두 가지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불확실성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려워졌고, 둘째는 다가올 5년의 변화는 과거 수십 년, 수백 년의 변화와 맞먹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금 더 먼 미래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측 가능하다면 최대한 멀리 보는 것이 현재를 살며 정확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멀리 봐야만 울퉁불퉁하거나 좌우로 치우친 길을 걷지 않게 된다. 삐걱거리거나 좌우로 갈팡질팡한다는 것은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인데,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변화는 지금도 생각지도 못한 속도로,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지나가고 있다. 
 

이제 두 가지가 남았다. ‘누가 볼 것인가’와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누가 볼 것인가? 미래를 봐야 하는 사람은 절대 미래학자가 아니다. 미래를 걱정하며, 현재를 살며 준비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당사자인 우리다. 미래를 보려면 다른 사람의 눈이 아닌 우리 눈으로 봐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의 내 좌표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눈에 맞는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할 수 있다. 미래를 잘 본다는 사람들의 말은 참고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볼 것인가? 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미래를 보려고 한다. 우선 선형적으로 10년 단위로 미래를 그려서 실현 가능한 핵심 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미래를 본다. 이 주제는 크게 변화할 주제가 아니며, 모두가 관심을 두므로 그 시기가 별로 유동적이지도 않다. 예를 들어, 2025년에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같은 주제가 있다. 이것이 2024년에 실현되든, 2026년에 실현되든 현재와 앞으로의 10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런 핵심 주제를 2025년, 2035년, 2045년에 설정해 선으로 연결한다. 

이런 생각이 바로 들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핵심 주제라면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 ‘내 일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자율주행 자동차가 택시나 버스 기사, 트럭 운전사와 같은 직업을 사라지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동차라는 제품은 운전을 전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전’이 사라지니 그 ‘직업’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일차적으로 그렇기는 하지만 ‘운전’이라는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가끔 등장하는 우버 자율주행 택시의 사고 소식이나 테슬라 전기자동차의 자율주행 중 사고 소식에 모두가 호들갑이지만, 실제로 인간이 일으키는 사고에 비하면 극히 작은 수치다. 여기에 현재의 기술 수준과 도로 환경, 인간 운전자와 같이 도로를 운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는 이미 제로를 향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분은 사고가 없는 차를 운행하면서 비싼 보험에 들겠는가? 만약 보험을 들어야 한다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운행하는 소비자인가, 아니면 차를 만든 제조사인가? 자동차 제조사는 사고도 나지 않을 차를 만드는 소재로 그 무거운 철을 고집할 것인가? 철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조업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이 철이 아닌 다른 소재를 채택한다면 철강산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운전하지도 않는 차 안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처럼 미래로 이동하는 10년 단위의 마일스톤, 그러니까 이정표가 되는 핵심 주제들에는 산업과 일에 관련된 더 폭넓은 연관 주제들이 있다. 이런 주제들을 산업과, 산업의 경계를 허물면서 설정하고 생각해본다. 이것이 이 책에서 미래를 보는 두 번째 방식이다. 10년 단위의 미래로 가는 몇 개의 커다란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이 마일스톤에 연관된 주제들을 살펴보면 일의 미래가 보인다. 이것이 우리가 알고자 하던 미래다. 

물론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자율주행 자동차마저도 계속 지금처럼 대량생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자신만의 개성을 반영한 차를 갖게 될 것이다. 가벼워진 자동차에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탄소 동소체인 화석 연료를 사용할 이유도 동시에 사라질 것이다. 대중교통의 역할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차를 몇 대씩 사는 가정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제 차는 사람과 연결되고 집의 냉장고나 텔레비전과 연결되어 비서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미래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을 바꿀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 시작된 미래지만, 앞으로 30년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일자리가 사라지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산업혁명 초기에 일자리 걱정을 했던 일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지금의 일자리 걱정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량생산이 대량소비를 촉발했던 시기가 아니다. 지금은 차를 생산할 공장을 건설하고, 철을 대량생산하고, 부품을 조립할 사람이 필요하던 시기가 아니라, 모든 운전자에게 운전 정지 명령이 내려지는 시기라는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도 동시에 생긴다. 차에는 탔지만, 운전하지 않게 된 운전자를 위해 필요한 것을 제공해주는 그런 일이다. 철로 차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서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런 소재를 개발하는 일에는 엄청난 기회가 열린다. 그걸 알아채는 것이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일이다. 

첫 파트에서는 ‘미래로 가는 가로축’을 확인한다. 2025년, 2035년, 2045년경에 일어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그 이상은 예측도 어렵지만, 예측한다 해도 현실화할 가능성 또한 멀어진다. 저 시기의 좌표들에 관해서도 논란은 있다. 특히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방향은 물론 마일스톤마저 달라진다. 나는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이 책을 썼으며, 가장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책임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을 선택했음을 밝혀둔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미래로 가는 ‘가로축 주변의 중요한 이슈들’을 살펴본다. 2025년에 자율주행 자동차라는 마일스톤이 설정되었다면, 중요한 이슈로 인공지능, 자율주행, 보험, 소재, 연결, 빅데이터, 디지털 감시, 융합, 3D 프린터, 일자리와 같은 것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이런 이슈들이 어떻게 얽혀 다른 파급효과를 만드는지 확인한다. 한계라고 한다면 모든 이슈를 다룰 수 없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상상력이 필요한 지점이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중요한 산업들의 변화를 생각해본다. 예를 들어, 변기 제조는 건설산업에서 헬스케어산업으로 이동한다. 변기는 배설물, 체온, 땀, 심지어 피부를 읽어 분석하는 의료기기로 탈바꿈한다. 분석된 정보는 연결된 병원, 주치의에게 전달되고 관리된다. 텔레비전이나 냉장고 혹은 인공지능 비서는 집과 나, 가족, 생활, 건강을 모두 책임지는 비서실장이 된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비서실장이 텔레비전이냐, 냉장고냐, 혹은 휴대전화냐가 아니다. 무엇이 바뀌고 어떻게 융합되느냐다. 

이런 논의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현실에 발을 딛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논의가 남의 일이 되지 않도록, 실제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대표주자 기업들을 모두 확인했다. 일부는 이미 여러분이 아는 기업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상상하는 미래를 확인하면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이들을 미리 알아야 하는 이유는 10년, 20년 후에 여러분이 그리고 여러분의 아이들이 애플(Apple Inc.)처럼 자주 부르는 이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일은 어떻게 해체되고 다시 탄생하는지 상상력을 동원해 살펴본다. 일은 사라지기도 하지만 새롭게 탄생하기도 한다. 심지어 죽은 일이 살아나기도 한다. 모두 우주여행을 꿈꿀 것 같지만, 지금보다 더 자연을 탐험하는 여행이 주목받을 수도 있다. 모두 디지털 음악을 사랑할 것 같지만, 아날로그 음악을 찾아 연주회장이 붐빌 수도 있다. 나는 주목할 만한 미래의 일거리 분야로 아홉 가지를 제시한다. 셋은 그야말로 미래와 연결된 일이고, 다른 셋은 인간의 감성에 연결된 일이고, 나머지 셋은 인간의 본성에 관련된 일이다. 

지금부터 2025년까지, 2035년 그리고 2045년 이후의 더 먼 미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것을 9개의 블록으로 그려봤다. 시간이 단절된 것이 아니니 시기에 따라 블록 간 중요성의 차이는 생기겠지만, 중요한 요소들이 놓인 블록 위에 새로운 블록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융합하는 구조로 세상이 움직일 것이다. 맨 아래의 블록 4개는 초기부터 계속 융합의 기초재료가 될 것들이다. 그다음 3개는 2025년이 되면 전면에 부상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블록들이다. 마지막 2개의 블록은 과거에 이미 등장했지만, 2035년이 넘어가면서 그 중요성이 급부상하는 블록들이다. 

휴머니즘 / 로봇  / 투명한 정치 / 디지털 권력 / 신경제학  / 식량 / 에너지 /생명공학 / 인공지능 

[미래를 융합하는 9개의 레고 블록] 

왜 하필이면 레고(Lego) 블록일까? 각 블록이 하나의 독립된 완성품이자 다른 블록과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를 만들 블록이기 때문이다. 식량은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을 만나 대량생산의 길을 열어줄 수도 있지만, 디지털 권력을 잘못 만나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에서 지금보다 더 큰 분배의 문제를 키울 수도 있다. 투명한 정치가 디지털 권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면 디지털 권력이 실제 권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휴머니즘은 사라지고 로봇만 남는다. 그렇다. 휴머니즘은 그 시기에는 로봇과 섞인 인간이 인간이길 포기하지 않을 때만 살아남는다. 

식량과 에너지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둘은 먹고사는 문제다. 2020년이 오기 전까지는 예행연습에 불과하던 일자리 해체가 거대한 파도가 되기 시작한다. 2023년, 4단계와 5단계 자율주행 자동차가 보급되면서 파도는 덩치를 키우며 일자리를 순식간에 삼켜버린다. 자율주행 자동차로 시작한 인공지능은 병원, 공장, 학교를 가리지 않는다. 3D 프린터가 다시 자동화된 공장과 경쟁한다.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진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해진다. 2030년이 가까워지자 공장에서 사람이 거의 사라진다. 사람들은 정치가 힘을 발휘하길 원하고, 신경제학으로 새로운 분배의 정의가 세워지길 바란다. 

하지만 한 편에서는 디지털 권력이 엄청나게 힘을 키운다. 감시와 통제로 사생활이 사라진 세계처럼 보인다. 나를 드러내지 않으면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야 할 것처럼 모든 것이 드러난다. 정치권력과 디지털 권력은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둘 다 인간의 힘으로 만든 것이지만, 지성으로 만들어진 정치권력이 이성으로 만든 디지털 권력을 통제하길 바란다.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유지되면 휴머니즘과 로봇이 공존할 수 있다. 

2045년이 지나면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지구에 발을 디딘 후 30,000년 만에 처음으로 일에서 자유로운 시기가 올 수 있다. 단, 휴머니즘이 살아남는 경우만 해당한다. 건강과 삶의 선택권도 주어진다. 앞으로 30년, 그러니까 산업혁명 이후 300년간 달려온 인간의 과학기술 혁명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 이 시기에 온다. 하지만 이것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시작된 ‘사라지는 일자리’의 고통을 견뎌야 하고,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우리가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 것인지’ 모두가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미래로 가는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