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현황과 2019년 전망] 북한 경제 급속히 추락...북한 심각한 유동성 부족 사태 전망
[북한 경제 현황과 2019년 전망] 북한 경제 급속히 추락...북한 심각한 유동성 부족 사태 전망
  • 이승열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북한학 박사
  • 승인 2019.03.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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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급속히 개선되어 가는 듯하던 북한 경제가 2018년 곤두박질치면서 심각한 물자와 유동성 부족에 처해 있는 것으로 국회입법조서처에 의해 보고됐다. 이러한 북한 경제의 심각함은 김정은으로 하여금 미북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래한국>은 올해 북한의 경제 현황을 전망한 국회입법조사처의 보고서를 입수해 공개한다.(편집자 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금년 1월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지난해 인민 경제와 주체화 노선을 위한 투쟁에서 의미 있고 소중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북한 경제의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적으로는 ‘자립경제’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내핍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했다. 이것은 강력한 대북제재 하에서의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한 상반된 평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이와 같은 상반된 평가는 2018년 ‘왜 북한이 대화의 장(場)으로 나왔는가’에 대한 논란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대화에 나온 것이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인민경제에 보다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UNSCR 2270, 2321, 2371, 2375, 2397)과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로 인해 북한이 극심한 체제 위기를 느낀 나머지 대화의 테이블로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한쪽에서는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되어 있다고 봤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가 내적으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 경제 현황에 대한 주요 지표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2019년 북한 경제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자 한다.
 

급격히 추락한 북한 대내경제지표

2017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조 3818억 원으로 2016년의 36조 1033억 원에 비해 0,77% 증가했다. 그러나 북한 내의 물가상승률(GDP deflator)을 고려한 실질 국내총생산은 30조 8823억 원으로 2016년의 31조 9966억 원보다 3.5% 감소했다.

산업부문별로 실질 국내총생산의 변화를 살펴보면 주로 광업(-11%), 제조업(-6.9%), 건설업(-4.4%), 운수 및 통신(-4.2%) 감소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한편 2012년 12월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까지 북한의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특히 2016년은 3.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따라서 2017년 경제성장률의 3.5% 급락은 북한 광업 등 산업 생산 전반에 걸친 생산성 하락으로 인한 것으로, 그 결과 북한 경제에 상당한 물가상승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시기 북한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북한의 무역총액은 55억 5000만 달러(USD)이며, 이중 북한 정권의 주요 수입원인 수출액은 17억 7000만 달러로서 2016년의 28억 2000만 달러보다 약 37.2%나 급락했다. 그러나 북한의 내수시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수입액은 37억 7000만 달러로서 2016년의 37억 1000만 달러에 비해 오히려 늘어났다. 이것은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97년 이후 북한의 대외무역총액(수출입)의 변화를 살펴보면 2017년 수출액의 감소규모가 1997년 이후 최대치로 무엇보다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 물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2017년 북한의 최대 무역 국가는 중국으로 수출입 비중이 각각 93.2%, 95.5%에 달했다. 이와 같은 편중 현상은 북한 무역의 질을 저하시키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북한 경제 현황에 대한 두 가지 견해가 존재하는데 낙관론과 비관론이다. 먼저 낙관론의 근거에는 ‘시장화’(또는 비공식경제, 사경제)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북한의 시장은 공식적으로 약 450-500개에 달하는데, 비공식적인 길거리 장마당과 임시시장까지 합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것이며, 이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시장경제가 현재 북한 경제의 안정화를 유지하는데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경제성장률 급락 원인은 지난 2016년 1월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UNSCR)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주요 수출품(무연탄, 철광석, 직물, 수산물 등)에 대한 제재가 현실화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북한 주민의 주요 시장 생필품 가격은 오히려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률과 대중 수출 물량이 급락하기 시작한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값(kg당 5000~6000원)과 시장환율(북한 원/미화 1달러 당 8000~8100원), 그리고 유류가격(휘발유 1만 5990~1만 8750원) 등이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북한 시장 생필품 가격을 조사한 ‘Daily NK’에 따르면 북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값(kg당 4800~5200원)과 시장환율(1달러당 8000~8200원)이 여전히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17년 이후 경제성장률과 대외무역 규모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강력한 안정화 정책으로 시장물가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것은 대북제재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미이다. 북한 경제의 안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이유이다.

 

딱 걸린 북한의 석유류 불법 환적 장면. 북한 선적 유조선 ‘유정 2호’(왼쪽)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민닝더유078 호’의 모습.
딱 걸린 북한의 석유류 불법 환적 장면. 북한 선적 유조선 ‘유정 2호’(왼쪽)와 국적을 알 수 없는 ‘민닝더유078 호’의 모습.

북한 경제제재로 유동성 문제 심화

그러나 이미 북한 경제가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이 있으며 이러한 논리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대북제재의 효과에 따른 북한 무역의 질적 저하와 수출입 급락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북한 무역의 질적 저하의 직접적인 영향은 대북제재로 인한 대중 의존도의 급격한 상승에 따른 결과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1위 수출 대상국이 1990년대 일본에서 2002년 이후 중국으로 넘어갔으며, 규모면에 있어서도 1위 국가의 무역 비중은 대략 30~40%대에서 머물렀지만, 2009년 이후 대중 무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대 이상으로 확대되었다.

또한 수출 품목의 편중 현상도 심해졌다. 중국의 경제 발전에 따른 수요의 증가로 무연탄의 비중이 다른 품목에 비해 40%이상 급등하면서 무연탄에 대한 국제 시세의 잦은 변동에 취약하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무역의 질적 저하는 자원 배분에도 영향을 미쳐 북한 경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북한 경제에 대한 비관론의 또 다른 근거는 북한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생필품 수입 정책을 단행하여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수출량의 급락에 따른 경상수지의 악화로 인한 국내 외환보유액의 감소 속도가 너무 빨라 북한 당국의 공세적인 경제 운영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2017년 경상수지 적자가 약 20억 달러(수출액 17억 7000만 달러, 수입액 37억 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2018년의 상황은 2017년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인데, 2018년 8월까지 북한 수출입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대북 수출이 약 38% 줄었고, 수입액도 88.1% 급감했다.

그 결과 북한은 작년보다 수입 40%, 수출 90%가 급감한 상황이다. 수출입 물량 중 북한 경제 안정화의 핵심 요인인 수입량이 40%대로 급락한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그 결과 한국은행의 통계자료에서 본 물가상승률(GDP deflator)이 2017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2019년 북한의 시장물가 또한 안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2017년 이후 북한의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북한 경제의 위기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 체제의 특성상 강력한 시장 안정화 정책과 가격 통제로 인위적으로 가격 상승 압력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년 북한 경제가 강력한 대북제재 하에서 여전히 안정적으로 운영될지 혹은 경제 위기로 갈 것인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 경제 안정화의 핵심은 바로 시장이었다. 그러나 대북제재의 영향이 수입량의 급감으로 나타나면서 시장가격에 대한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의 핵심은 대북제재의 해제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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