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PC를 둘러싼 4인 4색의 뜨거운 논쟁
[서평]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PC를 둘러싼 4인 4색의 뜨거운 논쟁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4.16 0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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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은 한국의 인터넷 공론장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낯선 단어다. 기본적으로 다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태동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글로벌한 세계의 현실에서, 더욱이 미국의 영향을 심대하게 받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점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당장 인터넷 게시판의 설전을 조금만 들여다봐도 그 근저에 ‘정치적 올바름’ 개념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정치적 올바름’이란 대체 무슨 뜻일까? 

‘정치적 올바름’은 영어로 ‘Political Correctness’로서 소수자들을 차별, 배제하는 언어 사용 및 표현을 지양하자는 신념, 혹은 그에 기반한 사회운동을 말한다. 흔히 PC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구자’ 대신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거나, ‘에스키모’ 대신 ‘이누피아크’, ‘후진국’ 대신 ‘개발도상국’,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 ‘결손가정’ 대신 ‘한부모 가족’ 등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재 ‘정치적 올바름’은 단순한 언어순화 운동 차원을 넘어서, 영상이나 게임 등에서의 균등한 역할 배분, 혹은 진학이나 취업, 승진 등에서의 소수자 우대 정책 등으로 확장 적용되고 있다. 성별, 인종 등 여러 집단적 정체성이 합류하는 정치적인 상황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이른바 올바르게 처신하는 것 일체를 뜻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인류가 응당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이 책에서 각각 여성과 소수 인종을 대표하는 패널인 골드버그와 다이슨은 ‘정치적 올바름’이 거대한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방편이며, 따라서 인류 진보의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두 패널은 현재 PC에 대해 비판적인 사회의 분위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역사적, 사회적 특권층이 뻔뻔하게도 그들의 이기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역사의 반동이며, 오랜 시간이 지나면 필경 우스꽝스럽게 회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찬성 팀이 보기에, 이런 역사의 낙오자들은 ‘계몽’해서라도 역사의 도도한 물결로 이끌고 가야 할 망아지들이나 다름없다. 

반대 팀인 조던 피터슨과 스티븐 프라이가 단지 ‘이기심’을 드러내는 주장을 했다면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내미는 반대 논거는 퍽 묵직한 대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정치적 올바름’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피터슨은 “표현의 자유 없이, 진정한 사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프라이는 SNS상의 침묵해야만 할 것 같은 분위기, 검열당하는 듯한 느낌에 대해 토로한다. 이른바 ‘어떤 발언이 PC하지 않으면 어떡하지’에 대한 걱정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를 막는다는 것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발전을 그 토대부터 허물어뜨릴 수 있다. 

아울러 피터슨은 ‘정치적 올바름’이 서구 문명의 위대한 산물인 개인주의를 위협한다고도 주장한다. PC 운동은 정체성 정치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이 정체성 정치는 근본적으로 개인을 지우고 집단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피터슨이 보기에, 이런 집단주의적 관점 아래에서는 개인의 생각이나 행동, 표현 등이 불행스럽게도 억압당하고 만다. 

이처럼 ‘정치적 올바름’은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현실과 맞물려 새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PC는 표현의 자유, 열린 토론, 자유로운 사상 교환의 적일까? 아니면 소외된 집단을 배제시키는 지배적인 권력에 맞서 평등하고 정당한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누군가는 정치적 올바름이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자유롭고 열린 토론을 옥죄며, 불필요하게 사회적 갈등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소외 집단에게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준을 만드는 것이 언론의 자유를 넓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첨예하게 맞서는 주장들 사이에서 독자들이 각자의 올바른 길을 찾아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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