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안보적 가치를 명심해야 한다.
대한항공의 안보적 가치를 명심해야 한다.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 승인 2019.05.1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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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A 스텔스 전투기 정비권한 획득한 TEAM-ROK

3월 29일 오후 2시 29분 청주기지에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F15-K와 F16 등 대한민국 공군 전투기 6대의 호위를 받으며 청주기지 상공을 선회한 후 활주로에 안착했다. 한국 공군도 공군기지 인근을 한 차례 선회한 후 이날 오후 2시 35분 청주국제공항 활주로에 안착했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이스라엘, 영국, 이탈리아, 호주, 일본에 이어서 7번째 F35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이 되었다.

2014년 3월 24일에 7조 40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2021년까지 총 40대를 도입한다. 공군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공군은 약 20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추가 도입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공군 전투기 전력화 상황과 출동 대응 시간, 하이급 전투기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최신예 F-35A급은 최소 60대 정도가 적절한 수준이라는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F-35A 추가 도입을 점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생산하여 납품하는 육군 사단급 무인기 KUS-9
대한항공에서 생산하여 납품하는 육군 사단급 무인기 KUS-9

한미동맹이 삐걱거린다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 또 하나의 선물을 줬다. 그것은 F-35A 정비권한이다. 스텔스 전투기에는 미 의회가 통제하는 기술 부분이 많다. 따라서 정비도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부분이 있다. F-35A 도입 결정시 정비분야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4월 12일 “미 국방부 엘렌 로드 획득운영유지차관으로부터 F-35A 구성품 2단계 지역 정비업체로 한국 방위산업체 컨소시엄인 ‘Team ROK’가 공식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Team ROK는 한화시스템, 한화기계, 한화테크윈, 대한항공, LIG넥스원, 현대글로비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애당초 한국이 참여할 수 있었던 정비분야는 대한항공 컨소시엄이 1개 부품(사출좌석)에 대한 정비뿐이었다. 2차 정비업체 선정에서 Team ROK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항공전자, 기계 및 전자기계, 사출 등 3개 분야 부품에 대한 정비를 맡게 됐다. 아시아지역에서 운용되는 미 공군 F-35A 정비 가능성도 함께 열었다고 볼 수 있다.
 

1급 국가시설인 대한항공 테크센터

이처럼 한국이 첨단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정비권한을 얻는 데는 대한항공의 역할이 지대했다. 대한항공은 1979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유일하게 미 군용기 종합정비창을 운용했다. 김해공항에는 대한항공의 대규모 정비시설이 있다. 대한항공 김해 테크센터다. 대한항공 여객기의 정비가 이곳에서 이뤄진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는 단순한 여객기 정비센터가 아니라 군사보안 1급의 국가시설이다. 아시아태평양지역 미 공군 전투력 유지의 핵심 시설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테크센터를 통해 1983년부터 현재까지 530여대의 미 공군 전투기가 창정비하여 미 공군에 인도되었다. 창정비는 항공기를 완전 분해하여 정비하고 재조립하는 작업이다. 기체 주요 부위의 상태 검사,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발견된 결함의 수리·보강 및 성능개선작업으로 이뤄진다. 항공기를 새로 만드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인정 받아야 창정비를 수주할 수 있다. 2011년 대한항공은 미 공군으로부터 약 4억 달러 규모의 F-15 전투기 성능 개량 사업을 수주해 2016년까지 60대의 미 공군 F-15전투기의 수직꼬리날개 교체, 레이더 현대화를 위한 전기배선 교체(Re-wiring) 등의 성능 개량과 기체 창정비 작업을 했다. 그 외에도 대한항공은 미 육군으로부터 아파치 롱보우(AH-64D), 블랙호크(UH-60), 시누크(CH-47) 창정비도 수주한 바 있다.

이렇듯 대한항공이 미 육·해·공군의 각종 전투기와 헬기의 성능개량 사업 및 창정비를 수행해 온 것이 큰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 F-35 스텔스 전투기 정비권한까지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정비권한을 얻지 못했다면 한국 공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는 일본에서 정비 받아야 할 판국이었다.

일반인들은 대한항공하면 그저 항공운수업체인 줄로만 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선도하는 방위산업체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의 방위산업 역사는 우리나라 방위산업 역사 그 자체다. 1975년 4월 30일 월남 패망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대한민국 방위산업에 불을 댕기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을 만나서 항공기 생산 사업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자동차조차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서 항공산업에 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조중훈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내가 걸어온 길>에서 이렇게 말했다. “막대한 투자비용과 불확실한 수익성을 감안하면 항공기 제조사업은 한진그룹 전체의 사운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이익을 얻기 위해 항공기 생산 사업에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항공기 제조 사업은 국가의 소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물질적인 손실은 개의치 않았다.”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은 그렇게 시작했다. 1975년 10월 대한항공은 ‘군용 항공기 정비, 조립, 생산 군수업체’로 지정되었고 당시 7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김해공항 인근의 늪지대를 메우고 항공기 생산공장(현 대한항공 테크센터)을 건설했다.
 

김해 테크센터에서 미 공군의 F- 15 전투기 전체 정비(오버홀) 작업을 끝내고 1호기를 출고하는 모습.
김해 테크센터에서 미 공군의 F- 15 전투기 전체 정비(오버홀) 작업을 끝내고 1호기를 출고하는 모습.

대한항공이 생산한 500MD 헬기와 제공호 전투기

조중훈 회장은 1976년 4월 미 휴즈사의 500MD 계열 헬기 생산을 위해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비록 라이센스 생산이지만 국내 최초의 헬기 생산 기틀이 마련되었다. 대한항공은 15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양산체제를 갖추고, 이듬해 7월 육군에 ‘솔개’라는 이름으로 500MD 소형헬기를 인도했다.

당시 육군은 미군의 UH-1헬기를 원했지만 우리 기술 수준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대한항공에서 생산한 약 200여대의 500MD 헬기는 북한 기갑부대를 저지하는 핵심전력으로 전력화 되었다. 대한항공의 500MD 라이센스 생산은 뜻밖의 행운을 가져왔다. 1979년 미·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대만에 있던 미 공군의 창정비 센터를 이전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월남전을 통해 미군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조중훈 회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조중훈 회장은 500MD 생산 경험과 여객기 정비 노하우를 내세워 미군 항공기 창정비 수주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대한항공은 1979년 2월 23일 미군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창정비기지로 선정될 수 있었다.

500MD 헬기 생산에 이어 한 차원 높은 과제가 대한항공에 떨어졌다. 바로 제트 전투기 생산이었다. 1978년 1월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1980년대 중반에는 전자 병기와 항공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 능력을 키워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해 8월 26일 열린 1차 방위산업진흥 확대회의에서 항공기 생산 계획을 연내에 앞당겨 착수할 것을 지시했다. 1978년 12월 항공공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산제트전투기 생산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1979년 7월 한국방위산업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던 조중훈 회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위해 제트 전투기 생산에 중추 역할을 할 것을 부탁했다. 성격 급한 조중훈 회장은 곧바로 대한항공에 ‘FX계획반’을 구성하고 미 노드롭사와 접촉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제트 전투기 생산을 보지 못했다. 10·26 대통령 시해사건으로 서거했다. 그러나 항공사업은 계속 추진되었다. 1980년 11월 국방부와 노드롭사 간에 F-5 E/F의 판매 및 면허생산 계약이 체결되고, 1980년 12월부터 대한항공과 삼성정밀주식회사는 노드롭사 및 제너럴일렉트릭사와의 기술제휴로 본격적으로 제트 전투기 생산에 돌입했다.

그렇게 해서 선정한 모델은 F-5 전투기다. F-5 전투기는 미국이 우방국을 위해 만든 저가(低價)의 제트 전투기로 월남전에서는 ‘프리덤 파이터’라는 애칭이 붙었다. 기술력이 부족한 당시 한국 같은 개도국에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제트 전투기였다.

그렇게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제트 전투기가 바로 ‘제공호’다. 1982년 9월 9일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 김해공장에서 출고한 제공호는 활주로를 날아 올랐다. 제공호라고 불리는 F-5E/F 전투기는 현재도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운용되고 있다. 북한 이웅평의 미그19가 수원기지에 귀순할 때도 가장 먼저 날아올라 대응했던 전투기도 F-5 E/F 제공호였다.

조중훈 대한항공 회장은 첨단무기 도입 산파 역할도 했다. 1970년대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북한 해군 고속정에 해군은 수세에 몰렸다. 카터 행정부는 한국에 첨단 대함미사일 판매를 거부했다. 이때 조중훈 회장은 프랑스로부터 엑소세 대함미사일 도입을 하는 데 산파 역할을 했다. 포클랜드해전에서 프랑스산 엑소세 미사일은 위력을 떨쳤다. 엑소세 미사일 도입은 대한항공이 에어버스 A300 여객기를 사주는 대가로 도입할 수 있었다. 프랑스와 조중훈 회장 사이에 친밀감이 뒷배경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한항공은 1996년 10월 1일부터 블랙호크라고 불리는 중형 기동헬기인 UH-60P 100대를 생산해 1998년 4월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탄생을 뒷받침했다. 2002년 7월 10일 주한미군의 특수전용 HH-60G 탐색구조헬기 JDLM 개량 및 수명 연장을 성공적으로 완료해 미군에 납품했다.
 

한국 육군 사단급 무인기 KUS-9 생산하는 대한항공

4차 중동전에서 이스라엘은 실전에서 처음으로 무인기를 이용했다. 이스라엘은 무인기를 이용해 시리아의 레이더와 방공망을 속였다. 이를 눈여겨 본 미국은 무인기(UAV) 기술을 정찰용 및 무인공격기로 발전시켰다. 대 테러전에서 미국은 탈레반과 알 케에다 지휘부를 무인기를 이용해 제거했다.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對 테러전에서 알 카에다에 대한 무인공격기 사용을 3000회나 승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인항공기(UAV)는 이미 미래 항공전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육군은 대변혁 중이다. 야전군사령부는 통폐합되고 있다. 1군은 3군에 흡수되고 군단도 변화가 많다. 그 핵심은 병력은 줄고 군단과 사단의 작전범위는 대폭 확대되는 방향이다. 6·25전쟁 이후 한국 육군 군단의 작전범위가 가로 30km 세로 70km이었다면 향후 군단의 작전범위는 100km x 150km로 확대된다.

최대 종심의 길이는 250km까지 깊어질 전망이다. 넓은 지역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무인기(UAV)는 필수장비다. 현재 사단급 무인기로는 대한항공에서 생산하는 KUS-9 UAV가 채택되어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04년 근접감시용 무인항공기 개발을 시작으로 2012년에 대형 전략급 무인정찰기 탐색개발 사업을 끝냈다. 그리고 2014년 착수한 사업이 바로 이 사단무인기 개발사업으로 총 128대의 KUS-9을 육군에 납품한다. 사단급 무인기는 2020년까지 4000억 원 규모의 사업이다.

그런데 복병이 생겼다.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방위산업시장이 위축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당분간 북한과 화해 무드를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 방산시장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나마 개발한 사단급 무인기조차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2018년 10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북군사합의로 최전방 사단급·군단급 무인기(UAV)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백승주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UAV 비행금지구역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동부 15㎞, 서부 10㎞인데 이는 사단급 무인기의 카메라 감시범위 5km를 넘기에 무인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가 무인기 성능을 개량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이래저래 방위산업은 암흑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조양호 회장의 사망과 경영권 문제는 대한항공의 미래를 예측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의 연간 매출이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항공우주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65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7280억 원 대비 10.64%(775억 원) 줄었다. 항공우주사업부의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 역시 위축됐다. 회사 측의 설명은 군용기 부문 내 해상 초계기 사업이 마무리 단계로 진입함에 따라 매출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국적기로서의 대한항공, 방위산업체로서의 대한항공은 현재 위기에 처했다. 국민연금이 경영개입과 조양호 회장의 사망과 국내외 여건은 적신호뿐이다. 대한항공의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도 매각한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국내 양대 국적항공사가 모두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는 구별된다. 바로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이다. 방위산업 업계 특성상, 그리고 미군과 거래하는 방위업체 특성상 그 신뢰관계가 무너지면 재기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주인 없는 대한항공 혹은 국민연금이 주인 되는 대한항공을 우려하는 시각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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