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시그널....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리뷰] 시그널.... 일상의 신호가 알려주는 격변의 세계 경제 항해법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28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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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이제 막 슈퍼마켓에 도착했다. 가만 보니 늘 먹던 초콜릿 바가 두 칸 정도 줄어든 거 같다. 시리얼 상자도 묘하게 가벼워진 것 같다. 어라, 며칠 전 가격이 올라서 망설였던 참치캔은 반값 세일을 하고 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이것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바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눈을 똑바로 뜨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경제 시그널이 있다. 이 책 《시그널》은 일상의 작은 신호를 포착하여 다가올 세계 경제의 풍랑 속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내일의 경제로 향하는 당신의 항해를 한결 수월하게 해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다른 신호도 살펴보자. 저자는 2009년 6월 패션잡지 <보그> 영국판 표지를 예로 든다. 세계 최고의 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의 전라 모습이 등장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은가? 세계 패션을 선도하는 잡지가 표지에 그 어떤 패션도 담고 있지 않다니 말이다. 천 쪼가리 하나 내비치지 않은 <보그>의 표지는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감지와 반영이다. 

저자는 말한다. 토스트 타는 냄새가 나면 얼른 일어나 토스터를 꺼야 하는 것처럼, 우리는 세계 경제가 보내는 신호에도 빨리 반응해야 한다. 세계 경제는 우리 생활 전체에 뿌리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능력부터 길러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해보자. 

두 눈 크게 뜨고 세계 경제가 보내는 신호를 직접 관찰하라 

2007~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저자는 말한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 위기와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납세자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 주범은 신호를 잘못 해석한 금융시장 전문가였다는 것. 그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특권과는 상관없는 사람, 예술가와 의류 소매회사, <보그> 편집자 같은 사람이야말로 신호를 간파하고 해석하고 만들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경제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만 해도 막연히 두려워하고 끝도 없는 어려운 연구를 떠올린다. ‘경제학’의 이미지에는 수, 알고리즘, 수리 모델, 고도의 기술적이고 계량적인 주제가 모두 합쳐져 있다. 그런 이미지가 익숙하더라도 다르게 한번 생각해볼 것을 저자는 주문한다. 아집에 사로잡힌 전문 경제학자와 ‘전문가’는 작은 일화도 엄격한 숫자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기 때문이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로 돌아가보자. 여론 조사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낙관했다. 하지만 클린턴의 유세장 사진을 보면 자리가 듬성듬성한 반면, 트럼프의 유세장 사진에는 빈자리 없이 사람들이 입장하려고 줄까지 길게 서 있었다.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는 이제 다 안다. 

저자가 목격한 또 다른 신호도 있다. 어느 날 아침, 이웃집 개가 짖지 않았다. 이웃집은 집 한쪽에 차고를 지으려고 건축회사에 일을 맡겼는데, 건축 인부들이 오지 않은 것이다. 건축회사는 부도가 났고, 인부들은 그 뒤로도 계속 오지 않았다. 부동산과 주택담보대출, 건물에 투자가 과잉으로 몰리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웃은 상당수 건축회사가 우수수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지평 전체를 돌아보면서 스토리, 일화, 서사, 전체 상황 등 수학적 계량화가 불가능한 신호는 살피려 하지 않는다. 우리가 주목하는 신호는 무엇이고, 놓치는 신호는 무엇인가? 

세계 경제를 읽는 데, 경제학 학위는 필요 없다 
필요한 것은 기민한 태도와 관찰력, 인격과 상식이다 


이 책의 저자 피파 맘그렌 박사는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로서, 오랜 시간 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것이 물가와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을 예측해왔다. 그녀는 지난 수년 동안 똑같은 질문을 여러 번 받아왔다고 한다. 대화 상대가 전문 펀드매니저이든, 돈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친구이든, 정부 부처 수장이든 마찬가지였다. 

“금리가 오를까요, 내릴까요?” “언제?” “실업률이 호전될까요, 악화될까요?” “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싸질까요, 비싸질까요?” “내 집(저축, 투자, 능력, 사업)의 가치가 오를까요, 내릴까요?” “앞으로는 경제 성장이 빨라질까요, 둔화될까요?” “유가(금값, 주가, 채권 가격, 철광석 가격, 우윳값)가 오를까요, 내릴까요?” “사업을 확장해야 할까요, 축소해야 할까요?” “빚을 내서 투자를 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 팔고 차익을 챙기는 게 나을까요?” “직업을 바꿔야 할까요, 아니면 계속 유지해야 할까요?” 

우리 모두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 사건이 일어나 시장이 대가를 치르고 대서특필되는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 해야 사건을 미리 예견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는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 신호를 방출하면서 우리가 앞길을 항해하도록 도와준다. 그 신호를 포착하고 해석하는 능력부터 길러야만 격변의 세계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신호에 주의를 집중하는 목적부터 짚어보자. 정보와 지식에 기반한 세계관을 얻기 위해서다. 관점이 없으면 북극성도 구명정도 없이 망망대해를 표류해야 한다. 관점이 없으면 항해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경제 방향에 대해서도 아무 관점이 없는 사람은 불확실성의 바다를 표류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 개인이 세계 경제에 대한 관점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행히 여기에는 경제학 학위가 필요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기민한 태도를 유지하고, 관찰력을 발휘하고, 상식과 인격을 기르면 된다. 미래는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지고, 행동은 신호를 받아들이는 관점과 생각(또는 관점과 생각의 결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더 많은 사람이 신호가 보내는 의미를 알아챌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변화를 유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의 경제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계산된 위험감수 능력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는 두려움에 잔뜩 움츠려 있을지 몰라도, 이 책을 읽는 당신에게는 계산된 위험감수 능력을 기르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북돋아주고 싶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측불가능의 시대, 살아남는 자들의 생존 전략. 두 눈 크게 뜨고 세계 경제가 보내는 신호를 직접 관찰하라. 당신도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피파 맘그렌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경제정책 특별보좌관을 맡은 바 있다. 공직 생활과 오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자비로 출간하여 아마존 경제 분야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가 비로소 정식 출간됐다. 

이 책을 먼저 본 독자들이 큰 성원을 보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론과 실제 경험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특히 금융위기 전후 개인적으로 나눴던 대화를 비교적 상세히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개인적 일상생활에서 주변인들과의 일화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2007년 금융위기 직전, 저자는 자신의 집까지 팔며 친구에게 아일랜드 집을 팔라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던 경험을 털어놓는다. 친구는 경제학자이자 정책전문가라는 저자의 직업보다 “6개월 안에 50만 달러가 더 오를 겁니다”라고 말하는 은행원과 부동산 중개인의 말을 더 믿었던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포착한 일상의 몇 가지 경제 신호에 따라 살던 집을 팔고 저렴한 임대 주택으로 이사함으로써 금융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저자는 세계 경제에서 ‘변화의 주체’가 되려는 과감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파이 사업에 손을 댔다거나 드론 회사를 차리는 등이 그것이다. 저자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들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개개인의 경제 주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난 금융위기 때 우리가 얻은 교훈이 있다면, 경제를 더 이상 ‘전문가’들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내일의 경제는 오늘 건설 중이고, 경제 신호는 도처에 있다. 그것을 포착하고 이용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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